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좋은날을 읽고 운수좋은날

현진건의 `운수좋은날`
처음부터 시작되는 불길한 예감이 결말의 비극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다. 단편 소설의 기틀을 확립한 소설가 현진건의 작품 `운수 좋은 날`은 그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사실주의적 경향이 잘 나타나 있었다.
가난한 인력거꾼 김 첨지는 한동안 수입이 변변치 않다가 어느 날 의외의 큰 벌이를 해서 기뻐한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인 치삼과 어울려 술을 마시면서 운수가 좋은 날이라 하면서도, 취한 그는 조금 전에 자기를 모멸하던 어떤 여인에게서 받은 불쾌감, 돈에 대한 억울한 복수심 등을 푸념과 함께 늘어놓는다. 여기서 그는 계속 불길한 예감에 휩싸이게 된다.
꼭 집에 있는 병든 아내가 죽어 버렸을 것 같은......
이 부분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암시와 함께 독자들로 하여금 불길한 느낌이 들게 하여 작품 속의 인물과 심적인 공감을 형성하게 하는 것 같았다.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생략)

하는 사람을 잃은 그 슬픔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익히 예상했던 결말이었지만 작품 속의 분위기에 도취되어 버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평소 잘해주지 못하던 아내를 그렇게 허무하게 떠나보낸 것이 김 첨지 자신을 더욱 더 안타깝고 슬프게 만들었을 것이다. 괴상하게 운수 좋은 하루, 그것은 닥쳐올 김 첨지의 불행에 대한 하늘의 위로였을지도 모른다. 김 첨지에게 돈에 대한 복수심을 심어 준 세상의 조그만 선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비극적 결말에 대한 작품의 반어적 암시였다.

김 첨지는 그 시대 민중의 전형적 모습으로 작가는 김 첨지를 통해 서민들의 애환을 나타내 고 있었다. 작품의 이야기를 떠나 여러 가지 특징이 잘 나타난 소설이었다. 인물간의 욕설 섞인 대화로 하층민의 생활상을 보여 주어 현장감을 높였고 작품 전반에 걸친 암시적 배경처리가 돋보였으며 현실 속의 빈곤과 불행을 역설적으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중 인물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감 있는 심리묘사가 두드러졌던 것 같다.
빈곤한 생활 속에 아내마저 떠나보내게 되는 김 첨지의 불행이 흡사 혼란한 시대 속에 나라마저 빼앗긴 그 시대의 우리 민족과도 같았다. 김 첨지에게서 아내를 빼앗아가듯 일제가 우리민족에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아갔다. 나는 현진건이 이 소설을 지은 이유가 그 시대적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작품 속의 이야기 외에 다른 무언가를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운수 좋은 날"을 말하자면 사회의식과 극적인 효과가 잘 결합된 사실주의 소설이었으며 인력거꾼에게 다가온 작은 행운이 아내의 죽음이라는 불행으로 역전되는 슬픈 소설이었다. 끝 부분의 반전과 내용을 염두에 둔 반어적 제목 또한 인상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