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를 읽고 유예…1

유예
저자 : 오상원
출판사 : 두산동아
여러 책들을 읽으며 난 정말 마음을 찡하게 만든 책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 책이 바로 유예이다.
평소에 난 학교에서 추천해주는 권장도서보다는 베스트 셀러나 만화 같은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읽은 권장도서를 읽고 나면 `음~ 좋은 글이다` 아니면 `글을 잘 쓰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지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린다던가 그 책 중에 한 구절이 마음에 들어 몇 번씩 마음속으로 되새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읽은 책들 그러니까 권장도서중에서 눈물을 흘리며 마음에 드는 구절을 몇 번이고 다시 읽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이 책은 6.25당시 수색대의 소대장을 맡은 주인공 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가 진 솔하는 수색대는 적의 배후 깊숙이 파고들면서 본대와 연락이 끊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나가 이끄는 수색대는 남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하고…(생략)

시 남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몇 칠을 걸었을까 산세 험한 산길을 오르다가 비탈에 구르고 있는 힘을 다해 그곳을 다시 오른다 그렇게 오르고 나서 정신을 잃고 아침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일어나 보니 마을 이였다. 하지만 사람이라고는 하나 없는 그 화량함... 그러다가 나는 이상한 발소리를 듣게 되고 그 소리를 듣기 위해 나는 맞은편초가집으로 간다. 그리고 거기서 나는 미군 전투복장을 입은 사람을 보게 되고 ! 그 사람이 총살당할 것이 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조금의 주저도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그 사람은 눈으로 덮인 둑을 걸어가고 여기서 나는 무모하다 는걸 알지만 총을 쏜다. 그렇게 해서 주인공인 나는 적에게 잡히고 만다. 나가 정신을 다시 차리고 깨어난 곳은 쾨쾨한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자신이 눈 덮인 하얀 둑을 걸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한시간이라는 죽음 직전의 ?「?받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이 후퇴해오면서의 일을 쭉 회상해본다. 다시 발소리가 들리고 사닥다리가 내려온다. 이제는 하얀 눈이 쌓인 둑 위를 걸은 시간이 나에게 다가온 것이다. 한시간의 유예동안의 그의 생각은 끝이 나고 적군에 재촉과 함께 죽음의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그는 둑 위를 걸으면서 자신에게 암시를 건다. 아무 것도 없으며 곧 모든 것이 끝나고 그리고 끝나는 일초 일각까지 나를, 자기를 일어서는 안 된다고 그렇게 자신에게 최면을 걸며 굳은 의지로 흰 눈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앞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이 끝나면 그들은 총을 매고 본부로 돌아가 눈을 털고 추위에 손을 비비며 화로에 손을 녹일 것! 이라고 아무 것도 아니라고....이 작품은 포로로 잡힌 국군 소대장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그에게 주어진 한 시간이라는 삶의 유예기간 동안 피살자인 그가 느끼는 여러 상념들을 의식의 흐름 이라는 수법으로 처리하여,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의 심리상태를 조명하였으며, 전쟁의 비극성이나 무의미함을 표출하고 있다. 전쟁 자체의 비극성보다는 그런 전쟁 속에서의 인간의 심리를 탐구한 작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슬픈 구절이 "눈앞엔 흰 눈 뿐, 아무 것도 없다. 이제 모든 것은 끝난다.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정확히 끝을 맺어야 한다. 끝나는 일초 일각까지 나를 자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라는 부분이었다. 솔직히 사람들은 살아오면서 자신을 많이 잊어버리고 끝을 마무리 짖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에 반해 여기에 나오는 나는 자신의 끝을 잘 맺고 자신을 잊지 않았다. 죽음 앞에 비굴하지도 않았고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자아에게 속삭인 것이 가장 인상에 남은 것 같다. 나라면 죽음이라는 순간이 다가오며 이렇게 담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비굴할지도 모르지만 비굴하지는 않더라도 방황하고 거부하고 두려움에 초조함에 감당할 수 없는 감정들로 인해 울지도 모른다. 하얀 눈이 가득 쌓인 둑을 뒤돌아보지 않고 똑바로 걷지 못하고 후들거리는 다리와 가빠오는 숨,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한두 걸음 걷다가 털썩 주저 앉아버릴지도 모른다. 아니 그전에 하얀 눈이 쌓인 둑을 걷던 아군을 총살에 총을 겨누지 못하고 숨어 두려움에 떨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살아 남한으로 돌아가도 나 !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고 나는 어쩔 수 없었다고 그렇게 자기 위안을 시키면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멋지고 아름다운 끝을 위해 노력하고 준비하고 좀더 나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온 나에 대해 깊은 감동과 존경심이 생겼고 좀더 나은 나를 위해 오늘부터라도 한발 자국 한발자국 걸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