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의 삼대를 읽고 염상섭의 삼대를 읽고

이 이야기는 식민지 시대의 중산층 집안의 몰락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어렵사리 모은 거액의 재산으로 집안의 크고 작은 제사를 받들고, 가문의 명예를 키워나가는 것을 가장 큰 일로 삼는 조의관은 나이도 상당히 많은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부인과 헤어진 후 젊은 수원댁과 결혼하여 네 살난 딸까지 두고 있다. 조씨 가문의 가장이기도 한 그는 고리타분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심지어 그는 양반의 행세를 하기 위하여 양반의 족보를 사기도 하였다. 이런 조의관이 가장 못미덥게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아들 조상훈이다. 맏아들이면서 집안일 보다는 교회의 사업에 더 힘을 쏟는 그가 조의관의 눈에는 결코 좋을 리 없었다. 특히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조의관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봉제사를 아들 조상훈은 기독교 교리에 맞지 않는 잘못된 우상 숭배라고 반대하면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생략)

동조하는 진보적인 사상을 가진 사나이이다. 그러나 재산을 지키는 일로 인하여 많은 적극정 없는 모습 또한 띠고 있다. 그러나 그는 친구 김병화처럼 마르크스주의자는 아니다. 병화가 하는 일에 마음적으로는 동의를 하기는 하여도 덕기 자신은 법대를 마쳐 판사나 변호사가 되려는 꿈을 품고 있다. 자신의 그런 꿈이 가끔 운동가인 병화의 놀림을 받아도 크게 여기지 않는다. 병화는 목사인 아버지와 사상적인 대립으로 가출하여 이곳저곳 떠돌면서 얻어먹고 사는 형편이지만 자신의 뜻은 절대 굽히지 않는 뚝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 반면에 덕기는 할아버지나 아버지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경우는 없다. 상황에 따라서는 세대를 달리하는 그들의 사고 방식과 행동을 이해하고 동정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내왔던 조씨 가문의 불화가 드러난 것은 조의관의 죽음을 앞두고 생긴 재산의 분배 과정에서였다. 조의관의 후취인 수원집과 그를 조의관에게 소개해준 최참봉 등은 재산을 중간에서 가로챌 욕심으로 유서 변조를 계획하고는 조의관을 독살한다.
의사들의 배설물 검사로 독약 중독이 판명되자 상훈은 더 명확한 진실 규명을 위하여 사체 부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집안 어른들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로 머물고 만다. 그러면서 자연적으로 범인 찾기도 흐지부지되고 만다. 거의 계획이 성공한 듯 보였으나 결국 손자 덕기가 나타나면서 수원집 일당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재산 관리권은 덕기의 수중에 들어오게 된다. 한편 상훈은 법적으로 상속자에 해당하는 자신을 건너뛰고선 아들인 덕기에게 그 권리가 넘어가자 유서와 토지문서가 든 금고를 훔쳐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히고 만다.
한편, 상훈의 아이까지 낳았으나 버림받았던 홍경애는 술집 여종업원으로 나가면서 생계를 이어가지만 해외의 독립 운동가인 이우삼과 연결를 하면서 그를 뒤에서 몰래 도우는 역할을 한다. 그녀는 병화와 자주 만나게 되면서 그에게 애정을 느끼게 된다. 그들은 조그마한 잡화상을 경영하며 경찰의 눈을 속였지만 그것으로 인하여 다른 운동가인 장훈 일파들의 오해를 사게 되고 결국은 장훈 일파에게 테러를 당하기도 한다.
이우삼이 국내를 다녀간 뒤, 곧 서울에서는 대대적인 검거가 실시되었다. 이 대대적인 검거가 실시됨으로써 그만 비밀 운동조직인 장훈 일파가 걸리게 되었고. 가게를 운영하며 경찰의 눈을 잘 속이고 있던 병화와 경애도 검거된다.
또한 덕기도 병화에게 자금을 대주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장훈은 비밀 유지를 위해 코카인을 이용한 음독 자살을 한다. 장훈의 자살로 갑자기 진행되던 조사가 미궁에 빠지게 되자 연행되거나 검거되었던 사람들은 다 풀려 나오게 된다. 그리고 가짜 형사를 등장시켜 금고와 문서를 훔쳐냈었던 상훈도 결국에는 훈방 조치로 풀려난다. 그리고 덕기는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공백을 느끼면서 이제 자신의 어깨 위에 조씨 가문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 어깨가 무거워 진다.
나는 삼대에서 바람직한 삶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가족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한번쯤 다시 돌아보게 되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또한 도덕적으로 여러 가지 개인과 개인.. 그리고 사회와 사회에서의 관계를 볼 수 있었다. 그런 여러 가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다가 문득 여기서 또한 다루어지는 내용인 돈에 대하여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돈 때문에 조의관은 죽게 되었고 덕기 또한 할아버지인 조의관에게 불만을 품고는 있지만 그것을 내색하지 않은 것은 바로 할아버지의 유산 때문이었다. 조의관이 죽은 뒤 흥청망청 방탕한 생활로 인하여 재산을 점점 잃어가며 무너져가는 인물 조상훈 뿐만 아니라 그 돈을 노리고 실시되었던 독살등이 돈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것 같다. 요즘 같이 돈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고 있는 황금 만능 주의 또는 물질 만능 주의라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돈이 최고라 생각하고 돈만 있으면 못할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덕기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에 대한 심한 반감도 집고 넘어가야 할 대목인 것 같다. 왜냐하면 그가 너무 지나치게 무슨 일이든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얘기한 것에 대하여 선입견을 가지고 들었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생활이 무조건적으로 다 옳을 수도 없고 또 그렇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덕기의 그 지나친 편견은 좀 잘못된 것 같다. 한번 깊게 생각해볼 대목인 것 같다.
아무튼 이 삼대라는 책으로 인하여 오랜만에 여러 가지 흔히 쉽게 넘어가 볼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