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

역마
사람에게는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 중에는 운명이라는 것을 믿는 사람이 있고 믿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난 그 후자에 속한다. 운명이라는 것은 스스로 개척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운명에 대한 생각이 또 다른 운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가 한다. 평소에도 자주 들어 보았고 생각했던 이 운명이라는 것을 역마 라는 소설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역마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성기의 운명에 역마살이 있다는 것을 알려고 하지도 않고 믿으려고 하지도 않았다면 오히려 성기가 자신에게 역마살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평범하게 정착해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의 배경은 화개장터 이다. 화개장터에서 주막을 하고 있는 옥화는 성기라는 아들을 두고 있는 마음착하고 인심 좋은 여인이다. 그녀는 점쟁이들에게서 자신의 아들 성기에게 태어날 때부터 역마살이 있…(생략)

계연이와 성기가 서로 조금씩 알게되고 사랑하게 되면서의 둘의 사랑하는 내용이 나에게는 너무나 순수하고 귀엽게 보였기 때문일까 하지만 성기가 조금은 우리나라 구시대적인 남성상의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성격을 닮고 있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계연이가 다른 남자와 참외를 먹는 것을 보고 질투가 난 모양인지 들어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계연이를 때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우리나라의 단편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구수한 말투와 인물들의 느긋한 성격이 맘에 들어 편하고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역마에서도 계연이의 사투리 섞인 말투가 마음에 든다. 그리고 인물들의 착한 마음들도..
오늘 역마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성기 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운명을 알고 있으니까 그 운명에 따랐을까 아니면 계연이를 잊기위해 떠났을까? 아니면 혼자계신 어머니를 두고 떠나지 못했을까? 아마도 운명이니까 당연히 떠나자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계연이를 잊기 위해서 떠났을지는 모른다.
이 소설에서 사람의 운명과 그에 대한 순응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나에게도 어떤 운명이 있을까 믿지는 않지만 운명 같은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싶다. 그것이 나쁜 것이라면 개척해서 또 다른 운명을 만들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