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방 외딴방

도서관의 책 중에서 `외딴 방`이라는 책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왠지 지금 내 마음의 허전한 무언가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거란 기대감을 가지고, 책장을 한 장씩 넘겼다. 그리고 이 소설에 한 껏 매료되어 작가와 같은 곳에서 숨쉬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는 글쓰기를 좋아했고, 작가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작가의 꿈이 있기 때문에 그녀에게서 친구같은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작가가 된 그녀가 사색에 잠긴 채 자신의 느낌을 표현할 문장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을 보며 작가의 길이란 끝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주인공이 `나`가 약속때문에 밖에 나왔다가 택시안에서 갑자기 떠오른 문장에 매혹되어 택시를 돌렸던 일을 생각하면, 작가의 한 문장, 한 문장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작품은 허구적인 색채보다는 작가의 체취가 진하게 묻어나는 시적인 자서전 정도의 작품인 듯 하다.
작가는 열여섯살의 `나`로 돌아간다. 유…(생략)

않으려던 작가스스로의 노력과 끈끈한 가족의 사랑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의 기억 끝자락에 서 있는 희재언니 때문이었다.
`나`는 멍하니 그 아픈 기억 속 희재언니를 바라본다.
`나`는 외딴방의 풍속화 그 자체인 희재언니,
그 언니가 방에 있다는 것을 확인도 안 한채 방문을 잠궜고, 희재언니가 갇힌 외딴 방은 나에게 죄책감으로 얼룩진 악몽이 되어버렸다. 그 악몽으로부터 도망치려 했지만 스물거리며 기어나오는 희재언니의 기억, 그녀는 더 이상 과거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작가는 희재언니에게 다하지 못한 말을 하려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외딴 방의 문을 열고 악몽같은 기억을 더듬어 문장을 만들어내야 했던 작가는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방안에서 희재언니는 자물통을 채우는 소리를 들으며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어떤 심정이었을까. `나`의 죄책감이 내게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것은 섬뜩함이었다. 희재언니의 죽음 후 글쓰기로 언니와 만나보려는 작가의 모습이 내 마음을 울렸다. 안타까움과 슬픔으로 얼룩진 그 곳이 외딴 방이다. 그 방을 생각하면 한 없이 외져있어서, 그들만 외롭게 살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리고 그 외딴 방에서 작가가 한 말을 되뇌여 보면, 나이라는 것은 숫자의 차례대로 먹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 내가 느끼기에 `나`는 외딴 방에서 열여섯이 아닌 서른 둘이 되어있었다. 사람이란 어쩌면 열악하고 힘든 상황 속에서 성장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외딴 방은 내 가슴 속 한 켠에도 존재한다. 형언할 수 없는 무언의 쓸쓸함이 말이다.
또한 외딴 방에 국한하지 않고, 더 크게 이 작품을 바라보았을 때, 작가의 표현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는 유신체제에 대한 비판 대신에 그 상황이 만들어 낸 인간의 절망의 더 크게 다루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보통의 결말과는 달리 글쓰기에 대한 물음을 던짐으로써 나에게 과제를 남겨 주었다. 길을 걸으면서, 차가운 바람을 맞을 때도 사색에 잠긴다. 지하철의 계단이 한 두칸씩 모여 공간의 높낮이를 이어서 온전한 길을 만들듯이 글쓰기란 것은 잘 다듬은 한 두문장이 모여 한편의 글로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러한 글쓰기 또한 쉬운것이 아님을 알게 한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난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 창작의 고통을 알게 해 주었고, `나`로 형상화된, 작가의 어두운 유년시절의 단면을 엿보게 해 주었던 의미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또 하나의 경험을 쌓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