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를 읽고 문제아 3 3

문제아를 읽고
박기범의 『문제아』는 각각 10편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독자로 하여금 책을 읽으면서 순간순간 `어린이 문학에도 이렇게 농도 짙은 현실이 반영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각각의 단편들은 남북 문제나 민주화 운동, 우리 사회에서 보여지는 극심한 빈부 격차, 또 그에 따른 옳지 못한 편견 등의 사회성 있는 소재들을 아이들의 눈으로, 입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열 편의 이야기 중에서 책의 큰 제목으로도 쓰인 『문제아』를 살펴보자. "나는 문제아다. 선생님이 문제아라니까 나는 문제아다. 처음에는 그 말이 듣기 싫어서 눈에 불이 났다. 지금은 상관없다. 문제아라 말거나 상관없다."
『문제아』의 제일 첫 부분이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의 말치고는 조금 냉소적으로 보여진다. 이야기의 주인공 `하창수`는 지는 걸 싫어하는, 자신의 깡이 세다고 믿는 그런 평범한 아이이다. 이런 주…(생략)

에 남는 어린이 문학의 현실적 측면이랄까….
그러나 한편으로, 문학의 세 축을 「현실-이상-계몽」이라고 할 때 『문제아』의 삼각형은 현실과 계몽, 특히 현실적 측면으로 너무 기울어 있다. 다른 한 축을 지탱하는 `이상`은 그 위치를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현실성`이라는 것이 『문제아』에 있어서는 단편적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없지 않다. 많은 부분에서 현실적 문제들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으나 그것이 글 속으로 깊게 파고들지 못하고 그저 들은 이야기, 잠시 겪었던 이야기 정도로 흘러간다는 점이 눈에 거슬리기도 한다.
진정한 현실성이란 무엇일까? 어쩌면 일부의 사람들은 어린이 문학에서 깊은 현실적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길지 모르겠다. 어린이들을 주요 독자 삼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한 주장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오로지 아름다운 것, 좋은 것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과 더러운 모습들도 그들 나름의 눈으로 이해하고 알아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측면들이 이야기 속에서 그저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여겨진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왕에 현실성 깊은 소재를 삼았다면 어린이 문학에서도 보다 진지하고 성실하게 소재를 다루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