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의 눈길을 읽고

내게 어머니란 존재를 일깨워준 이청준의 ‘눈길’을 읽고...
사람들은 보통 위급함을 느낄 때 무의식적으로 어떤 특정한 감탄사를 내뱉곤 한다. 바로 ‘엄마!’ 라는 말이다. 왜 하필 ‘아빠’나 친한 친구의 이름이 아니라 ‘엄마’일까? 그건 아마도 엄마, 즉 어머니라는 존재가 머릿속에 차지하는 영역이 그만큼 많다는 말일 것이다. 이청준의 ‘눈길’이라는 소설은 내게 이 어머니라는 존재를 새삼 깨닫게 해 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어머니를 이해 타산적인 관계로 인식하는 ‘나’와, 집안의 모든 불행을 자신의 부덕함으로 돌리는 어머니, 그리고 그 둘 사이를 연결시켜 주는 아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머니는 자신의 집의 지붕을 계량하고 싶어하고, 아내는 그 소망을 표출시키려고 시도하지만, ‘나’는 어머니에게 갚을 빚이 없으므로 자신이 그 일을 해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의 그런 사고방식이 이해가 가…(생략)

정은 자식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말이다. 이 글에서 어머니는 이 속담과 같이 자식을 위하는 마음이 한없이 큰 인물이다. 아들의 노골적인 적대감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아들을 끝까지 위하며 감싸주려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랑을 느끼지 못하던 아들이 사랑을 깨닫게 되었을 때는 어두웠던 마음 한쪽 구석이 점점 밝아오는 것을 느꼈다. 효라는 개념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던 예전에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이 소설을 통해 일어나는 것을 보며, 나는 이런 인간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갑자기 부모님께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어졌다.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