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를 읽고 나서

삼국유사 (지은이- 일연)
삼국유사는 많은 설화와 전설을 엮은 것으로 일연이 지었다.
삼국유사중, 제 1권 기이 제1에 내물왕과 김제상의 설화가 있다.
제 17대 나밀왕이 즉위한 36년 경인에 왜왕에서는 사신을 보내어 왕의 셋째아들 10살 짜리 미해를 왜국으로 들였다가 20년동안이나 억류한채 돌려보내지 않았다.
또 눌지왕이 즉위한 3년 기미엔 고구려의 장수왕의 사신이 와서 친교를 원하는 것처럼 하여 아우보해를 억류한채 돌려보내지 않았다. 눌지왕 10년 을축 어느날에, 왕은 신하들과 친히 잔치를 베풀었다. 술이 세 순배 돌고 난 후 음악이 울려퍼지자, 왕은 눈물을 흘리면서 옛날 자신의 아버지가 아들을 왜국으로 보내셨다가 다시 만나보지도 못하고 눈을 감은일과, 자신의 아우를 고구려에 보냈다가 억류해두고 돌려받지 못한 일을 말하였다. 그러자 백관들이 입을 모아 아뢴 삽라군 태수 제상이 그 일을 맡기로 하였…(생략)

나자 미해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져 “마치 몸에 팔뚝이 하나만 있고, 얼굴에 한쪽 눈만 있는 것 같구려. 비록 하나는 되찾았으나 하나는 잃은 그대로이니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겠소.” 라고 좌우의 사람들에게 말하여 제상은 그 말을 듣자마자 임금에게 두 번 절하여 하직하고 집에도 들리지 않은 채 율포 갯가에 이르렀다. 뒤늦게 쫓아간 아내는 이미 배에 타버린 남편 제상을 간곡하게 불렀지만 제상은 손을 흔들어 보일뿐 배를 멈추지 않았다. 왜국에 도착한 제상은 거짓말을 하여 왜왕을 안심시키고 미해와 함께 해변에 나가 놀면서 물고기와 새를 잡다가 왜왕에게 바쳐 왜왕이 의심하지 않게 하였다. 어느날 아침안개가 자욱하게 낀 새벽, 제상은 미해를 먼저 보내고 남았다. 왜왕은 제상을 다그치고 고문을 시켰으나 끝끝내 제상은 자신은 계림의 신하라고 말을 하여 결국 목도라는 섬에서 불타 죽었다. 한편 미해는 고구려에 도착하였다. 눌지왕은 놀라고 기뻐하며 아우 보해와 남교까지 친히 나가 미해를 맞이하였다. 왕은 큰 잔치를 베풀고 죄수들을 풀어주고 제상의 아내를 국대부인, 그의 딸은 미해공의 부인으로 삼았다. 이때, 좌우의 신하들이 하는 말이 옛날 한나라의 신하 주가가 초나라 군사에게 사로잡혔다가 결국 충성을 끝까지 지켜 죽음을 당한 것에 제상의 죽음을 비유하며 그의 공을 칭찬하였다.
난 무엇보다도 제상의 그 강직하고 당당함과 의연함에 반하였다. 또한 정말 느낀 것이 있다면 자신의 목숨을 불사르면서까지 충성을 지킨 것에 있어서 과연 그는 진정한 제상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한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바로 제상의 아내이다. 후에 제상의 아내는 제상이 죽고 난 후에도 계속 그를 그리워하다가 결국 따라서 죽고 말았다고 하는데, 제상이 떠나기전에 잠시라도 배를 멈추어 아내를 한번만이라도 만나보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끝내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과연 본받을만한, 본받아야 하는 그의 충성심과 강직함에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정말로 그는 진정한 눌지왕의, 계림의 신하였다고 말 할수 있을 것 같다.
왜왕을 안심시키고 자신을 믿게 하기 위해 쓴 계략에서도 현명한 제상의 지혜가 드러나 있고, 보해를 구하러 가기전 왕에게 한 말에서도 그의 현명함과 용맹함, 진실함을 엿볼 수 있다. 결국 그는 발가죽이 벗겨지고 갈대를 걸으면서도, 뜨거운 불에 목숨을 잃으면서까지도 왕을 위해서 모든 걸 바쳤던 것이다.
비록 그는 불속에서 한줌의 재로 사라졌지만 그의 단 하나의 마음, 충성심만은 사라지지 않고 계림왕을 항상 보위하고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또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있다면 바로 진덕왕의 이야기이다.
