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평전을 읽고 나서 전태일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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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전태일 평전
얼마 전, 노동권 보장을 위한 합법적인 투쟁을 주도시던 배달호 씨가 분신, 자살했다. 전태일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배달호 씨의 모습 위에 전태일의 모습이 겹쳐질 것이다. ‘우리는 (자본주의적 원리에 의해 작동하는)기계가 아니다!’
과연, 자본주의와 인본주의는 화해할 수 없는 것일까. 애석하게도, 전태일이 너무 일찍 죽어버린 나머지, 그 생각을 완전히 정리하지 못해서 그가 이러한 사회학적 측면에 대해서 가졌던 생각을 정확히 알 수가 없는 것이 아쉽다. 기본적으로 노동운동이 자본주의와 인본주의를 화해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할 때, 전태일 역시 이러한 입장을 취한 것이었다고 이해할 수 있기는 하지만, ‘모두 한 덩어리가 되어, 부스러기가 되는 사람이 없는’ 사회가 과연 탈-자본주의 즉 공산사회 혹은 아나키적 사회인지, 아니면 인본주의적 인식론에 기초한 자본주의에 의해 돌아가는 사회인지(물론 이 …(생략)

, 전태일의 미숙한 사상을 좀 더 구체화하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비판할 만 하지 않을까.
인본주의의 최상위 논리화, 이것이 자본주의/전체주의적 논리의 최상위 논리화를 통한 인간의 도구화를 막을 수 있는 인식론적 입장일 것이다. 전태일이 온 몸으로 그 열악함을 고발한 노동운동은 이 과정 중에서 자본주의적 경제논리를 인본주의의 하위논리로 만들어 가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전태일 평전』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까? 또 이 책은 이제 현실적 필요성이 축소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이 책과 같은 시각이 아직도 오랜 기간동안 우리에게 필요할 것이라는 사실은 배달호 씨의 죽음이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또한 ‘전태일기념사업회’라는 조직도 있고 거기서는 전태일 사상에 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 사회를 보려 할 때 꼭 필요한 책이 된 이 책에 이러한 연구를 진행한 연구자들이 쓴 해제를 달 수는 없는 일일까?

어찌됬든, 배달호 씨의 죽음은 아직 우리 사회에는 전태일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기업(뭐.. 재벌의 범주에 속하니까 기업주라고 할 수도 있을 듯 하다.)들이 노동자들의 권익 보장과 그를 위한 노동운동의 목표에 대해서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기업에게, 특히 지금과 같이 신자유주의가 창궐하고 있는 때 인본주의는 자신의 고유한 자본주의적 논리와 근본적으로 모순되는 것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또 기술의 발달로 인해 대부분의 노동은 로봇에게 맞겨질 지도 모르고, 그렇게 된다면 자본주의체제를 유지하는데는 더 이상 두터운 노동자층이 필요 없게 될 것이다. 즉, 자본주의체제는 소수의 관리자들만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20:80 사회, 그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하지만 그 체제는 어디까지나 인간에 의해 작동된다. 또한 이것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는 인식을 하는 이상 우리는 그 체제를 변혁하려 할 것이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모든 인간이 죽고 자본주의-기계만이 살아남지 않는 이상 인본주의적 열망을 막을 수는 없다. 게다가, 아무리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창궐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우리 사회는 최소한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자본주의적 논리 혼자서 폭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기업은 자본주의-기계로서만 있어서는 안 된다. 그들 역시 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하는 것이며, 그를 위해서는 노동운동의 의의를 인정하고 자본주의-기계적인 경제논리가 인본주의보다 우선될 수 없게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