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를 찾은 아이 딥스 자아를찾은아이딥스를읽고독후감

‘자아를 찾은 아이 딥스’를 읽고
작은 계기로 우리는 인생의 길이란 것이 바뀌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딥스의 경우가 엑슬린을 만나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버지니아 M. 엑슬린은 1940년대 C.Rogers가 성인치료에서 내담자 중심접근을 발달시킨 것을 엑슬린이 놀이치료 기법으로 응용하였다. 엑슬린은 치료자가 갖추어야 할 8가지 기본원칙 - ①치료자는 아동과 좋은 관계(레포)를 형성한다. ②치료자는 아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③치료자는 아동이 자신의 감정을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④치료자는 아동이 표현하는 감정을 민감하게 느끼고 인정하며 그것을 아동에게 반영시켜줌으로써 아동자신이 자기 행동에 대한 통찰력을 얻도록 해준다. ⑤치료자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아동의 행동을 지시하지 않는다. 명령, 비난, 질책보다는 격려, 시인을 더 많이 사용한다. ⑥치료자는 아동이 기회만 주어진다…(생략)

한 행동이나 반응을 보이는 산만하고 괴이한 행동을 하는 딥스.

“목요일이 기다려져요, A선생님을 만나거든요. 병정을 묻어 버리기도 했어요. 인형 집에 모든 문을 잠궈 버리기도 했어요. 모래를 가지고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것을 상상의 날개를 펴고 만들었어요. 병정을 가지고 전쟁 놀이도 했어요. 때론 묻어 버리기도 했지만요. 고사리 같은 손에 물감을 요리 조리 묻혀서 그리는 핑거 페인팅도 했어요. 좋아하는 놀이방 선생님도 그렸어요.”

