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고 독후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고>
4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이 올해에는 아테네에서 열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운동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면 승리의 여신 니케가 편을 들어 준 것이라
던가, 아깝게 패배한 경우에는 행운의 여신으로부터 외면당했다던가 하는 표현도
신문이나 방송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당연히 어느 때보다도 그리스와 그리스 신화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리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신화’인
만큼, 그리스 로마 신화는 한번쯤은 읽어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아주 어렸을 때 그림책으로만 접했던 그리스 신화를 다시 읽는 것은 생각외로
신선한 경험이었다. 신이 God인지 Shoes인지 조차 구분 못할 그때부터, `제우스`라
는 멋진 발음은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헤라의 도도함과 비너스의 아름다움은 광고
에서, …(생략)

문학작품을 읽는 차원을 넘어서 어떤
‘코드’를 읽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신화라는 것이 결국 상상력의 산물인 만큼
독자의 사고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넓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고, 특히
그리스 신화는 서양 문화 전체를 아우르는 코드의 큰 일부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의 서두에서 작가는 신화는 미궁이라는 비유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신화를 푸
는 12가지 열쇠를 하나 하나씩 맞춰 나간다. 첫 번째 열쇠로 등장한 신발.. 신발에
관한 이야기는 영웅 이아손과 테세우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신데렐라 이
야기로 전개된다. 그러면서 작가는 새로운 시각의 신발을 제시한다. 그 신발의 의
미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신발은 우리 자신을 의미한다면 신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은 신발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다가 나중에서야 그것을 깨닫는 것이다. 이것은 신화를
통해서 인간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무에 대한 예의`라는 주제에서는 아폴론에 쫓기다 월계수로 변신한 다프네의
이야기와 나무를 함부로 파괴한 인간에 대한 징벌로 이빨만 남아버린 에뤼시크톤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절제한 파괴에 대한 경고를 한다. `저승에도
배삯이 있어야 한다`라는 카테고리에서는 그리스인들의 저승세계관을 설명하고 있
는데, 이 또한 많은 부분에서 우리의 전설과 민담에 유사한 내용이 많음이 우연이
기보다는 인간의 근본적인 저승세계관이 일치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제우스와
그의 아들 헤르메스를 극진히 대접한 노부부 바우키스와 필레몬 역시, 우연히 보
아 넘길 수 있는 나무들이 노부부의 친절한 마음과 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의 결
과로 생겨난 것이라는 의미를 전함으로써 자연친화적인 그리스인의 세계관을 보여
주고 있다.
서양의 신화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방종한 인간에 대한 신의 징벌에 대한 부분
에서 그리스 신화는 성서와 동일하게 물의 심판으로 묘사된다. 제우스가 내린 물
의 심판으로 모든 동식물들이 멸종하였는데, 죄가 없고 착한 데우칼리온과 퓌리
라는 부부를 살려준다. 마치 성경의 노아의 방주를 생각하게 하는 물의 심판이며,
물에 의한 또 한번의 심판인 필레몬과 바우키스와 관련한 부분은 성경의 `소돔과
고모라`이야기와 매우 닮았다. 신화는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던 인간이 신의 섭
리를 거역하고 음탕하고 방종으로 흐를 때 반드시 징벌을 한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을 빠져나오게 해준 `아리아드네
의 실타래` 이야기를 통해 독자 스스로 신화의 미궁 탈출을 시도하라고 부추긴다.
하지만 맺는말에서는 아직도 미궁에서 헤어나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변신을 일삼는
프로테우스와 아리스타이오스를 예로 들며 신화를 잡아 묶는 사슬, 즉 상상력으로
신화의 본모습을 보라고 충고한다.
이 책은 상당히 가슴에 다가왔다. 그리스 로마신화를 새롭게 해석하려는 노력이
그 동안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전체적인 시각은 거의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은 새로운 시각으로 그 동안의 것을 아우르고 있다. 막연하게만 보였던
신화라는 미궁에서 한발짝 움직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올림픽이 끝나도
그리스 신화와 그 안의 신들은 내 마음에서 오랫동안 떠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