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번째사과나무를 읽고 열한번째사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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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열한번째 사과나무>
사람들은 늘 사랑에 매달려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목마름에 대해 누가 무어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아마 사랑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사랑이 왜 그렇게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지, 외롭게 만드는지, 목마르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사랑 받지 못하는 삶이란 얼마나 무미건조한 삶인가. 인류가 노래를 부르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아마 그 중의 절반은 신과 자연에 대한 찬미일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사랑에 대한 고백이 아닐까 싶다.
아마 우리가 학창시절에 배운 문학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대상이 누구이든 결국 인간의 본성을 지배하고 있는 심성은 사랑일 것이다. 한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죽을 때까지 곁에 있고 싶어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본질적인 것이며, 또한 가장 이기적인 심성이 아닐까.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시인과 작가들이…(생략)

어가고 있는 모든 길은
너를 향하고 있다는 걸.
가시나무 속에
둥지를 짓는 새들이 있어.
따가운 가시가
둥지를 보호해준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
사랑이란.... 그런 거야.
가시나무 속에 둥지를 짓는 거야.
밑에 씌어진 책 제목을 보고 나서야 나는 이 글귀들이 <열한 번째 사과나무>라는 소설 속에서 뽑아낸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읽어보리라, 몇 번을 다짐했지만 휴가에 대한 걱정과 준비 때문에 나중에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구질구질 내리기 시작한 비는 이윽고 장대비로 바뀌는가 싶더니 때아닌 늦장마로 변하고 말았다. 남부지방은 햇볕이 짱짱한데, 중부지방은 연일 비가 내렸다.
소설을 읽는 동안 내 집안에는 온통 사과향기가 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나는 한적한 시골의 과수원 원두막에 누워 푸른 풋사과를 깨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곤 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경험이 내가 자란 시절보다는 조금 오래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마음껏 유영해 들어갔다.
열여섯 살의, 풋사과처럼 상큼한 첫 사랑에 젖어 나는 이틀을 보냈다. 주인공의 말처럼 `젖은 사랑은 다시 젖지 않는`것일까. 나는 솟구치려는 눈물을 애써 참아내며 비교적 담담하게 책을 읽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2권을 덮었을 때는 나도 모르게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나는 한동안 외딴 사과밭의 오두막에 홀로 버려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섬세한 사랑의 표현과 감정의 드러냄... 아마 사랑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잘 이해되지 않을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어쩌면 엇갈린 운명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엇갈림이 없다면 사랑의 고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의 화살이 모두 한 방향만을 가리킨다면, 아픈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이 슬픈 것은,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늘 얻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원하는 사랑을 모두 얻을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의 시인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며, 철학적 사유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은 기쁨과 슬픔을 양면으로 하고 있는 동전과 같다.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워서, 사랑은 잊혀지지 않는 것이다. 내가 `열한번째 사과나무`에서 배운 것은 이런 것이다. 더 이상 아프지 말자, 고통스러워하지도 말자. 사랑한다면 그냥 온몸으로 그를 향해 달려가자.
지금 내게 있어서 이 소설의 스토리를 정리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나는 그저 커다란 사과밭처럼, 그 안의 따스한 오두막처럼,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몸에서 풍겨나오는 사과꽃 향기처럼, 아주 비밀스럽게 내 몸 어딘가에 `사랑`을 감추어두는 것이다.
사랑에 가슴 아픈 이여, 사랑에 목숨 건 이여,
사랑의 추억이 잠들어 있는 사과나무 밑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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