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의 만세전을 읽고 문학독후감 대국작6차 염상섭만세전

약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그……
‘무덤이다. 구더기가 들끓는 무덤이다!’
책 속에서 주인공 이인화는 이렇게 외쳤다. 세상은 공동묘지라고. 결국 그는 그의 세상을, 우리 조선을 다시 떠나고 말았다. 그는 그 당시 매우 촉망받는 지식인이었다. 그런데 과연 무엇이 그를 그렇게 비관적으로 몰고 갔을까? 이 의문점에 대한 답은 물론 그 당시의 조선사회에서도 나타나 있었지만, 그의 성격에서도 구할 수 있었다.
이인화는 조선을 벗어나 일본에 유학 중인 한 지식인이었다. 그런데 서울에 있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시험도 포기한 채 급히 귀국을 하게 되었다. 사회에 대한 억압과 그 억압이 낳은 불만은 그저 하나의 불만일 뿐이었지, 그에게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조국에 무엇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어려웠던 조국을 위하는 그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자신을 위해서만 살아갔다.
그…(생략)

작했다. 그러다가 결국엔 부르짖게 되고 만 것이었다. 원래 자신의 조국인 조선의 서울을‘구데기가 들끓는 공동묘지’라고……
아내가 죽은 후에, 이인화는 주위의 모든 제안을 뿌리치고 탈출하듯 동경으로 돌아갔다. 그는 현실에 대해 분개했지만, 결코 나서서 그 현실을 바꾸려 하지는 않았다. 세상을 비난하기는 하지만 자신만은 안정을 찾고자 하는 허무주의적이고 소극적인 저항의 자세가 그를 식민지의 땅 조선이 아닌 자유로운 동경으로 되돌아가게 하고 말았다.
이인화도 물론 조선인이었다. 조선인이기에 앞서 인간이었다. 그도 설움과 압박 속에서 허덕이는 조선인들에게 연민과 동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그가 왜 현실을 회피했을까? 눈 앞의 부끄러운 조국의 실상을 보고도 나서지 못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조선의 사회와 집안에 대한 분함과 답답함, 설움을 느꼈을 것이다. 힘없는 조국에 대한 실망으로 인해 베어 나오는 부끄러움은 어쩌면 자신의 소극적인 모습에 대한 고통스러운 발버둥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인화는 원래 지식인이 갖춰야 할 태도답지 않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지만, 그랬던 그에게 아마도 나는 동정심을 가졌을 것 같다. 당시 지식인들의 전형적인 모습이 그랬기 때문이다. 그들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려고 하지 않고 현실을 도피하려고만 했다. 그도 그런 나약한 지식인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사회의 현실이기에 그랬을지 모른다. 하지만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더라면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도 남는다. 한 번쯤 그런 사회에 저항해볼 수 도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나약한 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아마 그 당시에 내가 그였더라도 그와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현실에 홀로 맞서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