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를 읽고 전쟁과 인간

전쟁과 인간
오상원의 ‘유예’를 읽고.
신문에서 사람이 받는 스트레스 지수에 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100을 최고 수치로 보았을 때 출산의 고통은 60. 태아가 산도를 빠져 나오며 겪는 고통이 70, 배우자의 죽음이 70정도로 환산된다고 한다. 전쟁은 최고 수치인 100을 기록했다. 전쟁이 개개인의 인간에게 주는 고통이 그만큼 극심하다는 뜻일 것이다.
‘유예`는 전쟁 속에서 소모되어 가는 한 개인에 대한이야기다.
주인공은 방금 전 누군가가 죽기 위해 끌려 나갔을 것이 분명한 지하실에 갇혀 있다. 그가 전쟁에 참가한 것이 강제였는지 선택이었는지 모르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상대군은 그의 적이고 이제 그는 포로이다. 그는 남이냐 북이냐를 선택해야할 한 시간만을 죽음의 유예기간으로 선사 받는다. 한 시간동안 그는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시간적 상황이 드러나 있지 않고 정신없이 머릿속을 흘러가는 듯한…(생략)

이 얼마나 아름답고 찬란할지도 몰라도 그 과정은 시체를 건너고 건너는 일 일뿐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동물적 본성을 억누르기 위해 그토록 강조해 왔던 도덕과 윤리가 무너진다. 사람들은 자신이 사람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었던 가치를 잃어버린 채 되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이래야 하는가하고. 아무리 고귀하고 훌륭한 목표라도 인간의 존엄성을 잃은 살육을 정당화시키진 못한다. 그래서 성전이라는 건 존재할 수가 없다. 그것은 ‘아름다운 살인’이나 ‘뜻 깊은 방화’처럼 말이 안 되는 말이다. 이상이 내가 ‘유예’를 읽고 느낀 전쟁의 참혹성과 인간의 전엄성 상실의 두려움에 대한 단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