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평전

전태일 평전
사람들은 대부분 누구나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를 원한다. 그것은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고, 앞으로도 달라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과 30여 년 전 자신을 버려 운명을 달리한 대한민국의 청년 노동자 전태일은 그렇지 않았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알게 되고, 접하게 된 ??전태일 평전??이라는 책을 읽고 느끼게 된 울분과 감동, 그리고 눈물은 형언할 수 없는 것, 그 자체였다.
책은 ??서(序)??를 거쳐 그의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려간다. 전태일의 어린 시절은 그의 삶, 그의 죽음처럼 평범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명석함과 강인한 정신을 겸비한 사람이었고, 그의 아버지는 봉제 노동사였다. 잦은 실패가 이어진 아버지의 사업으로 인해 집안 사정은 날로 어려워졌고, 그로 인해 식구들은 한 시도 편하게 쉴 날이 없었다. 이러했던 사정은 ??평화시장?? ― 그가 한 몸을 다 바쳐 돌아가고자 했던 ― …(생략)

인적인 부당한 노동 조건에서 발버둥치고 있었다. 14시간. 말만 들어도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시간이다. 반나절도 넘는 시간을 ??다락방??이라고 불리는 그 좁고 숨마저 턱턱 막히는 공간에서 쉴 틈조차 없이 손을 놀려야 하는 중노동을 해야 했던 어린 동심들, 그리고 전태일의 삶.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올 정도였다. 언제든 업주가 부르면 일을 해야 하는 흡사 노예와도 같은 신세에 묶여있으면서도 전태일의 삶이 내게 보여 준 것은, 현실에 대한 절망과 포기와 좌절이 아닌 살신성인의 자세와 희망, 그리고 열정이었다.
　돈을 벌어 가족을 살려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일에 매진하기만 해서인지 두 해 반이 지난 다음에야 전태일의 가슴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생겨났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매수 당 지불 액수를 밝히지 않고, 나중에 일이 끝난 다음에야 재단사와 주인이 적당히 타협하여 월급을 지불하는 관행을 보면서 자라난 ??억울하다??라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그가 느낀 ??억울함??은 그가 근로기준법을 발견한 후에 불합리한 노동 조건들에 맞서 싸워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놀라운 변화였다. 이리하여 전태일은 월수입이 4천 원이나 떨어지는 악조건을 감수하고도 재단사가 되기로 한다. 어렵게 재단사가 된 뒤 자신이 불리해지는 상황에서도 여공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그의 행동에서 나는 가슴 깊은 반성과 깨달음을 얻었다. 자신을 위하지 못해 안달인 지금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강하고 아름다운 충격인가.
　노동 운동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한 전태일은 아버지에게 ??근로기준법??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이것은 중대한 반환점이 되어 전태일의 노동 운동에 환희의 빛으로 거듭났다. 당연한 규정들이 악조건에 시달릴 대로 시달린 그에게 최상의 조건이 되어, 그는 마침내 ??바보회?? ― 현실에 적응하고 타협할 줄 모르는, 처세에 능하지 않은 바보들의 모임 ― 을 조직하게 된다. 현실에 뛰어들어 수많은 위험과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존재하기 위핸 대가로 물질적 가치로 전락한 인간상??을 타파하려, ??부한 환경??과 빈한 환경으로 나누어져 버린 경계를 허물고, ??덩어리??를 융해시키고자 각고의 노력을 한다. 이 노력들은, 전태일 그 자신을 버리고, 죽이고 감으로 마무리된다. 온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여 거리로 뛰쳐나와 불꽃 속에서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를 외치며 근로기준법 책의 화형식을 집행했다. 스물 셋의 그가, 목적지로 덩이를 굴리고자 목숨을 버린 것이다.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던 책이기에, 책장을 덮고 나서도 편할 수가 없어 나는 짙고 깊은 한숨을 뱉었다. 누구보다 이타적이었던, 가장 인간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한 가장 인간적인 인간 전태일. 그의 죽음은 노동 운동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고, 근로기준법과 자신을 화형에 처한 한 노동자의 삶에서 뿜어져 나온 불꽃은, 이제 우리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아 그의 죽음을 값진 것으로 만들 또 다른 변화가 되어야 한다. 서로 아끼고, 배려하며 살 수 있는 사회의 튼실한 기초가 되어야 한다.
　??과거가 불우했다고 지금 과거를 원망한다면 불우했던 과거는 영원히 너의 영역의 사생아가 되는 것이 아니냐???라고 반문할 정도로 어떤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았던 전태일, 자신의 밥값을 어린 여공들에게 주어 그들을 먼저 위했던 전태일, 가방 끈은 짧지만 배움의 꿈을 늘 간직하고 학업에 대한 열정을 늘 지녔던 전태일……. 반면 이기심과 포기로 얼룩진 나의 모습들. 내가 보내온 날들은 그에게 얼마나 큰 사치였는가 생각하니 자신이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내일에의 꿈을 키우는 것조차 ??건방진 여유??여야 했던 그의 시대에서 묻어나오는 절절한 고통을 조금이나마 가슴으로 느끼고 나니, 텔레비전을 볼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에서도 빛이 나는 것 같다. 매 순간을 귀중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준 이 책에게 감사하며, 아직도 팽배한 부조리한 현실 속에 차츰 스러져 가는 그의 불꽃이 다시 활활 타오르기를 마음 속 깊이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