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를 전공으로 하는 이들이 처음 접하게 되는 책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처음 이 책을 보는 순간부터 겁에 질리게 되는 것은 무척이나 난해한 언어들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현 시대에 있어 역사라는 것은 매우 고리타분한 것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 사회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역사, 진보라는 단어가 불쑥 튀어나오기 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이 책을 역사를 전공하는 자들에게 필수와 같이 여겨지는 것은 그러한 점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무슨 이런 난해한 책을 보라고 그러나... 싶다가도 여러번 읽고, 또 여러 해가 지난 후에는 그의 한 문장 한 문장이 역사에 대한 나의 인식속에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다. 역사를 바라보는 역사가의 관점은 매우 다양하다. 카가 말하는 역사가의 입장이라고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알려진 객관적인 입장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을 발전으로 생각하는가? 카는 분명 세계…(생략)

우리의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었다. 또한 과학적 지식을 통한 보다 예리한 의식의 고양을 동반하게 된다. 그 속에서 인간은 육체적 만족과 정신적 만족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것이 과학의 발달을 역사의 발전 판단 전제로 삼은 논거이다. 그러나 만약 자연이라는 전제를 둔다면 자연의 역사는 진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동식물이 진화한다는 사실을 들어 자연 역시 진보한다는 말을 할 수 있지만 이는 큰 오류이다. 즉 동식물이 진화한다고 하지만 일부의 동식물은 멸종되고 있으며 과학의 발전에 의한 자연의 훼손은 결코 방관할 수 없는 문제이다. 따라서 이것을 진보의 자연 역사라고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자연과 동떨어져 성립될 수 없는 인간의 역사는 과연 진보인가, 후퇴인가, 아니면 판단불가능인가?
우리는 앞서 자연의 동식물 중 일부는 진화하고 일부는 후퇴한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어떤 동식물들이 진화하는가. 그것은 아마도 약육강식에 의한 강자의 논리일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인간의 자연 속에서의 인간 역사는 약육강식에 의한 인간 생존의 증거이자 과학의 판단 기준에 따른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발전사관의 실체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인상깊은 구절]
미래에 대한 보다 건전하고 보다 균형잡힌 전망을 주장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너무나 유명하고 유명한 저작이니 다른 무슨말이 필요할까.
진작에 읽었어야 할 책이지만 이제야 제대로 읽게 되었다. 그동안 이 책을 읽지 않고 역사책 등을 읽어왔다는 죄책감에서 이제야 조금 벗어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랑케가 역사학에 실증주의라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 역사학에 과학의 철저함을 도입하였다면 카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주장으로 역사학이란 역사를 보는 역사가와 역사가를 둘러싼 사회환경의 영향을 받는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라는 역사의식의 새 지평을 열어놓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역사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거의 카의 의견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재 우리는 역사학이란 해석학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명제를 거부하는 사람도 얼마 되지 않는다. 따라서 역사는 철학이 되고 정치학이 되었다.
소문으로 만 들었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저작을 직접 읽어보니 그동안 내가 의식,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던 개념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나 고전과 직접 호흡해보는것은 즐거운 일이다.
책을 덮고 생각나는 한마디는 역시`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카의 기념비적인 명언이다. 이 한마디때문에 우리는 역사를 배우는 것이고 역사학을 존중하는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카의 저작을 다읽고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믿을수 없을정도로 천박한 인문학에 대한 경시가 참으로 걱정스러워 보이는 것은 비단 나만의 문제의식이 아닐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