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964년 겨울 서울 1964년 겨울 3 3

서울 1964년 겨울
서점에 도착해서 책을 고르고 있었다. 목록을 보고 있는데...
`어! 서울,1964년 겨울? 책 제목이야? 정말 특이한걸?`
처음부터 내 관심을 끌던 책이다. 2차 시험이 끝나고 제일 먼저 읽었던 `서울,1964년 겨울` 특이했던 첫 인상 만큼이나 이 글을 다 읽고 난 지금 작품이 내게 던져준 메시지 또한 내 가슴을 울린다.
`나` 에 의해 사건이 전개되어 가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을 띄고 있다. 미리 말하지만 난 이 작품 속의 `나`라는 사람과 `안`을 정말 싫어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어찌 그리 밉살스럽던지.... 처음 `나`가 등장인물을 소개할 때부터 왠지 인정머리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안`을 부잣집 대학생이라고 소개하고 한 사내는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요컨대 가난뱅이라는 것만은 분명하여 그의 정체를 꼭 알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도 나지 않…(생략)

싫다고 하지만 아저씨의 간절한 부탁으로 같이 있어 주겠다고 말하고 중국집으로 들어간다. 아저씨는 자기가 살 테니 먹으라고 말한다. 둘은 어쩔 수 없이 음식을 시킨다. 그 자리에서 아저씨는 자기의 사정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부탁하면서 하소연하고 오늘 돈을 다 써버리겠다고 한다. 그 돈은 자기의 아내 시체를 팔아 받은 돈이다. 아저씨는 식당을 나오면서 한 쪽 눈은 울고 다른 한 쪽 눈은 웃는다.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아직도 아내의 시체를 판 죄책감에 시달려 우는 것이고 옆에 서 있는 자기의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이 둘씩이나 있고, 가지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돈을 1000원씩이나 써서 웃는 것일까? 내면의 모습과 외면의 모습을 동시에 눈으로서 내 비추는 듯 하다. 식당에서 나온 그들이 양품점에 가서 넥타이 하나씩을 사고 택시를 타고 무작정 소방차 뒤를 따라간다. 불이 난 지점에 도착하여 둘은 불 구경을 하고 있는 사이에 아저씨는 남은 돈을 손수건에 싸 불 속으로 던진다. 이 것을 본 `안`이 돈을 다 썼으니 약속이 끝난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헤어지자고 한다. 참 기가 막혀서.... 처음부터 아저씨가 돈이 없으면 같이 있어주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돈이 없으니 이제 아저씨를 떠나겠다는 그들의 고약한 심보가 너무너무 얄미웠다.
하지만 아저씨는 오늘밤만 같이 있어달라고 애원하고 셋은 여관으로 간다. 아저씨는 같은 방에 들기를 원하지만 `나`와 `안`은 몹시 피곤하니 혼자 방에 드는 것이 낫겠다고 한다. 다음날 `안`은 죽어버린 아저씨를 보고 `나`에게 `그 양반 역시 죽어버렸습니다.`라고 말한다. `안`은 어제 일이 이렇게 될 줄 뻔히 알면서 각방을 쓰자고 한 것이다. 이건 살인행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정심에서라도 하룻밤 정도는 그를 위로하고 달래줄 수 있지 않은가 정말 감정이라로는 하나도 없는 로봇 같은 인간들이다. 하지만 `안`은 각방을 쓰는 것이 아저씨를 위해 최선의 방법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변명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구차한 변명이다. 더군다나 그들은 이 일이 알려지면 시끄러워 질 것 같아 도망쳐 나오려 한다. 그 때 개미가 `나`의 발 쪽으로 기어간다. 왜 여기서 개미가 등장했을까? `나`는 개미가 자기를 붙잡아 두는 것 같아 얼른 자리를 옮긴다. 아마 도망쳐버리면 안되겠다는 그의 마지막 남은 양심일까? 만약 내 생각이 맞는다면 마지막 남은 양심까지도 속인 그들이 정말 싫다.
여관을 나온 그들은 빠른 걸음을 하다가 어느 정도 걸은 후 앙상한 가로수 밑에서 멈춰서 마치 미친 개에 물렸다는 듯이 말한다. 그들이 막았을 수도 있는 죽음을 마치 필연적으로 일어날 사건에 운이 따라주질 않아 자기네들이 개입되었다는 듯이.... 이들이 말하고 있는 앙상한 가로수는 따뜻한 마음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삭막해져 버린 그들을 비유한 것은 아닐까? 둘은 그 곳에서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소설은 그 시대상황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럼 60년 대 이 작품이 씌여진 시대에도 이렇게 철저한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성행하고 있었다는 뜻일까? 부모님들께서는 어리실 적에 콩 한 쪽도 나누어 먹었다고들 한다. 또 이웃 사촌이라는 말까지도 있었다. 그럼 도대체 어느 쪽 말이 맞는 것일까? 그 때 에서부터 개인주의가 퍼지기 시작했을까? 아니면 작가는 지금 삭막해져버린 이 시대를 예견하고 작품을 쓴 것일까?
이 소설의 배경은 제목에도 나타나 있듯이 겨울이다. 추운 겨울과 얼어붙은 빙판 길이 그들의 얼어붙은 가슴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난 아저씨가 너무도 불쌍하다. 그들만 만나지 않았어도 선술집에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 동행을 부탁했었어도 죽음까지 가진 않았을 텐데.... 하지만 좀 의아한 생각도 든다. 그렇게 죄책감에 시달릴 거면서 왜 아내의 시체를 팔았을까? 장례를 치루어 주거나 그럴 돈이 없다면 화장을 해주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직업도 있으니 생계를 꾸려나갈 수는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 소설은 지금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