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를 읽고
나는 소설을 별로 잘 읽질 않는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의 그 수많은 소설 중 읽어본 건 뇌와 개미 1권. 그랬기에 나무가 재미없을 것 같고, 그 두꺼운 책을 건드리기가 심히 귀찮아서 한달도 넘게, 나무가 베스트셀러의 위상을 돋우는 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지내버린 것이다.
솔직히 나무라는 제목에 끌릴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걸 쓴 작가의 이름에 끌리는 것뿐이겠지.
하여간 한 달 후 이러쿵저러쿵 하여 어쩔 수 없이 나무를 읽어야 하는 그런 슬픈 의무(?)를 가지게 된 나는 투덜거리며 책을 들었다.
다음은 나에게 있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던 내겐 너무 좋은 세상의 감상이다.
<내겐 너무 좋은 세상>
나같이 일상이 귀찮은 사람들에게는 알아서 할 일을 해주는 기계가 얼마나 필요한지 모른다. 맨 처…(생략)

하다는 대목을 읽었을 때는 내가 뤽이라도 된 듯 짜증이 일었다.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심지어는 텔레비전도 보기 싫을 때, 텔레비전이 제멋대로 떠들어 댄다 해도 전원을 끌 수도 없다면? 끔찍할 것이다.
기계들과 뤽의 갈등이 고조로 치닫는 순간, 그들은 강도 조아나 아르통에게 한차례 당한 다. 조금 뒤 기계들은 조심스레 뤽을 돕는다. 내가 이 장면을 읽으면서 궁금해 진 것이 기계들이 ??마음??에 의해 저러는 것일까, 아니면 프로그래밍 되어 있기 때문에 저러는 것일까? 라는 질문이었다. 프로그래밍 된, 일종의 법칙(I, ROBOT에 나오는 몇 가지의 법칙 비슷한 것) 때문에 뤽을 돕는 것일까?
??지구상에 진정으로 유기체가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뤽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자신이 그렇게도 싫어했던 기계가 바로 자신이라는데,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까? 인공 심장을 보고 여태까지 살아 있다고 굳게 믿고 있던 자신이 살아있지도 않지만 죽은 것도 아닌 기계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하게 되었을 때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는 이 이야기의 결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곤 한다. 특히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말에 대해. 꿈에서 깨어났을 때, 뤽이 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어쩌면 뇌에 프로그래밍 된 그의 환상이 깨져서, 세상이 180도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 상태 그대로, 똑같을 수도 있다. 그 상태 그대로 있을 경우, 다른 것 하나가 있다면 ??살아있지 않은 것??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