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홍련전 장화홍련전

장화홍련전
저자 : 유한준
출판사 : 대일
꼭 `효녀`이어야만 하는 것일까..
진정한 해피 엔딩은 무엇인가..?
어릴 때 너무 좋아했던 이야기중의 하나가 바로 `장화홍련전` 이다.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자도 막힘 없이 말 할 수 있을 만큼 좋아했던 이 소설은 몇 년이 지나고서 다시 보아도 역시 재미있었다. 그리고 문득 드는 의문점 하나가 있었다.
바로 `언제나 우리나라 고전 소설은 해피 엔딩 이어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이다. 국어 시간에 몇 번이나 배웠었다. 우리 나라 고전 소설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바로 `행복한 결말` 이라는 것. `권선징악`을 나타내기도 하는 이러한 결말이 우리 나라 고전 소설에는 유독 그 뿌리가 아주 깊고도 단단하다. 흥부전, 춘향전 등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소설에서부터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소설들까지 통틀어도 주인공이 불행해지며 끝나는 경우는 어쩌면 아주 없을지…(생략)

의문이 생겼다.
모든 이야기들은 등장 인물의 행복이 최대 관건이 된다. 그런데 이 소설 속에서 진정으로 행복해 지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부사 정도? 엄밀히 말하면 부사는 사건을 해결이 나가는 도구적 인물일 뿐이지 행복해 져야 하는 인물의 범주에는 속하지 않는 인물이다.
주인공인 장화와 홍련은 비록 누명을 벗지만 장화와 홍련이 행복해 졌다고 할 수 있는가. 인간의 행복이란 생존했을 때에만 적용되는 것이기에 그 자매는 행복해 졌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아버지는 사건이 마무리 된 후 새 부인을 얻어 장화와 홍련을 닮은 딸을 낳고서 행복하게 살아간다며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부인을 잃고 믿었던 새 부인에게 두 딸을 잃고 그 부인과 새로 낳은 자식들까지 모두 잃은 그 아버지가 정말로 행복한 것일까? 다음으로 장화와 홍련의 계모는 말할 것 조차도 없다. 이미 나쁜 사람이었기에 행복해 졌을 리가 없다.
내가 원하는 결말을 생각해 보았다. 자매가 새어머니에게 잘 보여서 모두 행복해 지는 결말. 그러나 우리나라의 고전 소설들이 효자, 충신 등 철저한 유교 정신에 입각한 인물을 중심으로 내세우기 때문에 자매가 새어머니 장단에 맞추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하겠다.
결국 모두가 행복해지는 끝은 불가능할 것 같다. 선과 악은 결국 대립하게 되고 대립 속에서 타협이라는 것을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선이 굽히고서 타협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주인공인 선이 될 수 없고 또 악이 선에 타협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경계 대상인 악으로 남을 수 없게 되어 버려 전체 틀을 깨지 않고서는 이런 결말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인물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이 `장화홍련전`을 다시 읽음으로 해서 하게 되었다. 어릴 때 이 책에 그렇게나 열광했었던 이유가 그 책의 삽화가 너무 예뻤기 때문이라면 모두가 행복해 지는 결말은 아니지만 소설의 새로운 결말을 생각할 만큼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결말.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을 지금의 내가 좋아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