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정원

오래된 정원
나는 책을 읽을 때 일단 제목을 보고 골라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책의 내용이 나의 생각과 잘 어울리고 또 잘 이해했을때에는 그 책을 지은 작가의 다른 책들을 찾아 읽어본다. 개개인의 작가가 가지고 있는 자신들만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해서이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도 마찬가지다.
원래 역사를 좋아해서 그것에 관한 책들을 많이 접했다. 그 중에서 `장길산` 이란 책을 읽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황석영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작품 한 편으로는 작가의 세계를 여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마침 외할머니 댁에 황석영의 작품이 많았다. `무기의 그늘`, `손님`, `오래된 정원` 이 있었는데 마음같아선 다 가져가고 싶었지만 시간을 고려하여 한 편만 고르게 되었다. `오래된 정원`이 제목만 봐도 읽기가 쉬울것 같았고, 또 언제 다시 여기 올지 몰라서 2권짜리를, 그냥 일상생활을 담은 평범한 소설…(생략)

차 내려가게 된다. 시골에 내려가기 전에 예전에 같이 군사정권에 대항하여 싸웠던 동료를 만나 과거를 회상한다. 시골에 내려간 오현우는 자기가 살던 옛집에서 죽은 연인인 한윤희가 남긴 스케치북과 노트, 그리고 편지를 발견한다. 그것으로 한윤희의 어린시절을 알게 되고 어떻게 그런 쪽을 잘 알게 되었는지 알수 있었다. 그것을 읽은 오현우도 자신이 조직에 가담했을때를 회상하며 그 때 그 당시를 추억한다. 자신이 지하활동을 하다가 잡힌 이후에 윤희의 생활을 이를 통해 알 수 있게 된다. 한윤희의 유품을 다 접한 오현우는 윤희의 동생 정희에게 전화를 하고 자신의 아들 은결이를 보고 싶다고 말한다. 정희와 약속을 잡으며 오현우는 또 다시 자신의 감옥생활과 사회참관 때를 회상한다. 윤희도 자신의 해외 생활을 회상한다. 은결이를 직전에 은결이와의 만남을 상상하며 이 소설은 끝을 맺게 된다.
처음에 나오는 출옥장면과 중간중간 나오는 회상장면은 자신의 체험을 통해 감옥생활이 생생하게 묘사되었다. 감옥속에서 보여준 오현우의행동은 마치 작가 자신의 분신을 보는 것 같았다. 옥중에서 자신을 따르던 연인의 죽음을 알게 되지만 슬퍼하지 않고 덤덤했다. 보통 사람들은 충격을 받고 몇 일을 힘들어 할 텐데, 사람보다 사상이 중요한건지 아니면 옥중에서 오랜 생활을 하다보니 감정이 메마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깊은 뜻이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갈뫼로 간 주인공은 옛집에서 윤희의 글들을 보고 읽게되는데 여기서 시점이 윤희의 주인공시점으로 바뀌어 과거 윤희의 생활을 잘 알게 해준다. 회상장면에서 그들의 생각이나 사상은 공감했지만 사상범이라는 누명을 쓴 채 지하활동을 하는 남자와 그것이 불법인줄 알면서 남자를 도우고 남자를 사랑하게되는 여자, 그 두 주인공의 행동에는 공감하지 못했다. 보통 국가의 권력이 무서워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바쁜 사람들은 민주화에 대한 아무런 입장도 가지지 않고, 광주사태에 대해 무반응하는 바보가 될것이다. 이런 면에서 나와 오현우는 대조적이다. 한윤희도 마찬가지다.
두 주인공은 서로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것처럼 현실속의 모순에 희생당하게 된다. 한윤희는 생활 배경으로 인해 광주사태를 알리는 일을 하게 된다. 그녀가 책의 원고를 타자기로 치면서 학살과 항쟁의 진상을 손끝에서 느낄때 나는 두 눈으로 책을 보면서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두 주인공과 내가 모든 면에서 대조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살아남은 아들을 보고 싶어하는 오현우에게 혈육의 정을 느낄수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가는 한윤희에게서는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윤희의 독일 생활에서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가 나오는데 작가는 사상만 가지고 나쁘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사고라고 항의하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도 사상만 다르지 근본적인 것은 하나인 북한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솔직히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중에 제일 어려웠다. 수시로 시점이 변하고 현실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다시 현실로 반복되는 변화가 많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다 읽긴 읽었지만 정작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는 나로써는 광주사태에 대해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했다. 부끄러웠다. 민주화를 위해 국가에 대항하여 싸운 분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내가. 지금 우리가 이렇게까지 편하게 살 수 있는 것도 그 때 그분들의 희생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민주화 운동에 대해 좀 더 알고 있었더라면 이 책도 쉽게 읽혀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책은 한 번 읽는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이해할때까지 몇 번이고 책을 읽어 나가는 자세를 길러야 겠다. 또 제목이나 작가만 보고 독서하는 것을 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