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그 언젠가, 난 모든 문화는 평등하며 각자의 특색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그렇다`의 개념일뿐, 어째서 라는 의문을 품은적도 없었다. 어째서일까. 하지만 그 대답을 하기에 앞서서 난 다시 나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오래된미래 를 읽고난 지금, 모든 문화는 평등하며 각자의 특색이 있어 선진문화와 후진문화를 구별 하는것 자체가 불가능 하다 생각하냐고. 대답은, 아직도 모르겠다 이다.
?책의 서두에서 던지는 그녀, 헬레나 노르베르호지의 말은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현재 우리가 달려가고 있는 문화의 발전 방향은 과연 예전의 문화보다 발전된 문화인가, 또한 그러한 강행으로 생겨난 모든 문제를 우리는 인간의 본성에 따른, 대자연에 근거하는 불가항력적인 문제로 떠넘기지는 않았는가. 퇴보 보다는 정지가, 정지보다는 성장이 우선이고 가장 좋은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 않았는가 생각해 보게끔…(생략)

의 생활은, 아니 그녀의 눈을 통해 내가 본 그들의 생활은 어떻게 보면 매우 불편한 생활 이였다. 넉넉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혹독한 환경은 `만약 내가 그들 이였다면` 이라는 가정아래에서 난 최악의 불편함을 충분히 상상 할 수 있었다. 이젠 하루라도 잡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은 마우스도 없는 생활은, 상상조차 힘든 삶의 모습 이였다. 하지만 그들은 평화로웠다. 그들은 그들의 환경에서 보이지 않는 넉넉함을 찾았고, 혹독한 환경을 극복하여 평안을 찾았다.
?예전에 국가별로 그 나라 사람들에게 `당신은 행복하다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설문결과가 나온 적이 있었다. 꽤나 오래된 일임에도 너무나 인상 깊어 지금도 기억하는 것은, 그들이 느끼는 행복은 그들 삶의 풍요로움과는 정 반대였다는 것이다. 결코 행복 할 수가 없을 것만 같은 이들이 어째서 가장 행복하다 느끼는 것인가. 어렸을 적, 난 감히 그 대답을 그들의 시각의 폭의 한계라 생각했었다. 모두가 가난하기에 가난이 행복이라 생각한다고 말이다. 물론, 지금은 그 생각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기에 답을 내지 못하고, 애써 생각을 거두려 한 화두였다.
?지금도 난 그 대답을 하지 못할 것 같다. 함부로 판단하기엔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 아무런 확신이 없으며, 내가 가진 지식의 시야를 맹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난 겁 없이 추측해 본다. 어쩌면 그들과 우리가 느끼는 행복의 차이는 서로 다른 시야에서 빚은 만족과 불만족의 차이에 의한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우리의 문화는 절대적인 기준 아래에서 객관적인 비교대상 없이 최선이라 믿는 것을 향해 나아가기에 우리의 시선도 이에 맞춰져 있고, 모든 성장을 성장의 과정으로 생각하기에 그 무엇에도 만족하지 못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들의 삶은 내림평등에 맞추어 행복을 느끼고, 우리는 오름 평등에 맞추어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서구문물과의 접촉으로 인한 라마크의 문화의 변혁은 안타깝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다. 순수성을 지닌 독특한 문화 하나가, 그러한 의미에서의 변질되어 가는 과정은 쫓아가기에도 벅차 행복을 누릴 틈을 주지 않는 현 우리의 문화와 비교 되었을 때, 그 순수성을 잃는 것 같아 안타까웠고, 또 아쉽게도 동양속의 서양 문명 속에서 커온 내가 느끼는 서양문명의 절대적 우위에 대한 시선에서 볼 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서양문명의 특징이 새삼 흥미롭게 느껴졌다. 아마 우리나라 또한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또한 저들은 머지않아 행복에 대한 변화된 관점을 갖게 될 것이다.
?현재 이 세계는 일률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말로만 세계화, 지구촌을 읊었지 이를 이렇게 까지 느끼기는 처음이 아닐까 싶다.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각자의 시선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방향으로 변화, 고수해갔던 문화가 지금은 한 방향으로만 움직여 가고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신인류가 아닐까 하고. 겉으론 모든 제한이 사라져 하나가 되어 그 속에서 변화를 꾀해가지만, 속으론 뚜렷이 제한된 현실 안에서 갈등을 품어 안으로부터 곪아가고 있는 모습이 우리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한 것일까?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변화 시켰듯, 우리의 문제 또한 스스로 극복 할 수 있고, 그러고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 또한 자만심이자 편협 된 시야로 인한 오판이 아닐까? 아직...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을 내리기엔 난 너무도 많은 것이 부족함을 느낀다.
?책은, 그녀는 책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라다크 사람들을 통해서 들려준다. 이를 듣고 독자들은 모두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절대적으로 맹신하고 있고 우월하다 믿고 있는 문화에 대해서 말이다. 우리가 현재 걷고 있는 길이 과연 앞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길은 앞이란 존재하고 있지도 않은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 말이다. 허나, 이 또한 하나의 생각의 계기가 될 뿐 절대적으로 옳은 말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분명 문화에는 우월한 것과 열등한 것이 없다. 각 문화는 각각 비교되어 한 쪽의 우월을 표현할 기준도, 척도도 없기 때문이다. 문화는 환경에서 빚어지는 것으로, 각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역사가 깊은 문화는 그 환경에 가장 적합하게, 혹은 가장 알맞게 변하는 것 일뿐, 우월하다고 표현할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책은 우리에게 평소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문제를 화두로 삼아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게끔 하고 있다. 난 이것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고,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녀만의 개성 있는 생각은 아무런 지식이 없는 내 머리 속에 덧칠 되어 언젠가 결국 한쪽에 치우쳐진 생각을 나에게 요구 할 것이다. 그러기에 난 과감하게 그녀의 생각이나 결론은 비중을 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는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다른 문화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문화, 하나가 되어가는 절대적 문화의 밖에서 보는 우리의 문화를 말하는 그녀의 생각을 통해서 우리가 맹신하며 밀고 나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우월하다 믿는 과학의 문화 아래에 웅크리고 앉아 그것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는 게 아닌가를 말이다.
` 스무 살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책에서는 이, 오래된 미래를 그 중의 하나로 꼽고 권장하고 있다. 오래된 미래가 인류의 문화가 앞으로 가야할 방향에 대한 교과서적인 책은 분명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잊고 있던 문제점들과 이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한 반성을 위한다면, 이 책은 가장 좋은 교과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인류 문화의 구성요소, 혹은 그를 이끌 예비 사회인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