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

나의 유예 기간
-유예를 읽고
인간에게 가장 두렵고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귀신, 테러, 바퀴벌레...? 물론 그런 것도 무섭지만 내 생각에는 죽음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큰 공포, 두려움의 대상인 것 같다. 죽음 앞에는 귀신, 바퀴벌레 등은 그저 하찮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 생애에 종지부를 찍는 것. 죽음으로 자신의 무대의 막을 내리게 된다. 어떤 삶을 살았던지 죽음 앞에서는 누구든지 두렵고 나약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자신이 원하지 않고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은 한없이 클 것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가장 크고,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나면서 비참한 곳은 전쟁터 것 같다. 서로를 죽여야만 자신이 살 수 있고, 자신이 죽인 사람의 머릿수대로 자기의 업적이 비례되는 곳이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렇게나 비극적인 것이 또 있을까.
내가 읽은 오상…(생략)

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으며 생존하려는 모습은 처절하리라 만큼 절실하게 보여졌다. 하지만 자신을 추스르며 다시 일어서는 소대장의 모습을 보며 나는 그에게서 대단한 의지를 느꼈다.
내가 소대장이었으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나약한 나를 보며 좌절했거나, 이런 상황을 비판하며 포기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소대장의 굳은 의지가 무척 부러웠다.
소대장은 자신과는 같은 국군이 총살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총살당하는 국군을 자신처럼 느끼며 그의 총부리는 인민을 향해 겨눠진다. 그로 인해 소대장은 인민의 포로가 되고 인민의 물음에 침묵을 지키는 태도에 소대장의 유예기간은 점점 줄어든다. 결국 들판 위에서 인민군의 총살에 그만 무릎을 꿇고 차디찬 눈 위에서 붉은 선혈을 흘리며 서서히 죽어 가는 나약한 생명이 안타까움이 그려진다. 사람을 죽이고는 아무렇지도 않는 인민군들. 소대장의 죽음은 그저 적군을 죽인 것 뿐, 인민군 자신들과는 무관한 것이다. 이곳은 인간의 생명을 난무하게 짓밟는 전쟁터인 것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는 전쟁의 비극성을 좀 더 느낄 수 있었다. 전쟁에서 인간은 얼마나 허무한 존재인가. 그저 살상 도구로 밖에 취급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들은 어떠한가. 입시라는 관문 아래에 서로를 밟고 경쟁해야지 만 명문 대학을 들어갈 수 있는 현실은 사실 전쟁과 다름없다. 총이나 칼을 들고 육체적으로 서로를 죽이는 것만이 전쟁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기계로 전락한 우리들 또한 사람을 죽이는 도구로 전락한 소대장, 인민군과 다를 게 없다. 내가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나를 만들기 때문이다. 무엇을 위해 사는지 왜 이래야만 하는지-. 소대장의 마음도 이런 내 마음과 같았을까?
전에 미국에서 사상 최대의 테러가 발생했다. 테러로 인해 수많은 생명이 죽거나 다쳤다. 그 사람들은 자신이 원한 것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맞이한 죽음이었다. 미래는 알 수 없다. 나도 언젠가 그들처럼, 소대장처럼 원치 않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과연 그 상황에서 나는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좀 더 열심히 살걸..’하는 생각을 가지고 죽을 것인가?
아니다. 결코 그러고 싶지 않다. 꼭 갑작스러운 사고와 죽음 때문이 아니더라도, 나를 위해서, 좀 더 발전된 나를 만들기 위해서, 하루 하루를 감사히 여기며 맡은 일에 충실히 하는 내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