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왕

-`오이디푸스왕`을 읽고-
"이 세상에 신이 계시다면 가엾은 우리 엄마 좀 살려주세요..." 신의 존재 여부에 대하여 공상에 빠지려는 순간 떠올려진 말이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메는 어머니에 대한 절박한 딸이 심정을 잘 나타나는 어느 책의 한 구절이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랬다. 딸은 엄마의 임종을 앞둔 절박한 상황에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신을 찾았고 신에게 기적을 바랬다.
우리는 흔히 너무나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하면 거의 본능적으로 신에게 구원받기 원한다. 또 평소에 특별한 종교가 없거나 신의 자기 내부의 또다른 나일 뿐이라며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들조차 다급한 마음에 신을 부른다. 신의 존재 여부를 논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평소에 우리가 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한 신이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신은 인간에게 고통속에서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생략)

신의 명령을 거부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친다. 자신의 눈을 파 버리는 데에서 알 수 있다. 결국 자신의 눈으로 눈을 팔 수 있다는 인간의 의지를 잘 보여준 것이다.
현대 사람들은 왕과 비슷하다. 대부분이 운명론을 믿기 보다는 자신이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견해는 대체로 고대 사회와 현대 사회의 차이에 의한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미리 자신의 신분이 결정되는 고대 사회에서 그들은 운명에 길들여져 사는 것이 가장 옳고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계급 사회가 그들의 가치관까지 바꿔놓은 것이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이 자신의 노력으로 직위를 정한다. 따라서 운명론을 꺼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예전과 다르게 요즘 `오이디푸스왕`이 잘 읽혀지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나는 운명론을 믿지 않는다. 자신의 의지나 생각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고 믿기 때무이다. 그래서 `사랑` 또한 내가 나의 모든 것을 결정하여 사랑하는 것이지 나의 운명이여서 사랑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일상 생활에서 생각하는 신과 그 역할, 고대 사회와 현대 사회에서의 신과 인간의 관계를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신에게 모두 의지하고 바라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매사 누군가에게 기대고 사는 사람에게 어떠한 변화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자신의 삶은 노력에 의해 결정되고, 그에 따라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