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를 읽고나서 등대지기

등대지기는 등대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가시고기”로 가슴 뭉클한 눈물을 자아냈던 작가 조창인. 그 분의 책이 나오자 성큼 사버린 나이다. 이 분은 나에게 또 다른 감동을 맛보게 해주셨다. 정말 감사드린다.
재우. 복잡하고 현란하게 돌아가는 현대생활에 등을 돌리고 꿋꿋이 등대를 부둥켜안으며 8년을 살았다. 태풍이 몰아치고 비가 거세게 내려도 홀로 등대가 되고, 등대지기가 되어 살고 있었다.
형 명우와 차별을 받으며, 어릴 적 비오는 날 형에게 주는 노란 우산과 자신이 받던 비닐 우산으로 증오를 느꼈었던 사내이다.
솔직히 나도 처음에는 재우의 어머니가 정말 싫었다. 형이 칼을 들고 아우에게 휘몰아치는데도 눈 꿈뻑하지 않는 어머니.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었다.
등대. 요즘 배들은 위성으로 바다에서 자신의 위치를 모두 안다고 한다. 그러면 등대는 지극히도 쓸모 없는. 구시대적 유…(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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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귀여워하고 보살피고 다듬어주지 못한 사랑의 징표가 싸늘하게 식어버린 어머니의 손에 놓여져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이 더 안타까운 이유는 재우가 어머니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사그라뜨릴 때쯤 어머니와의 이별이 다시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심해도 될 것 같다. 다시 한번 어머니라는 이름의 등대가 등대지기를 파도로부터 막아주고 뇌성의 거친 호흡으로부터 등대를 감쌀 것이다.
이제껏 그래왔듯이 말이다.
그리고 재우는 살아났다. 비록 이제껏 목표도, 희망도, 어떤 것에 대한 관심도 없던 재우 이지만 하반신이 마비된 지금 상태에서 재우는 이전보다 더욱 크고 튼튼한 다리를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분개와 미움으로 가득 찼던 “어머니”라는 이름이 더욱 강인하고 굳센 다리로 변해 재우를 지탱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치매에 걸려서도, 기저귀를 차면서도 누군가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자식만을 걱정하고 또 죽음이 눈앞에 들이닥쳤음에도 불구하고 자식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도 여자이다. 나도 언젠가는 어머니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나도 언젠가는 등대지기의 고뇌를 쓰다듬고 현실에서의 두려움과 외로움을 보듬으며 등대지기의 거친 손톱과 엉클어진 머리칼을 빗겨줄 수 있는 등대가 될 수 있을까.
말없이, 묵묵히 그저 등대지기가 찾아올 때 편안한 안식처가 되고 휴식처가 되는 든든한 등대가 될 수 있을까.
난 이제껏 어머니의 사랑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더듬을 줄은 알았지, 마음으로 느끼진 못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너무 많이, 흐드러지게 있으면 좋은 줄 느끼지 못하듯이 어머니의 사랑이 너무 커서 그것을 멀리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딸’ 이라는 이름의 등대지기가 어머니라는 이름의 등대를 보살피는 것이다. 정말 등?대?지?기 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등대지기는 등대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