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미래 오래된미래

국어 독후감(2차)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Ancient Future-Learning from Ladahk)
나는 지난번 사전교육 때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엔트로피(Entropy)’를 읽고 그가 주장하는 ‘과거로의 회귀’는 말도 안 되는 망상이며, 지금까지도 그래왔듯이 인류의 문명은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라고 말한적이 있다. 그런데, 이런 나의 생각에 갑자기 의심을 품게 한 책이 있다. 바로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이다. 나는 처음에 이 책을 TV의 책소개 프로그램(KBS TV 책을 말하다)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그 후로 읽어보려고 했으나, 계속 못 읽고 있다가, 마침 권장도서목록에 있어서 이렇게 읽고 독후감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은 스웨덴의 저명한 언어학자인 헬레나 노르베리-호지(Helena Norberg-Hodge)가 16년간에 걸쳐 라다크에서 직접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라다크…(생략)

의 진보 및 행복’이라는 문제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놀라운 기술적 발전과 산업의 번성, 경제적 풍요만이 진보를 의미하는 것이고,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믿었었다. 그러나 라다크 사람들은 그야말로 우리가 ‘원시적’이라고 부르는 기술들을 가지고, 더구나, 최신 과학기술을 가지고도 살기 힘든 척박한 고산지대에서 소위 ‘문명인’이라고 하는 사람들보다도 훨씬 큰 행복을 누리고 있으며, 더 많은 여가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또, 그들은 현대의 첨단 의학기술이 없이도, 높은 유아출생율을 제외하면, 우리보다 건강하며(특히 노년기에,) 복잡하기 그지없는 현대의 법이나, 행정기구가 없이도, 우리보다 분쟁이 적고, 거창한 민주주의 제도가 없어도 우리보다 훨씬 민주적이다. 과연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일까?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점들에 매료되어서 원래의 목적이었던 라다크의 고유언어 조사에서 벗어나, 라다크의 문화와 사람들, 무엇보다도 정신세계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게 되었으며, 그 곳에 무려 16년이나 머물게 된다.(그저, 언어만 조사할 것이라면, 몇 년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저자는 그 곳 사람들과 직접 생활하고 대화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몸소 체험하였다. 바로 이러한 체험의 내용이 제 1부인 것이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라다크의 급격한 변화이다. 제 2부에서는 제목 그대로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대하여 쓰고 있다. 라다크는 인도에 속하는 지역으로, 파키스탄, 티벳, 중국 등 과의 접경지대에 위치한 요지로써 인도정부는 이 지역을 확실한 자신들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관광지화 계획을 추진하고 이것은 급격한 인도와 서구의 문화의 유입을 일으킨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문화를 고수하고자 했던 라다크인들은 곧 서구문화에 휩쓸리게 되었으며, 그들의 정신은 황폐화되고 대부분의 시간이 불행으로 가득 차게 되었으며, 끊임없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게 되었고, 특히 서구의 것은 무조건 우수한 것으로 보고 맹목적으로 따르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것이 책에 나온 체왕 팔조르라는 사람이 1975년과 1983년에 각각 극히 대조적인 말이다.
1975년: 여기는 가난 같은 건 없어요.
1983년: 당신들이 우리 라다크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린 너무나 가난해요.
이러한 것들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금까지 서구의 발달한 과학기술과, 시장경제체제는 성공의 열쇠처럼 보였고, 라다크인들도 그것을 믿고 따랏으며, 그 결과 실제로 경제적으로는 부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사람들에게 준 것은 `불행`과 ‘환경파괴’와 ‘전통의 상실’ 뿐이었던 것이다.

