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큐정전

영천여고 2년 정은주
인간은 시대의 고뇌와 절망 속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갈망한다. 그러나 거대한 역사의 굴레 속에서 하나의 인간은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인간은 사회에 속하지 않으면 소외되어 왔다. ??아큐정전??의 아큐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탈락된 인물의 전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그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신의 동료인 이웃으로부터 그리고 자신이 속한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아큐의 행동적 특성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아큐의 행동적 특성은 ??정신 승리법??으로 대변할 수 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얻어 맞고 욕을을 들으면서도 ??자식놈에게 당했다.??고 해석하며 곧 자신의 승리로 단정짓고 만다. 그의 체면치레를 위해 자신의 비굴함을 합리화 하려는 것이다. ??네까짓 놈에게는??이라는 말을 일삼으며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비웃고 무시한다. 그러나 …(생략)

중의 비참한 삶을 구원하는 데에도 실패했다. 작품의 결말부분에서 아큐가 정확한 죄목도 모르면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것은 당대 사회의 허구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즉, 다수-민중-을 위한다는 구호 아래 시행된 혁명은 결국 다수의 희생으로 끝나 버렸다. 이는 오늘날 현대 사회의 현상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 개혁의 실패는 하나의 예이다. ??열린교육 1세대??라 불리는 현재 고3들은 불과 3년 전에 ??한가지만 잘해도 대학간다.??는 풍토 속에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것은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심각한 기초학력 저하와 사교육비의 증가를 초래했다. 소수의 엘리트만이 살아남는 교육을 지양하겠다는 교육부의 정책은 소수 상위권과 나머지 다수의 격차를 더 벌여 놀고 만 것이다.
그리고 공적자금의 부실운영 문제가 있다. 이미 전문가들은 회수불능규모가 전체 공적자금의 50%를 웃돌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공적자금이 지나치게 대기업에만 투입됨으로 인해 그 중 일부라도 부실화 할 경우 책임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는다. 국민 경제의 회생이라는 명문은 사라진지 오래고 다시 추가 조성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위의 두 가지 사례는 아큐정전의 사회 현상과 같은 맥락에 있다. 상대적으로 나약한 민중을 재물로 소수 특권계층만이 이득을 취한 꼴이니 말이다. 자칫 개개인의 의욕상실과 동시에 사회의 퇴보를 유발할까 염려되는 대목이다.
역사는 여전히 인간을 무시하듯 도도하게 흘러가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쉽게 좌절한다. 아큐정전의 아큐가 지닌 의미는 사회에서 낙오된 한 개인에 국한된 거이 아니라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민중 전체를 상징한다는 데 있다. 우리는 열린 눈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주어진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여 아큐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