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갈리아의딸들 이갈리아의딸들

남녀가 바뀐 사회
- ‘이갈리아의 딸들’을 읽고 -
몇 주 전, 3일 앞으로 다가온 중간고사로 인해, 학생들이 막바지 공부에 치중하고 있었을 때의 일이었다. 아마 그 날이 일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기에, 나와 몇몇 친구들은 영양보충을 위해서 짜장면과 탕수육, 만두를 시켜서 먹고 있었는데, 왠지 여학생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남자 기숙사와 여자 기숙사 사이의 통로에 점점 모여들고 있었는데, 그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물론 그 때 당시에는 그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들어와서 다시 창밖을 내다보니까 형들과 누나들이 싸우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했는데, 1학년 전체가 급히 소집되었다. 그 때 나는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었다. 몇몇 변태적 가학성 성향 및 비틀어진 영웅주의에 빠져 있는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의 치마 속을 찍고, 또 여학생 기숙사를 엿 보았다는 것이다.
그 때 나는 상당히 어이가…(생략)

을 내다보고 있던 것 같다고 그랬다. 그렇다면, 남학생 기숙사에서 여학생 기숙사를 훔쳐봤다고 추정되는 사람들도 그냥 밖을 내다보고 있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이것은 전형적인 가부장제 사회의 유물이다. 현재 우리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녀평등을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 곳곳에 아직도 남녀 불평등의 잔해가 남아있고, 오히려 남녀평등을 주장하다 보니까 남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경우가 바로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예들이 더 있다. 남자 선배가 여자 후배의 엉덩이를 두드리거나 볼을 꼬집으면서 ‘귀여운 것’이라고 하면 성폭행으로 기본적으로 뺨 맞기부터 시작해서 경찰에 끌려갈 수도 있다. 그러나 여자 선배가 남자 후배에게 그런 행동을 하면, 그저 귀여워서 그러나 보다가 된다. 그러나 사실, 이런 것들을 통해서 오히려 얼마나 여자가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여자가 남자를 성추행하는 것을 신고하지 않는(물론 정도가 약했을 경우)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이 남자가 여자를 성추행하는 것보다(물론 이것도 정도가 약했을 경우) 더 옳은 일이기 때문인가. 그것은 아닐 것이리라. 이것은, 얼마 전까지의 남자와 여자가 불평등하던 우리 사회가 남녀 평등이 누가 보아도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로 가는 과도기에서, 오히려 핍박받던 여자만큼, 그 반작용으로 남자가 지금 조금씩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 전까지, 아니 요즘도 남아있는 남녀차별의 폐해가 무엇일까. 그러한 예시는 우리 주변에서 아직도 수없이 찾을 수 있다.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일부다처제를 들 수 있다. 이것은 전적으로 여자의 행복보다는 남자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아직도 아랍계 국가에 남아있다. 가까이는 임신과 회사에 관계된 문제도 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결혼을 하거나 임신을 하게되면 여사원의 경우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것들을 꼬집은 풍자 소설이 바로 내가 읽은 브란든 게르드베르크 저, ‘이갈리아의 딸들’이다. 이 책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철저하게 바뀌어 있다. 심지어는 용어조차 현재 우리 사회에서 쓰이는 남성중심적인 용어가 아닌 여성중심적인 용어로 바뀌어있다.
실제로, 이 책의 가장 큰 풍자는 바로 용어인 것 같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맨움과 움을 들 수 있다. 현재 서구 사회에서는 Woman과 man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Woman을 분해해 보면 여성을 나타내는 Wom이라는 부분과 남성을 나타내는 man이라는 부분이 있다. 즉 Woman이란 여자를 남자의 한 종류로 생각하는, 다분히 남성 우월적인 발상인 것이다. 이러한 단어 상의 문제 때문에, 저자는 여성 우월적인 사회에서는 여성을 나타내는 Wom 이라는 어근을 더 우선시하여 단어를 만들어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여자를 Wom, 남자를 Manwom이라고 표현했다. 상당히 독특한 발상이지 않는가.