제 28대 진덕여왕은 왕위에 오르자 친히 태평가를 짓고 비단을 짜서 그 가사로 수를 놓은다음 사신으로 하여금 이것을 당나라 황제에 바치게 했다.
당나라 황제는 이것을 아름답게 여겨 칭찬하고 진덕여왕을 계림국왕으로 고쳐봉했다.
태평가의 가사는 이렇다.
“큰 당나라 왕업을 세우니 높고 높은 임금의 계획 장하여라. 전쟁이 끝나니 천하를 평정하고, 문치를 닦으니 백왕이 뒤를 이었네. 하늘을 거느리니 좋은 비 내리고, 만물을 다스리니 모든 것에 광채가 있네. 깊은 인덕은 해와 달에 비기겠고, 돌아오는 운수는 요순보다 앞서네. 깃발은 어찌 그리 번쩍이는가. 징소리 북소리는 웅장도 하여라. 외이로서 황제의 명령을 거역하는 자는 칼 앞에 자빠져 천벌을 받으리. 순후한 풍속 곳곳에 퍼지니, 멀고 가까운 곳에서 상서로움을 바치네. 사시의 기후는 옥촉처럼 고르고, 칠요의 광명은 만방에 두루 비치네. 산악의 정기는 보필할 재상을 낳고, 황제는 충량한 산하에게 일을 맡겼네. 오제 삼황의 덕이 하나로 이룩되니, 우리 당나라의 황도가 밝게 빛나리.”
왕의 대에 알천공, 임종공, 술종공, 호림공, 염장공, 유신공이 있었다. 하루는 이들이 남산 우지암에 모여 나랏일을 의논하고 있는데 범 한 마리가 뛰어들었다. 여러 사람은 놀랐지만 알천공만은 꿈쩍도 하지 않고 범의 꼬리를 잡아 땅에 메쳐 죽였다. 알천공의 담력이 이리 세었으므로 그를 수석에 앉혔으나 모든 사람들은 유신공의 위엄에 심복했다. 신라에는 네곳의 신령스런 땅이 있어 나라의 큰 일은 늘 그곳에서 의논하였다. 그러면 반드시 그 일이 이루어지곤 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진덕여왕의 슬기로움과 재주에 탄식하였다.
비록 여왕이지만 왕에 못지 않은 현명함과 지혜로 그는 당나라 황제를 글귀로 잡아매었다.
심오한 뜻을 품은 것 같으면서도 아름다운 진덕여왕의 문구에 아름답게 수놓아진 비단천을 본 당나라 황제도 과연 그녀의 슬기로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현명한 신하들이 함께 하니 진덕여왕의 명성도 날로 높아져 가고 또한 나라도 평안했을 것이다. 현명한 왕과 충성스럽고 현명한 신하들이 함께있으니 당나라 황제는 물론 온 백성들도 그들의 위엄과 슬기로움에 감탄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알천공의 범을 한번에 쓰러뜨리는 담력. 그리고 용맹스러움과, 유신공의 위엄과 지개또한 과연 빠뜨리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아직까지 큰 인사정치가들중에서 여성이 나오지 않은 점이 무척 안타깝다.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진정한 능력으로서 인정받고 잘 이끌어나가는 것을 보지 못해 참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그 옛날 백제에서는 이처럼 슬기롭고 현명한 진덕여왕이 있었다고 하니 참으로 드물고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진덕여왕은 자신의 재주를 나라를 위해, 백성을 위해 잘 이용할 줄 아는 지혜를 가졌던 것이다. 그녀의 모습은 정말 나로 하여금 큰 재주와, 넓게 바라볼줄 아는 시야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처음엔 한자도 많고 제목만 많이 들어본 책이라 왠지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으나,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옛날 조상들의 슬기로움과 역사의 숨결이 배어있는 이 설화와 전설을 내 마음속으로 느껴보자니 정말 흥미롭고도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외에도 정말 지혜롭고도 좋은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
아직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는 부분이 많지만, 정말 삼국유사를 읽고 난 후에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보는 시각이 바뀌고 넓어졌다는 것을 나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무조건 현재만 볼 것이 아니라 과거를 통해 교훈을 얻고 정체성을 찾아 우리의 역사를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함께 깨달았다.
앞으로는 이런 우리 옛적의 고금이나 설화, 전설을 읽어보면서, 우리의 조상들이 남겨놓은 살아숨쉬는 역사와 문화를 느끼고 잘 알수있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