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서태후를 읽고 연인 서태후

연인 서태후
이 책에서 보여지는 서태후는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악녀라던가 마녀, 권력에 눈이 먼 여자로 묘사되지 않고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안타까워하지만, 굉장히 열정적이고 당당하며 강한 정신력을 가진 여성의 관점에서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소설에서 그녀를 다른 관점에서 미화한 것일 뿐, 실제 역사속에서 이루어졌던 그녀의 행실을 대변할 순 없을 것 같다.
왜 역사속에서 여성은 항상 악인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사랑에 눈이 멀어 조국과 가족도 팽개치고 남자를 따라가는가 하면, 권력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고 끝까지 가버리고,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람은 어떤식으로든 복수하고... 과연 이런 모습은 비단 여성들만 그런것일까? 아니다. 남성들도 그렇다. 그러나 역사속에서 남성의 행동은 정당화 되더라도 여성은 그렇지 못하다. 서태후도 마찬가지다. 소설속에서 보여지는 그녀는 자신을 …(생략)

약 그 때 그런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 지금의 역사는 바뀌었을까? 백날 후회하고 땅을 쳐봐야 소용없다. 역사는 절대 지워지지 않으니까.
서태후는 분명 한 시대를 풍미할 만큼 똑똑하고 재능있었지만 사치가 너무 심했고 사소한 실수가 많았다. 누구나 완벽할 순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더욱 소중하다는 걸 깨닳았다. 나의 미완벽함과 미성숙함을 주위 사람들이 충분히 일깨워 줄 수 있으니까.. 그들의 말 한마디만 제대로 귀담아 들어도 훗날 내가 그 때 왜 그랬을까.. 후회하며 땅을 치는 일은 적어도 줄어들 테니까..또한 진심어린 마음과 그저 나를 이용하려는 마음 또한 잘 구별해야겠지.. 안 그러면 역사속에 사라져간 어리석은 왕들처럼 나 또한 내 인생의 주변부로 밀려나 버릴테니까.
그러나 펄벅을 통해 다시 태어난 황후는 평생 외로움에 떨고 연인을 그리워하고, 아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아들에게 편안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정치에 전념하는 여자로 탈바꿈되었다.
통치자로서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자기 관리에 철저한 모습, 공평함을 잃지 않으려는 자제력과, 지식에 대한 갈망, 지혜로운 사람을 옆에 두고자하는 포용력 등은 현세에도 리더쉽의 요소로 언급되는 태도이다.
자신의 운명의 갈림길에서 앞으로 나가야할 방향을 정확히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용기 있는 사람이며, 하늘은 이런 사람을 돕는 것 같다. 바로 그런 사람들이 스스로를 이겨내고, 주위를 다스리고 나라를 통치하며 세계에 영향을 주고, 역사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닐까.
서태후는 이런 면에서 위대하게 보인다. 정치적 목표를 위해 개인적인 욕망을 자제하고
바른 통치를 위해 늘 학문과 지혜를 닦았으며 자신의 의도대로 주위 사람들을 움직였다.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였기에 거대한 중국 역사에 우뚝 설 수 있었던 여인. 그만큼 자신이 넘치니까 말년에 이화원에서 사치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였나보다. 그러나 후세에서는 말년의 국제적 오판과 국고탕진, 정적에 대한 가혹한 처리식 때문에 낮은 평가를 받은 여걸이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을 자매로 생각하였다는데, 그 대목은 펄벅의 상상이었을까?
눈을 떼지 못한 흥미진진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