이것이 딥스의 놀이 치료의 내용들이다. 하지만 놀이라 하는 얼핏 미숙해 보이는 것 같은 행동을 통해서 딥스는 자신은 찾아가고 있었다. 놀이 치료란 것은 자폐증으로 타인도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성숙한 인격을 갖추게 해 주는 역설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딥스는 일주일에 한번 만나는 A선생님과의 놀이 과정을 통하여 자신을 존중하고 자신의 의사를 밖으로 표출할 줄 알며, 항상 물에 떨어뜨려 놓은 기름처럼 그 그룹에 섞이지 못하는 아이에서 누구와도 어울려 놀 수 있는 사회성을 가지게 되었다.
딥스는 놀이 방에서 대장이었다. 자신의 마음대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옆에서 자신의 행동하나 하나를 간섭할 사람은 없었다. A선생님은 적당한 거리에서 딥스를 바라보았다. 딥스의 발뒤꿈치를 쫓아 다녔다. 말을 할 때에도 A선생님의 이야기는 딥스가 말하는 것에 1/5가량밖에 되게 짧게 말했다. “네가 그리고 싶은 대로 마음껏 그렸구나.”, “여러 가지 색깔을 썼구나.” 등 딥스가 자신을 더 표현하고 더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선생님이 눈으로 본 그대로를 반영적으로 묘사해 주었다. 딥스에게서 엔슬린 선생님은 어떤 존재였을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딥스 그 주위에는 어둠으로 둘러싸져 있었다. 앞이 깜깜하기에 자기 자신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마치 그 조그마한 아이를 덮쳐 삼켜 버릴 것만 같았다.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몰랐다. 그때 작은 촛불이 그 무섭디 무서운 어둠을 잠재워 버렸다. 작은 촛불은 바로 A선생님이었다.
액슬린 여사의 맺는 말에서, 딥스의 성장에 대한 정리가 있었다.
딥스는 어렸을 때 어두운 시절을 보냈고, 한동안 삶의 그늘 속에서 살았다. 그러나 그는 그 어두운 시절로부터 벗어나 자신이 인생의 그늘과 양지를 잘 수습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발견할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그는 총명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감수성이 예민한 인간으로 성장해 갔다.
딥스를 통해 우리는 “개인적인 성장의 증진은 지적인 면을 개선시켜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둘러싼 세계를 헤쳐나갈 만한 정서적인 힘을 길러주는 것이 우선 이라는 것을. 많은 능력을 갖기보다는 먼저 능력있는 사람으로 느껴야 한다는 것을.” 보게 된다.
굳어진 벽돌에는 글씨를 새길 수 없다. 그러나 아직 굳어지기 전에는 글씨를 새길 수가 있다. 사람의 마음도 굳어져 버리기 전에 아이의 마음에 반드시 새겨 넣어야 할 것은 ‘사랑’이라 생각한다. 이 사랑은 글씨로 새겨 넣는 것이 아니라 100% 사랑, 그 자체로서 보고 듣고 느끼게 함으로써 새겨 넣을 수 있다고 본다. 부모님과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아이의 마음에 사랑을 새겨 넣은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의 마음에 사랑을 새겨 넣지 못하고 지나버리면 그 아이는 사랑을 모른 채 자라게 된다. 그런 이유로 해서 많은 정서 장애와 정신 장애, 정신 질환과 학습 장애 그리고 범죄자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본서를 읽고 나서 딥스라는 아이에 대해 내가 가지게 된 경외감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어쩌면 태어나기 전,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자신에 대한 거부감을 느꼈던 것이었을까? 그렇지만, 딥스는 결국은 자아를 찾았다. 굳게 잠갔던 마음의 문을 차차 열었던 것이다. 딥스는 모든 것을 거부하며 자신의 천재적인 능력도 숨겨 왔다. 하지만 액슬린 여사의 차분차분한 도움으로 딥스는 일어날 수 있었다.
내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내가 어릴 적에 느꼈던 몇 서글픈 기억들이 나의 자아가 바로 서는 것을 방해하고, 힘들 때마다 뇌리에 떠올라 나를 쓰러뜨리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옛날 일기장에 써놓았던 것들 때문에 슬퍼하던 때도 있었음을 기억한다.
나는 지금 대학교 2학년이다. 여러 모로, 인격적 성숙이 책임처럼 부과되었고, 많은 사람들과 사귀고 부대끼면서, 각자가 모두 아픔을 끌어안고 사는 이들임을 깨달아 가며 이해의 폭을 넓혀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미국서 간이식 수술을 받고 그 곳에서 초등학교 2학년가지 다니다 귀국해서 학교를 잘 다니다 갑자기 병상에 누워 지내던 제미영씨의 첫아이. 새 담임 선생님께서 우선 전화로 상황 설명한 뒤 아이가 퇴원하자마자 찾아간 학교. 그곳에서 제미영씨의 아이는 동물원의 원숭이와 같았다. 심한 황달로 눈동자와 얼굴이 노랗게 변한 그녀의 아이를 구경꾼을 보는 듯한 반 친구들. 그것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아이의 안부도 물어볼 경황이 없는 선생님. 그녀는 미국에서 지낸 일이 떠올랐다고 한다. 병원에서 자동화로 8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에서 교장, 담임 선생님이 찾아오고 반 아이들의 격려 편지, 카드를 보내고. 학교에 갈 수 없었던 그 아이는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담임 선생님이 방과후 거의 매일 방문, 그날 배운 것을 가르쳐 주었으며 반 친구들이 아이를 위해 그리고 쓴 편지를 전해 주었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눈에는 우리의 학교와 선생님의 모습이 그들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고 그 결과 아이들이 사람으로써, 사회인으로서 갖춰야 도리를 교육받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선생님들의 분발을 요구하고 있었다.
-한국일보 5월 독자에세이 중에서-
어린 시절의 나는 그저 쾌활하고 순진한 어린아이들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은 나의 기억들만이 아니라 내 주위 사람들의 여러 경험들까지 합하여 세상에 대하여 보다 넓은 시선을 이룰 수 있게 되었으며, 딥스를 순간순간 떠올리면서, 내가 원하는 것과 나의 상대자가 원하는 것, 우리가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게끔 추구해 가는 한 명의 전인적 인격이 성숙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신문을 읽다가 발견한 이 글 한편.
그녀가 말하는 진정한 선생님은 어떤 것일까? 정말 참 선생님은 없는 것일까? 사실 나는 아동학과를 2년간 다니면서 진정한 선생님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본서는 하나의 길을 제시해 주었다.
“교사들을 진심으로 성심껏 일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들이 어린아이들에게 제시하는 것 중 어린아이들이 무엇을 얼마만큼 받아들일 것인가는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고, 받아들이는 것도 아이들 나름대로 그 방법이 다르며, 일단 받아들이는 것도 아이들 나름대로 그 방법이 다르며, 일단 받아들여진 경험들을 자신의 세계를 살아 나가게끔 도와주기 때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