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말뚝을읽고 엄마의 말뚝

-`엄마의 말뚝`을 읽고-
깔끔한 표지에 `말뚝`이라는 다소 반항적인 이미지의 단어가 포함된 책제목에 이끌려 책을 넘기기 전 책의 앞뒤를 꼼꼼히 살폈다. 무언가 가슴 아픈 일이 그려져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예감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나는 그렇게 첫장을 펴서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엄마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온통 가슴이 저렸다. 그토록 가슴에 구구절절이 품고 있던 엄마의 한이 안쓰러워, 하염없이 가슴이 아려옴을 느꼈다.
`어머니`의 삶은 철저하게 오빠라는 말뚝에 묶인 삶이었다. 의용군에 입대하였다가 온갖 고난을 겪고 다시 돌아와서 현저동 산꼭대기 집에서 숨어살 듯 지냈지만 결국 인민군에게 발각되어 죽임을 당한 엄마의 아들, 그렇게 비참하게 한국전쟁의 희생자가 되어 버린 아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엄마는 제거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마음속의 말뚝으로 박아버린 것이다. 그러고도 4…(생략)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작가는 엄마의 한 표출을 통해 우리가 모르고 있던 가슴 속 한을 들추어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머니는 화장을 시켜 가루로 변한 오빠의 유체를 들고 와 강물에 뿌리었다. 유난히 똑똑하고 심성 또한 고왔던 외아들이 전쟁의 와중에 비참한 죽음을 당하고 난 뒤 그 혼이나마 고향 땅으로 흘러가도록 물가에 나와 뼛가루를 날리는 어미의 심정이 오죽했을까. 나중에 자신이 죽고 나면 묻지 말고 화장을 시켜 달라는 어머니의 말에서 오빠의 뼛가루를 날리던 어머니의 한이 다시금 되살아났다. 그래야 저승에서나마 고향과 아들에게 이를 수 있다고 믿은 어머니의 믿음은 단시간의 일시적인 한이 아니라 오랜 기간 두고 응축되어 온 한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어머니를 화장하지 않고 묘비를 세운 무덤을 만들었지만, 나는 소망한다. 평생을 어머니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던 말뚝까지 모조리 태운 채 저승에서라도 아들에게 이르러 가 말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아니다. 어머니는 땅 속으로 묻힌 것이 아니다. 엄마는 가슴 속 말뚝까지 남김없이 태우고 한 줌의 재가 되어 고향으로, 아들에게로 새처럼 훨훨 날아갔다. 말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그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