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돌아왔다를 읽고 오빠가 돌아왔다

오빠가 돌아왔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소설을 왜 읽느냐고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왜 소설을 읽을까? 나는 일종의 <관음증>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타인의 삶을 훔쳐보고 싶다. 현실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단편적인 사건만이 스쳐 지나가니 제대로 타인의 삶을 볼 수가 없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개략적인 삶을 볼 수 있지만, 심리까지는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오직 소설만이, 비록 허구일 수 있지만, 타인의 심리를 보여줄 수 있다.
<너를 사랑하고도>에서는 정치 권력에 근접해 있는 삼십 대 후반의 국회의원 보좌관의 삶을 재미있게 훔쳐볼 수 있었다. 겉으로는 윤리적으로 살기 위해 늙은 대머리 의원의 당적 바꾸기에 동참하지 않는다. 그는 자본가에 대한 반감과 정치현실에 대해서 냉소적인 말발을 가지고 있어, 입만 열면 개구리(?)가 튀어나온다. 사회단체와 운동단체 몇…(생략)

오빠가 돌아옴으로써 일견 붕괴된 가정은 재결합된다. 이혼 후에 집을 나가 건설현장의 함바집을 하던 어머니도 집에 들어온다. 드디어 가족 야유회가 가고 사진도 찍는다. 재미 다음에는 약간 씁쓸했다. 과연 콩가루 집구석이 정상적인 집구석으로 변할까? 자꾸 아닐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의 시각에서 본 아버지의 상은 정말 너무했다. ??아빠라는 인간은 똥개보다도 지능지수가 낮은 게 아닐까???라든지 식충 그리고 어른스러움을 기대한다는 것부터가 잘못으로 여긴다. 나쁜 기성세대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인간이다.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묘사됐다. 물론 기성세대에 부정적인 요소가 많기는 하지만. ??우선 부모를 제압할 만큼 힘을 기르고 짝을 찾아 집으로 쳐들어오는 거야.??라는 결심에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여동생의 눈에 해방군으로 비친 오빠는 어떤 인간이 될 수 있을까? 갑자기 왜 ??전교조??라는 단어가 떠오를까? 나쁜 기성세대를 때려잡을 만한 힘을 기르고 다시 돌아왔다는 이미지가 오버 랩 되고 있기 때문일까? 쫓겨났다가 다시 돌아왔다는 젊은 세대가 뿜어내는 영웅적 폭력성이 자꾸 부정적인 이미지를 증폭시켰다.
내가 살고 있는 시간 속에서 나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내가 아닌 사람들의 생각 그리고 철저하게 냉정한 작가의 시선. 이 책이 독자에게 남기는 것은 냉정한 현실감각이다. 미래에 대해 아름다운 계획을 품으려면 우선 내가 발 디디고 선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잡동사니같은 일상에 대해 공감까지는 못하더라도 인식은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현실을 인식하기 위해 이 책만큼 리얼리즘(realism)과 패러독스(paradox)가 강한 책이 또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