또 있다. 크리스트 교도가 자주 쓰는 말, “오! 하느님 아버지!”라는 말도 “오! 하느님 어머니!”라고 쓰이고 있다. 누가 신을 남성이라고 생각한단 말인가. 누가 신을 보았는가? 여성이면 안되는가? 라는 발상에서, 그리고 만약 우리 사회가 여성 우월적 사회라면 아무래도 여자가 신인 편이 더 그 사회에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에 “오! 하느님 어머니!”라는 용어를 채택한 것 같다. 크리스트교에서 숭배를 받는 예수 그리스도도 여성 우월적 사회, 이갈리아에서는 도나 제시카라는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이 책으로 들어가 보자. 이 책은 크게 2 부분으로 구성되어있다. 첫 번째 부분을 먼저 보자. 주인공 페트로니우스는 남자 아이이다. 우리 사회로 치자면 여자 아이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다. 페호를 차기도 한다. 페호란 남자아이가 어느 정도 크고 나면 국부를 가리는, 그러니까 우리사회로 치자면 여성들이 그녀들의 젖가슴에 착용하는 브래지어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도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꼬집은 것 중의 하나이다. 어째서 여성만이 신체의 돌출부에 무언가를 이용해야 한단 말인가. 만약 여성에게 브래지어가 필수적인 것이라면 남성에게도 페호라는 물건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갈리아의 사회에서는 모든 남성들에게 페호가 필수적인 물품이다.
또한 이 책 1부에서 페트로니우스는 심지어 성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여기서 성폭행을 당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여자가 남자를 성폭행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는 상당히 엽기적인 일일 수도 있지만, 이갈리아에서는 정상적인 케이스의 성폭행(..;;)일 것이다. 그곳에서는 남자는 조용하고 정숙하게 클 것을 강요받고, 여자는 활발하고 능동적으로 클 것을 강요받는다. 그러한 사회에서 남자가 여자를 성폭행하는 것은 그야말로 엽기적인, 우리 사회에서 치자면 여자가 남자를 성폭행하는 것과 비슷한, 그보다 더 심한 일이 될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일을 당하면서 페트로니우스는 움과 맨움의 차별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고 그 이유를, 자신이 차별 대우를 받아야만 하는 이유를 고민하게 된다.
2부에서는 그러한 고민의 끝에 맨움해방운동(우리 사회로 치자면 여성해방운동)을 벌이게 된다. 페트로니우스와 그의 친구이자 맨움해방운동의 동료, 시드리안이 부성보호도 받지 않겠다고 말한다. 우리말로는 다 큰 여성이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여기서 잠깐 부성보호라는 대목에 주목하자. 페트로니우스는 이 부성보호라는 것을 맨움의 자유를 철저하게 빼앗고, 남은 여생을 평생 아내인 움을 위해서 봉사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그것은 이갈리아의 모습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우리 사회의 여성은 결혼함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다니더라도 상당한 지장을 받게 된다. 그리고, 결혼한 아줌마가 집에서 애나 보지 무슨 일이야 라는 둥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갈리아의 경우를 통해 우리의 사회를 보자면, 우리 사회에서는 사랑의 결실이라고 일컬어지는 결혼도 사실은 남녀 불평등의 하나의 온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에는 맞벌이 부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다.
아무튼, 이러한 내용의 2부의 끝에서, 저자는 맨움해방운동으로 인해 점점 바뀌어가는,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처럼 아직 완전한 해결을 보지 못한 이갈리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페트로니우스는 민주주의의 아들이라는, 우리 사회와 똑같은 가부장제와 같은 소설을 쓴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와 비슷한 이야기지만, 이갈리아에서는 엄청난 충격을 준다. 심지어, 페트로니우스는 그 소설로 인해 그의 어머니인 브램 장관에게조차 비판을 당하게 된다. 우리 눈에서는 상당히 정상적인 이야기가 말이다.
아무튼, 이 소설은 남녀간의 관계를 상당히 적나라하게 잘 드러내 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봤을 때 딱 1가지 문제점이 있다. 바로, 이야기가(물론 가부장제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시각에서) 너무도 외설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남자와 여자간의 성적 불평등을 묘사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겠지만, 내가 처음 이소설을 읽을 때 나는 이 소설이 3류 포르노, 속칭 야설인 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이러한 책이 우리학교의 권장도서가 된 것이 우리학교의 행정착오인줄로만 알았다. 이러한 외설적인 면은 자칫 잘못하면 저자의 본뜻을 전달하기 보다는 내가 생각한 것처럼 오히려 이 책을 3류 포르노 소설쯤으로 전락시켜 버릴 수도 있다.
어쨌든, 이 책은 내가 본 책들 중에서 남녀 평등에 대해서 가장 잘 꼬집은 책인 것 같다. 앞으로, 사소한 것에서라도 여성을 차별하지 않고, 그렇다고 여성 온정적이지도 않은 중도를 걸으면서, 남녀 평등을 지향해야 겠다.



p.s 맨 처음 인용한 예시는 저의 주관이 반영되었을 수도 있고, 제가 잘 못 알고 있 는 것 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제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 중에서는 가장 남녀 평등이라는 주제에 걸맞는 사건일 것이라는 생각에 인용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