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를 읽고 `유예’를읽고1

‘유예’를 읽고..
전쟁. 이 단어는 듣기만 해도 섬뜩한 느낌을 준다.
전쟁이 아픔을 겪어보지 못한 나지만 이 책을 읽고 그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단지 생각이 틀리다며 벌인 혈육간의 살육전이었기에 우리 민족은 더욱 큰 아픔을 느껴야 했다. 이런 이유 같지 않은 이유만으로 같은 민족을 죽여야 하는 상황은 인간의 본질과 삶 자체에 대한 깊은 회의를 낳게 했다.
전쟁의 아픔을 잘 그려낸 전후소설은 일반적으로 전쟁에 처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에 본받을 가치가 많은 것 같다. 이 작품에서는 ‘그’의 죽음에 대한 담담하고 의지적인 자세를 본받아야 하듯이 말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유예`는 인민군에게 총살을 당하기까지 미루어진 주인공의 죽음의 시간, 곧 `한 시간`의 시간을 의미한다.
이 소설은 그 한 시간에 집중되어 그때 느낀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과 과거의 …(생략)

의 본연은 싸우다 죽는 것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의지를 굳힌다. 그 한 시간 동안 수많은 고민을 하고 또 했을 그 상황에서도 그가 ‘죽음’을 택한 것은 어떤 극한적 상황에서라도 자신의 신념과 양심을 저버리지 않으려는 의지가 있고, 그것이야말로 그에게는 진정한 의미의 삶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처참하게 죽는다. 하지만 대조되게도 그들을 죽인 인민군들은 자신의 임무만 수행하면 된다는 의식을 가지고 사람의 죽음이라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그 태도에서 왠지 모를 쓸쓸함을 느꼈다.
‘유예’.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비극적인 전쟁의 모습을 보여준 소설.
전쟁 때문에 무의미하게 희생되는 한 인간의 생명과 그로 인하여 파괴되는 개인의 삶.. 정말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이제 모든 것은 끝난다.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정확히 끝을 맺어야 한다. 끝나는 일 초 일 각까지 나를, 자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의지가 부족한 나에게 정말 마음속 깊게 와 닿는 이 말..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주인공처럼 그렇게 강인할 수 있을지 아직 썩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그처럼 그렇게 신념을 굽히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 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내 삶이 더럽혀지는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