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전 만세전

지식인의 고뇌
염상섭의 ‘만세전’을 읽고
지은이: 염상섭
출판사: 계몽사
‘무덤이다. 구더기가 들끓는 무덤이다!’
이인화는 이렇게 외친다. 세상은 공동묘지라고. 세상을 그렇게 밖에 바라볼 수 없었던 이인화... 당시의 촉망받는 지식인으로서 과연 무엇이 그를 그렇게 비관적으로 몰고간 것일까? 이 책을 통해 바라본 모습, 그리고 그 대답은 당시의 조선사회에서 구할 수 있었다.
이인화는 일본에 유학 중인 지식인으로 서울에 있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연말 시험도 포기한 채 귀국한다. 사회에 대한 억압, 억압이 낳은 불만은 그저 하나의 모순에 불과할 뿐, 그에게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조국을 위하는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채 자신을 위해서만 살아간다. 사실 그런 조국에 무엇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귀국하는 배에 올라 일본 형사에게 시달리지만, 울분을 삭인다. 그…(생략)

화는 설움과 압박 속에서 허덕이는 조선인들에 대한 연민과 동정을 느끼고 있다. 그런 그가 왜 현실을 회피해야만 했을까? 눈 앞의 부끄러운 조국의 단면을 보고도 나서지 못 했던 이유는? 그는 사회와 집안에 대한 분개,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힘없는 조국에 대한 실망과 그것에서 나오는 부끄러움, 어쩌면 자신의 소극적인 모습에 대한 고통스러운 발버둥인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어떻게든 벗어나고싶은 욕망... 강한 불만의 표현인지도...
이인화는 너무도 지식인답지 않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지만, 그런 그를 나는 동정의 눈길로 바라본다.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사회의 현실이기에... 하지만 좀 더 적극적이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한 번쯤 그런 사회에 저항해볼 수 도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어쩌면 그는 사회의 벽을 실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