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도를 읽고 무녀도 3 3

무녀도
우리집엔 [무녀도]라 불리는 그림이 있다. 그 그림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 우리집에 머물렀던 ‘낭이’라는 소녀가 남기고 간 그림이다. 나는 할어버지로부터 무녀도에 대해 듣게 된다.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경주부근의 여민촌 혹은 잡성촌이라 불리우는 조그만 마을에 모화라는 무당과 낭이라는 딸이 함께 살고 있다. 폐허가 된 듯한, 찾아오는 사람이라곤 굿을 부탁하거나, 낭이의 아버지가 전부인 그곳에 ‘욱이’가 돌아오게 된다. 가난한 살림 때문에 공부를 시킬수 없자 절간으로 보내진체 소식조차 없었던 낭이의 이복형제인 욱이가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욱이는 하루에도 몇번씩 눈을 감고 주문같은 것을 외우거나 조그만 책을 꺼내 읽기도 하면서 모녀가 알 수 없는 행동을 한다. 낭이가 궁금한 듯 쳐다보자 욱이는 낭이에게 <신약전서>라는 글자가 씌어진 책을 건낸다. 그리고는 귀가 먹은 낭이에게 하나님을 가르치려한다…(생략)

을 췄다가 하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그곳엔 재가 되어가는 신약전서가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곳으로 뛰어들어간 욱이와 모화가 실갱이를 벌이는 사이 접시의 불이 기울어져 봉창에 불이 붙고 방안으로 번져가자 욱이는 불길을 잡으려 부뚜막위로 뛰어올랐고 그뒤를 식칼을 든 모화가 쫓아간다. 불길을 덮쳐 끈 욱이의 몸은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버린채 모화의 품에 안겨있었다. 욱이는 칼에 세곳을 찔리고 뿐만 아니라 병까지 걸리게 된다. 모화는 굿도 팽개치고 욱이의 병간호에만 매달린다. 그 쯤, 마을에도 교회가 생기게 되고 전도대를 내보내서 무당을 믿지말란 말을 하면서 전도를 한다. 그럴 때 마다 모화는 혼자 징을 치고 꽹가리를 치면서 그들이 물러가게 하지만, 갈수록 모화가 예수귀신이라 일컫는 사람들은 늘어만 가고 기도로 사람들의 병을 고친다는 목사도 서울에서 내려오면서 모화는 점점 권위를 잃어간다. 겨울에 접어들면서 욱이의 병은 더욱 악화된다. 모화의 앞에선 괜찮은 척 하는 욱이지만 낭이 혼자 있을때면 성경책 한 권을 가졌으면 좋겠다면서 말을 한다. 이듬해 봄, 욱이가 죽기 며칠전에 평양에서 현 목사가 찾아온다. 그와 함께 온 양조사는 그곳에 교회가 생기기까지 노력한 욱이의 행동을 얘기하면서, 교회가 생길수 있었던 것은 욱이 덕분이라 말한다. 그들이 떠나기 전, 욱이는 성경 한 권을 사달라고 부탁한다. 현 목사는 급한대로 자신의 성경책을 욱이에게 전해준다. 욱이는 성경책을 품에 안고 눈을 감는다. 욱이가 죽고 모화가 징과 꽹가리를 치며 푸념을 늘어놓자 사람들이 모화를 실신한 사람으로 여길 때 쯤, 모화가 물에 빠진 사람을 위해 마지막 굿을 한다는 소문이 돈다. 마지막 굿이 열리던 날 밤. 모화는 정숙하고 침착한 빛으로 서서히 굿을 시작한다. 한 밤중이었다. 혼백이 건져지지 않는다면서 걱정의 목소리가 들릴 때 쯤, 모화는 당연하다는 듯이 넋대를 잡고 물을 향해 다가선다. 마치 주문과도 같은 넋두리를 하며 허리가, 가슴이, 검은 물에 잠기고 모화의 몸은 넋두리와 함께 아주 물속으로 사라진다. 열흘이 흐른 뒤, 낭이의 아버지는 낭이를 나귀에 태우고 그곳을 떠난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그리 오래되진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온 것이 오래전 일이 아니고, 박해받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를 믿은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아마 개화기 무렵이 아닐까 생각된다. 공간적 배경은 작품의 시작부분에 ..경주읍 성밖의 여민촌 혹은 집성촌이라 불리는 조그만 마을.. 이라고 밝혀져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로는 모화, 욱이, 낭이가 있는데 주로 모화와 낭이의 서로 다른 종교관에서 오는 갈등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모화는 굿을 하는 무당으로 무속신앙만을 믿고 다른 신앙은 배척하는 (자신과 다른 신앙을 섬기는 아들을 식칼로 찌르기까지 하는) 절대적으로 무속신앙만을 고집하는 구시대적 사상을 지닌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욱이는 어렸을적 절에 보내지지만 중간에 도망나와서 새로운 사상인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마을에 교회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기독교를 받아들이지 않는 어머니와 대립하는 개화사상을 받아들인 젊은 세대의 인물이다. 낭이는 이야기의 전개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만, 무녀도를 그려서 이야기가 시작되게 만든다. 무녀도는 무당인 어머니와 기독교인인 아들의 종교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다뤘다. 즉, 토속신앙과 기독교신앙의 대립이다. 솔직히 나는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의도한 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기독교가 처음 들어왔을 때 무속신앙에 부딪쳐 널리 전파되지 못했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고, 사상이 바뀌면서 기독교가 널리 퍼지고 우리나라의 무속신앙이 점차 쇠퇴해 가는 것을 보고 외래사상에 맞서서 우리 전통의 것을 지키고자 한 것이 아닐까 짐작해볼뿐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모화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사상만 고집하면서 자신의 아들까지 죽일 때는 기독교에 지기싫어 발악하는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에 주문같은 것을 외우면서.. 넋두리를 하며 물속으로 걸어들어 갈때는 씁쓸하기도 하고 서양에 맞서던 오랜시간 이어지던 우리 고유의 것이 서양이란 거대한 세력에 의해 모든걸 빼앗겨 버린것만 같이 느껴져서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