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의 눈길을 읽고 눈길 을 읽고

<눈길>을 읽고
‘눈길’은 청소년권장도서 중 한 권인데 기회가 없어서(내가 만들지 못한 탓이기도 하지만)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하는 숙제가 있어서 드디어 책을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소설의 화자는 고향에 대한 증오감을 가지고 있다. 어린 나에게도 예전에 살았던 ‘고향’은 즐거워지기도 하며 어떤 애틋한 감정도 일으키기 때문에 처음에는 ‘나’를 이해할 수없었다. 하지만 장남인 형의 주벽과 노름으로 인한 집안의 파산은 그에게는 고향(가족)을 증오하게 만들었다. 아무튼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증오감을 갖고 있는 `나`는 휴가를 맞아 아내와, 형수와 조카들과 함께 살고 계신 시골의 노모를 찾아간다. 장남인 형의 노름과 주벽으로 집안이 파산을 겪은 후부터, 그리고 형이 조카와 노모를 맡기고 세상을 떠난 뒤로 노모와 나는 거의 남남으로 살아 왔다. 어떤 것 보다 진하다는 혈육의 정인데…(생략)

아먹은 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고등학생인 내가 집이 팔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려갔을 때 어머니는 그 사실을 감추고 집주인의 허락을 받아 아들에게 밥을 해주고 잠까지 재워 보냈던 것이다.
아내는 그치지 않고 나를 떠나보낼 때의 심정을 캐묻지만 노모는 끝내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노모와 아내가 잠자리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그 때 처음으로 자기가 돌아간 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노모는 그 날 새벽에 아들을 멀리까지 배웅하고 하얀 눈길을 밟으며 돌아오면서 눈길에 남아 있는 발자국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며, 아들의 앞길이 잘되길 빌며 돌아왔다고 한다. 엄마의 사랑이 가득 담긴 이 구절은 너무 감동적이었다. 내가 느낀 것처럼 ‘나’도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끄러움을 느끼며 눈물을 흘린다. 내가 잠을 자고 있지 않는 것을 눈치 챈 아내가 나를 흔들어 깨우지만 나는 일어나지 않고 버틴다.
내가 워낙 역사 추리 소설류를 좋아해서 항상 긴박하고 스릴넘치는 책을 많이 접하는데 오랜만에 여유롭게 가족의 정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처음에 책을 읽지 않았을 때에는 ‘눈길’을 ‘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내용을 읽어보니 ‘눈이 내린 길’인 것 같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니 ‘아들이 엄마를 보는 시선’ 혹은 ‘엄마가 아들을 보는 시선’ 즉 서로에게 담긴 애정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제목에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니 또 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