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방 신경숙 독후감 외딴방독후감 외딴방

<간소한 대화>
- 외딴방을 읽고 -
외딴방과 나의 만남은 꽤나 운명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학교 보충수업시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조용히 흘러가는 잔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가만히 들려오는 선생님의 매끄러운 목소리. 그 안에 담겨진 사소한 마디마디의 말들. 나지막하게 나의 귓가를 멤도는 담소의 내용들. 선생님께서 수업시간 중 작은 이야기를 하셨다. ‘신경숙’이라는 작가가 있는데 그녀의 문체가 매우 아름답고 마음을 녹이게 한다고. 이런 사소한 얘기를 접한 나는, 그녀와 만나고 싶어졌다. 과연 어떤 표현으로, 생각으로 글을 써내려 나가는지. 이런 사소하고도 일상적인 이야기도 삶을 더 풍요롭게 살기 위한 요소이므로 절대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그녀의 작품 중 하나인 ‘외딴방’을 읽어보기로 결심하고 그 책을 바로 구입했다. 그 때 부터였다. 작가 ‘신경숙’과 나와의 만남은. 내 엄지손가락을…(생략)

로도 부족해 고독한 외딴방으로 들어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지하고 살아 온 그녀의 인생은 얼마나 애처로울까. 그 암담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비행을 꿈꾼 작은 소녀의 심신은 얼마나 가파르고 고된 길을 걸어온 것과 같을까. 대학에 가고 싶다고 늘상 적어놓던 그녀의 노트가 떡하니 내 앞에 바로 펼쳐진다. 나에게 있어, 또는 그녀에게 있어 이 노트의 존재란 무엇일까 생각한다. 아직 어린 나, 잘은 몰라도 그녀와 내가 무언가 추구하는 것이 있다는 공통점쯤은 느낄 수 있다. 그녀는 그렇게 열악한 노동 환경과 고독의 외딴방에서 자그마치 4년간을 버텼다. 4년이라... 외딴방에서 지내기엔 너무나 길어 보이는 시간이다. 그녀에겐... 극심한 고통이 그녀의 얇디 얇은 목을 조였던 곳, 그런 곳...
7~80년 그 당시의 노동자들은 얼마나 외로운 싸움과 마주쳐야만 했을까. 사회적으로 공포가 어려 있던 그 시대의 모습. 만약, 그녀의 세심한 묘사가 있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 시대의 고통을 바로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외딴방은 37개의 방이 있다. 이 방들 중에 나의 외딴방도 존재할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나에게도 외딴방에 들어가 문을 굳게 잠그고 세상을 회피하고 싶을 때는 있을 것이다. 그녀가 늘 그러했듯이, 그녀뿐만이 아니라 7~80년 그 당시에도, 현재에도 외딴방의 테두리 속에 아직도 갇혀 허둥대며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 자들에게 아직은 어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자그마한 일이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 그들의 작은 희망을 놓치지 않게 해주는 밧줄이 되는 것일까. 아님 그들의 어두운 외딴방에 한 줌 햇살이 되어 환히 비추어주는 손길이 되어주는 것일까. 잘은 모르겠다. 내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가에 대해서도 확실한 답을 하지 못하는 내가, 과연 어두운 외딴방에 갇혀있는 그들을 구제할 수 있을 런지는.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은 내 주변 사람들을 외딴방에 가둬두진 않을 거라는 각오를 다지는 것과 외딴방에 들어가게 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것뿐이다. 만약, 나만의 외딴방이 아주 자그맣게 라도 존재한다면, 아직은 어린 열일곱의 나는 ‘신경숙’ 작가가 아닌 사람으로서 마주 앉아 간소한 대화를 한마디 나눠보고 싶다. 당신에게 있어서의 외딴방은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당신을 더욱 높은 곳으로 비행시키기 위해 거쳐야 할 하나의 단계가 아니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