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평전 전태일평전

??전태일 평전??을 읽고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생(生)을 두고 맹세한 내가,
그 많은 시간과 공상 속에서,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 될 나약한 생명체들.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
오늘은 토요일, 8월 둘째 토요일.
내 마음에 결단을 내린 이날,
무고한 생명체들이 시들고 있는 이때에
한 방울의 이슬이 되기 위하여 발버둥치오니
하나님, 긍휼과 자비를 베풀어주시…(생략)

지 알고 또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전태일 열사는 노동자를 위해 싸웠고, 노동자를 위해 죽었다. 그의 죽음으로 1969년 연두 기자 회견에선 12번째에 문항에 등장하던 노사문제가 1970년엔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1971년 7번째 문항으로 등장한 것 자체만으로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태일 사건이 던진 충격에 전 사회가 얼마나 동요되었는가를 알 수 있었다.
열사는 항상 굶주려 있는 허기진 배, 항상 지칠 대로 지쳐있는 몸과 마음, 가난으로 못 다닌 학창시절의 서러운 꿈, 부유한 사람들의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천대받고 거부당한 소외감, 끝없는 노동과 방황. 그 지루한 10여 년 동안을 그는 이렇게 철저하게 빼앗기고 철저하게 학대받고 철저하게 좌절된, 눈물마저도 메말라버린 ??밑바닥 인생?? 으로 살아야 했다.
신문팔이도 해보고, 삼발이장사 일도 해보고, 그래도 안되니 구두 닦기 까지 하였었다. 그러다 언젠가 삼발이 장사를 하다가 미수금만 쌓여 갔었다. 열사는 어머니가 위탁소 주인에게 욕먹는 걸 보고 싶지 않아 어린나이에 가출을 했다.
이 대단한 열사의 어린 생애도 이렇게 비참하고 힘들었다니... 모두 누구에게나 어려웠던 시절은 있는 것 같다.
전태일 열사는 14시간 동안 일해서 겨우 커피 한잔의 값을 받고 생활해 왔다. 그러나 그는 꿋꿋이 일을 해 왔고 마침내 1966년 어린아이의 막바지를 만드는 공장의 미싱사로 취직을 하게 되었다. 그때 나이 열일곱, 한창 뛰어놀 나이에 그는 이런 역경 속에서 살아왔던 것이다.
1967년 2월 24일,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날이다. 그가 그렇게 꿈꾸던 재단사가 된 날이다. 그러나 그는 그 당시 ??한미사?? 라는 곳에 취직해 있었는데 그 사장은 태일 열사가 일을 착실히 잘하는 것을 알고 겉으로는 칭찬을 해도 속으로는 더욱더 태일 열사를 심하게 부려먹었다. 그때 태일 열사는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재단사가 되어도 아무런 달라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돈 문제로 겪는 고통은 여전하였다. 언젠가 재단사가 되면 하지 못한 공부를 다 해서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리라고 마음먹었던 것이 열사를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
중학교 1학년 정도의 학력, 하루 15시간의 중노동, 그리고 그날그날 닥치는 생계의 걱정, 이 모든 것이 태일 열사가 훗날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울부짖게 한 동력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돌연 기적과도 같은 부활이 일어났다. 그는 죽음과 좌절을 뚫고 일어나 ??아니다!?? 하고 울부짖기 시작했다. 20년간 밑바닥에서 쌓여온 모든 억울함과 분노가 그가 보아온 모든 인간의 고통에 대한 연민과 합류하여 거대한 저항의 불길로 힘차게 타올랐다. 그리고 그는 ??바보회??를 조직했다. 바보회란 전태일 열사와 같은 재단사들이 모여 만들어진 조직이다. 여기서 ??바보??란 법으로까지 보장되어 있는 보다 나은 근로조건을 쟁취하지 못하고 죽은 듯이 혹사당하고만 있는 편화시장 일대의 노동자 들이다.
처음엔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였었다. ??그런 것을 조직해서 무엇하냐?? ??그렇다고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겠느냐?? ??너희는 정말 바보다??란 말들을 종종 들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은 차츰 바뀌어져 갔다. 점점 ??바보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나중엔 회원으로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1970년, 그의 나이 22살, 그는 생각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투쟁을 할 수 있을까??? 내심고민 끝에 그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바로 그 자신의 죽음, ??죽음을 통안 투쟁??이었다. 데모를 하다가 데모할 길이 막혀버리면 그 자리에서 ??근로조건 개선!??을 외치며 자결을 한다는 그런 참혹한 투쟁방법을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전태일 열사가 쓴 위의 일기, 이 일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는 이때부터 ??죽음??을 예감하고 죽기를 각오하며 살아온 것이다.
1970년 11월 13일, 열사는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거리로 향했다. 1시 30분경, 태일열사는 친구들에게 ??먼저 가서 기다려라. 난 조금 있다가 가겠다.??고 했다. 그는 10분 뒤에 나타났다. 그러더니 친구 김개남을 골목으로 끌고 가서 성냥하나를 주며, ??아무래도 내가 죽어야 될 모양이다.??라고 하며 성냥을 켜서 자기 몸에 대어달라는 것이었다. 친구 김개남은 ??설마, 그냥 쇼를 하겠지?? 하며 몸에 불을 붙였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김개남이 그에게 불을 갖다대자, 불길이 그를 뒤 덮었다.
열사는 그 상태로 거리로 뛰쳐나가며 이렇게 외쳤다.
??근로 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이렇게 세 마디를 외치고 그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는 죽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나의 죽음을 헛되이 말라.??
전태일, 이 세 글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더욱 감명 깊게 만들었다. 또 한편으론 ??이 사람이 꼭 이렇게 까지 해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결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이 많이 있었을 텐데...
자기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근로기준법을 개선하려고 한 이 열사. 그의 용기는 가상했다. 모두들 어렵다고, 바보라고, 하던 이 일을 해내고야 말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고통 받는 민족을 위해 몸을 불사른 열사와 집에서 공부하라고 잔소리하시는 엄마께 짜증만 부릴 줄 아는 나. 전태일 열사처럼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몸을 희생하지는 못하겠지만 앞으로 내 인생에서 남은 많은 날 동안 내가 맡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