제 3부에서는 저자의 이러한 것들에 대한 대처 및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라다크의 변화를 보면서 저자는 ‘산업화=진보’라는 기존의 사고에 대하여 깊은 회의를 품게 되었고, 마침내 뜻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라다크의, 더 넓게는 전세계의 자연친화적이고, 아름다운 전통을 되살리고 배우자는 취지의 ‘라다크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고, 아직까지도 그 활동에 투신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나에게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위에서 밝혔듯이 나는 이미 제레미 리프킨의 반개발주의적 사고를 반대한 적이 있고, 지금까지 과학기술의 발전만이 인류에게 진보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것을 확고히 믿고 있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과학도가 되기로 결심하여 이 학교로 오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발전’이 오히려 평화롭던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단 말인가? 이건 매우 혼란스러운 일이었다.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에 대해서는 그것이 공상일 뿐이라고 반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은 저자가 직접 체험한 것이다. 또한 전통의 지혜를 이용한 라다크 프로젝트가 얻어낸 성공적인 결과 들 역시 부정할 수 없는 확실할 증거였다. 나는 결국 이러한 것들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반개발, 반기술주의자가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아직까지도, ‘과학기술에 의한 인류의 진보’에 대한 확고한 지지자이며, 그것을 완전히 포기한다는 것은 너무나 무모한 짓으로써 끔찍한 희생을 초래할 것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결코 어떠한 경우에도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나의 결론은 무엇일까. 우선 개발과 발전에 대한 나의 결론은 ‘전통을 고려한 신중하고 환경친화적인 개발과 발전’을 하자는 것이다. 일단 나의 기술발전과 개발에 대한 근본생각은 변화가 없다. 나는 기본적으로 지금까지처럼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좀더 효율적이고, 환경을 덜 파괴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지속가능한 개발 및 발전을 향해 나아갈 것을 주장한다. 다만 나는 여기서 우리가 `미개한` 것으로 취급하여 무시해버린 과거의 전통과 지혜를 되살리고, 궁극적으로는 그것을 새로운 과학기술에 편입시켜 발전을 이루자는 편이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지역단위의 경제나, 반무역주의는 솔직히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물론 저자의 주장대로 우리가 지나치게 외국물산에 의존하고 있으며, 불필요할 정도로 무역을 장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 무역이 그저 그렇게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는 세계화사회로써 갈수록 국제간에 교류와 교역이 활발해지고, 서로간에 기술 및 문화를 서로 공유하며 함께 발전해나가야 하는 시대이다. 지금 비록 무역이 잘못된 면이 있고, 선진국들의 경제제국주의에 도구로써 이용된다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국제교류의 바탕자체를 없애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무역은 계속하되, 그 테두리 안에서 잘못된 사항들을 고쳐나가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지역단위의 경제체제도 그다지 적합하지 못하다. 물론 그 지역에서 더 잘자라고 질이 좋은 물건이 있다면 당연히 그 지역의 것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지만, 저자가 우려하고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역산 물건들이 애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그것의 상품적 가치성이 밀리거나, 혹은 사람들의 의식, 혹은 잘못된 제도의 문제이지, 자유무역 자체가 아닌 것이다. 결국 나의 경제나, 개발, 발전에 대한 생각은 그리 크게 변한 것이 없다. 내가 ‘엔트로피’를 읽고나서 취했던 반응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사실상 내가 가장 크게 놀라고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바로 개발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의 변화, 즉 개발과 발전이 오히려 인간을 불행하게 하고 여유로움을 빼앗았다는 생각인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발전을 이룰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과연 발전을 이뤄야 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만일 문명이 전이 오히려 사람들은 불행하게 한다면 그래도 문명의 발전을 계속해야만 하는가? 나는 지금까지 이러한 주장은 그저 배부른 현대인들의 헛된 몽상에 지나지 않으며, 사실 그러한 생각을 가질 만큼 여유롭게 된 것도 과학기술문명의 발달덕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문명의 혜택을 받지 않고도 행복을 누렸던 사람들을 직접 보고 만나고, 함께 살았던 경험을, 더구나 그런 사람들이 현대문명의 영향을 받으면서 오히려 불행해지는 모습을 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이것은 실로 중대한 문제이다. 좁게는 앞으로 나의 진로의 문제이고, 넓게는 인류 전체의 문제인 것이다. 우리 인류는 유사이래(어쩌면 그보다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적인 발전이 우리에게 행복과 번영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어왔고 그러한 믿음을 원동력으로 과학기술과 문명이라는 열차는 쉴 새 없이 달려왔던 것이다. 그런데 만일 그 열차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면? 극단적으로 그 열차가 지금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방향이 낭떠러지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지만 이 열차를 섣불리 멈춰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미 그 열차에는 60억 명이 넘는 승객이 타 있고, 함부로 멈춰 세웠다가는 그 둘중 대부분은 죽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방관하는 것은 더욱 위험한 태도이다. 이 열차의 승객은 계속하여 증가하고 있고, 속도는 가속도를 받아 놀라울 정도로 빨리 증가하고 있다. 가만히 있다가는 손을 써 볼 새도 없이 끔찍한 재앙에 놓이게 될 것이다. 도대체 이에 대한 대처방안은 무엇인가? 다시 강조하는 바이지만, 일단 이 열차를 멈춰 세우고 후진하자는 생각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후진을 바라지 않고, 또 설사 어떻게 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엄청난 희생을 초래할 뿐이다. 이대로 두자는 것이나 오히려 더 가속하자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여기서 나는 또다시 절충적인 해결책을 내놓고 싶다. 일단 계속하여 나아가되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그 방향을 좀 위회시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양적이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측면에만 치중하지 말고, 좀더 우리의 삶의 질적인 것, 그리고 정신적이고 내적인 것을 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두자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속도도 좀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우리는 뭐든지 빨리 이루는 데에만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이제는 좀 더 여유롭게 앞을 전망하고 생각하여 신중하게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하느냐”인 것이다. 비록 이것이 처음에는 별 차이가 아닌 것 같지만, 조금씩 조금씩 바꾸어 나간다면, 작은 힘이라도 전 인류가 모아 함께 나아간다면 앞으로 먼 훗날 우리가 한 선택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보람찬 미소를 지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이 책,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는 다시 한 번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려해야 할 시기에 우리에게 무언가 깨달음을 주는, 그리고 우리 스스로 현대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하고 나름대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하게 해주는, 그래서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