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일생 여자의일생

여자의 일생
프랑스의 사실주의 작가로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모파상의 대표작은 단연??목걸이??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접했던 목걸이는 당시 나에게 의문을 남겨 주었다. ??왜 작가는 결말을 이렇게 맺었을까??? 행복하지 못한 작품의 결말은 독자로 하여금 썩 좋지 않은 기분으로 책장을 덮게 만든다. 왜 모파상은 그들을 거리로 내몰았고, 인생의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뜨렸는가? 중학생이 되어서야 나는 모파상이 대표적인 염세주의 작가이며 사실주의적인 소설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파상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된 이후 읽게 된??여자의 일생??은 동화책 읽듯이 읽어 내려간??목걸이??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의 작품을 읽는데 있어서 가장 큰 변화는 나의 시각이 보다 분석적이 되었고, 사실적인 묘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엄격했던 수녀원 생활로 12세에서 17세 까지 마음대로 여행조차 할 …(생략)

리고 쥘리앵이 마리우스라는 고용된 목동을 마구 폭행하는 등 난폭한 성격을 보여주고 쟌느가 로잘리의 임신을 보며 쥘리앵에 대한 분노를 가졌을 때는 눈이 내리는 겨울이었다. 쟌느의 행복과 불행의 상황은 이런 계절적인 배경과 일치한다. 쟌느가 가장 행복했던 때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점으로, 쥘리앵과 사랑을 나누던 때었다. 그리고 그런 행복이 절정에 달할 때가 태양이 붉게 타오르는 늦여름 시기였다. 나는 이런 발견 이후에 소설을 읽을 때 계절적 배경을 고려해 보려고 노력했다. 중3말에 읽었던 ??카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도 이렇게 계절적인 배경이 소설의 내용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여자의 일생??에서 압권(壓卷)은 하녀 로잘리의 마지막 대사이다. 남편의 아이를 임신한 하녀 로잘리는 노년이 된 잔느가 손녀를 데리고 노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군요.??원래 여자의 일생은 원제가??unevie`즉 하나의 일생이라는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일생이 보다 원작에 충실한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여성들만이 공감할 내용이 아닌, 대부분의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모질지 못하고 선량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에 부딪치는 잔느의 모습은 일반인들의 일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잔느의 선량한 인생은 불행한 일도 많았지만 그녀에게는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레푀플 저택에서의 세달 간의 아름다운 추억이라든가 이들 폴을 키울 때의 즐거움과 같이 행복한 일도 있었다. 그것이 로잘리가 한 마지막 대사의 의미이리라. 잔느가 폴에게 애정을 가지고 키우는 모습을 보니 사람은 또한 특정한 소망과 애정의 대상을 가지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느는 하나의 사랑을 원했고 레푀플 저택의 자연이라는 사랑스러운 대상을 가졌던 봄날, 행복했었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폴이 낳은 아기를 보면서 애정을 느꼈을 것이고 아기를 잘 키우고자 하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여기서 나는 자연을 사랑하던 잔느라는 선량한 인간의 모습에 주목했다. 그리고 잔는가 행복했을 때가 하나의 소망을 가졌을 시기와 사랑하는 대상을 가졌을 시기란 점에도 주목했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을 사랑하면 부조리로 가득 찬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 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소설은 인간의 삶을 담고 있기에 언제나 교훈을 준다. 인간 영혼의 예리한 탐구자라고 불리는 작가는??인간 영혼의 절대적인 고독??을 ??여자의 일생??에서 소름 돋을 만큼 예리하게 묘사하고 있다. 처음에 가졌던 모파상의 지나치다 싶은 염세주의에 대한 의문은??여자의 일생??을 두 번 정독함으로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모파상은 특별한 주제나 교훈을 작품 속에 담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도 그가 생각했던 문학의 역할이란 시대를 가감(加減)없이 그대로 묘사하는 도구가 아니었을까? 때문에 독자는 소설을 읽으면서 특별한 주제의식을 찾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의 섬세한 묘사와 표현을 문학적으로 즐길 수 있고, 당대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으로 역할을 마쳐도 좋은 것이다. 한 여인의 일생을 있는 그대로 지켜봄으로서 그 어떤 계몽주의적 작품을 감상했을 때보다 더 깊은 감동과 깨달음이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