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를 읽고 무소유

『무소유』를 읽고
나는 책 대여 점 을 자주 들린다. 그리고 내 손에 한번도 꺼내어져 본적이 없는 책 가운데 `무소유`가 있었다.
이 책은 늘 내 시선의 끝에서 빗겨나가 있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선입견 때문에 여러 편의 글이 수록된 산문집임을 알게된 나는 당혹스러웠다. 책장의 차례에서부터 나는 이 책을 비스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뒷장에 쓰여진 짧은 평들은 내 시선을 더욱 비스듬하게 만들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거의 극찬에 가까운 평이 담긴 책은 멀리하고 있다. 그들이 나눈 느낌들은 내가 함께 하지 못한 순간이 있고 부터 였을 것이다. 아니면 뭔지 모를 거리감 때문이랄까... 내 시선을 비스듬하게 눕힌 `무소유`는 그렇게 나에게 거부감으로 먼저 다가왔다.
이 책은 1976년 첫 출간된 이후 그동안 80쇄 80만 부를 돌파한 스테디셀러였고 문고판 수필집으로는 드물게 대학의 교재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선물용으…(생략)

신호등에게 난 하루 일과가 좌지우지되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섰는데도 불구하고 내 발걸음의 작은 차이가 몇 발자국 앞에서 신호가 바뀌게 되면 그렇게 짜증스러울 수가 없었다.

「시간을 빼앗긴 데다 마음까지 빼앗긴다면 손해가 너무 많다」 이 한 줄의 글이 그 날 아침의 조급함에 짜증스러웠던 내 맘을 한결 누그러뜨리고 있었다. 나는 다시금 신호가 바뀔 때까지 걸리는 3분 여의 시간에 내 마음까지 뺏겨왔던 것이다. 그 동안 무심히 나를 건너편에 두게 만든 천연덕스럽게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내 탓이 아니야`라고 말하듯 서있는 신호등을 원망하고 그 많은 아침 조금 느린 내 발걸음을 원망했었는데 이 책과 함께 횡단보도 앞에 선 뒤로 나 역시 스님처럼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앞으로 더 많은 아침을 출발할 것이다. 몇 분 지체될 수도 더 빨리 재촉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내 마음까지 빼앗기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 아침 무심코 향한 내 발걸음 앞에 어제와 같은 얼굴로 나를 보는 신호등은 "좀 기다려"라고 말을 해왔다. 그 붉은 얼굴을 향해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주었다. "어머! 내가 너무 일찍 왔나봐!"라고 말이다.
법정스님은 무소유란 책을 통해 모든 것이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얘기하려 하신 것 같다. 소유와 무소유도 오해와 이해의 관계도 모두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