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을 읽고 아리랑

조정래의 ‘아리랑’을 읽고..
아리랑.. 내가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하기까지는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정말 읽고 싶기는 했지만, 만화책이나 판타지 소설도 아닌데 양까지 12권이나 되서 무척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여름방학 직전에 내 평생에 언제 한 번 이런 책을 읽어 보겠냐 싶어 12권을 빌려 집으로 싸들고 들어갔다. 그리고 올 여름동안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아리랑’은 한국 근현대사와 일제 침략기를 그린 대하소설이다. 작은 마을에서부터 국가적인 일까지, 처음에는 다소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여러 관점에서 소설을 전개시켜 나간다. 일제 치하에서 일반 국민들은 어떤 생활을 했는지, 독립운동은 또 어떻게 펼쳐졌는지, 또 외국으로 강제이주된 동포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이 혼란스럽던 시대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 조정래씨의 이 소설에는 이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
‘아리랑’은 나에게…(생략)

한 존재인가? 이러한 질문들이 책을 읽은 동안 끊임없이 내 자신에게 던져졌다. 나에게 있어 나라란 마치 행정구역의 하나처럼 국적을 구분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 소설은 나에게 나라란 나의 몸 그자체이고, 내가 살고 있는 이 땅 그 자체이면서, 나라가 없이는 나도 존재할 수가 없는 그런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또 얼마나 용감했던가? 일제의 탄압과 무자비한 살육속에서도 조국 독립을 위해 만세를 불렀고, 처자식을 버리고 고향을 떠나면서까지 독립운동에 가답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의 그 용기, 그 협동심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그들에게 있어서 나라는 또 어떤 의미였을까? 아직도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어렴풋이 알 수는 있을 것 같다. 이들에게 나라란 어떤 존재인지..
소설을 다 읽고 바라보았던 교실 위의 태극기가 유난히 슬퍼보였다. 그 태극기 한 장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와 혼이 담겨 있는가? 한번이라도 그 태극기를 자랑스럽게 걸려고 우리 선조들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고, 또 얼마나 많은 자식들을 잃어야 했던가? 그 작은 태극기 한 장에 얼마나 숭고한 넋이 담겨있는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었다. 월드컵 때 너도 나도 들고 나왔던 태극기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설레였던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너희가 나라를 아느냐?’ 죽기 직전에 최익현이 말했다던 이 말이 생각이 난다. 그래.. 나는 이제껏 나라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나라가 어떤 것인지, 또 나에게 있어 나라가 어떤 존재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있어 나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