아름다운 흉터를 읽고 아름다운 흉터

아름다운 흉터를 읽고...
유려하지는 않지만 남도의 힘이 넘치는 소설가, 이청준의 속내를 보여주는 순수하고 소박한 한권의 그림책이라고 표현 할 수 있겠다. 머리말에서 그는 자신의 유년시절의 이야기를 꾸몄다고 했듯이 역사의 저편으로 숨어 지금은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린 4~50년대의 삶의 진솔한 모습을 약간은 투박한 필치로 그려 냈다.
육자배기가 진한 남도의 맛이 아닐까 싶은데, 작가는 그 속에 스며있는 한의 시종을 멋지게 정리하고 있다. 한이란 맺느냐, 풀어 나가느냐, 하는 문제가 사람의 일생을 밝게도, 어둡게도 만든다.
어린 날의 추억, 궁핍한 시절의 동화, 아름다운 흉터 등 세 단원으로 구성된 수필의 흐름에 첫 코너가 철학의 입문서 냄새가 짙은 죽음이란 소재를 올려놓은 것은 작가의 작품의 출발이 깊은 삶의 고찰에서부터 임을 암시하고 있다.
고향에 대한 작가의 마음은 우리네 약간 늙은이에게는 공감…(생략)

`정말 우리가 그 정도로 어렵던 시절이 있었나요?` 이런 질문에 예쁘게 답을 해주는 작가의 진지한 자세가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대화를 할 줄 모르는, 아니 대화교육이 전혀 안된 민족의 비극이 6.25사변 때 죽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너무도 많이 죽었고, 그 말도 안 되는 비극이 이청준의 수필에서는 무겁긴 하지만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어머니와 이웃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자신의 어린 날에 접했던 동화의 진면목으로 받아들이는 작가의 모습은 조그만 현실도 무심히 지나지 않는 섬세함이 아닌가.
오래 사신 어머니가 치매로 점점 상황이 나빠져 가는 모습에서도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그려내고 있는데, 철학이 없는 요즘 세대의 젊은이들이 한번쯤은 생각해 봄직한 단원이다.
지문 없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수필은 노동으로 문드러진 지문을 떠올리기 십상인데 저자의 본의는 그것이 아니라 모방이나 쉽게 살고자하는 무기력하고 개성이 사라진 현대의 젊은이들에 대한 경종이 아닐까.
`그리운 것은 꿈꾸지 않는다` 는 수필은 우리의 무언가 소중한 그 무엇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가? 라고 조급하고 너무도 현실적으로 변해가는 현대사회를 꼬집어 준다.
책의 제목이 되어 있는 아름다운 흉터는 자신의 치부라고 생각하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고 감추려는 내면과 격려와 칭찬으로 자신감을 갖을 수 있게 하는 직장상사를 출연시켜 사람이 사는 도리를 가르쳐 주고 있다
어려움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큰 발전을 할 수 없다, 는 말이 있다.
작가들이 거의 그렇듯이 이청준도 어린 날의 큰 아픔과 사랑하는 어머니가, 그리고 고향마을의 모든 이웃이 자신의 작품세계를 지탱해 주고 있는 자원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모든 소재들에게 고마움을 늘 표현하고 있는 순수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전남 장흥군 대덕읍으로 자리를 옮겨 작가와 함께 산책하
그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 착각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