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964년 겨울 서울 1964년 겨울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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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서울 1964년 겨울" 을 읽고
중학교 3학년 때 언젠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내가 정말 존경하던 선생님께 편지를 쓰고 그 답장으로 철심으로 고정된 10장남짓의 종이 파일을 받은 적이 있다. 그 파일의 맨 앞장에는 서울 1964년 겨울... 김승옥 이라고 써 있었다. 나는 이런 저런 핑계로 어찌하다 보니 졸업을 할 때까지 끝내 책을 읽지 못하고 독후감을 쓸거리가 없어 이제야 그 종이를 한장한장 차근히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과는 사뭇 달라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아 어렵지만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그제서야 전체 줄거리의 윤곽이 대강 잡히는 것 같았다. 작품의 주인공인 `나`와 `안`이 파리를 사랑한다는 등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느냐는 등 전혀 흥미가 없는 대화를 진지하게 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그리고 각지 자신만이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한 공허한 대화를 시작한다. 그 내용은 단성사 옆 골목의 쓰레기…(생략)

광고, 그리고 유흥가의 광고지로 가득한 서울의 밤거리는 당시 서울이 산업화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을 특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전봇대의 아가씨로 비유된 당시 서울 거리의 모습은 가장 표현이 잘 된 대목이라고 생각된다. 서로 아무 상관이 없을 것 같은 광고지 속의 아가씨로 거리의 분위기를 표현한 작가의 독창적인 생각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길지도 않은 부분임에도 당시의 산업화라는 거대한 변화를 섬세하고도 날카롭게 묘사되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일행 세 명은 밤거리에서 택시를 타고 화재현장으로 쫒아간다. `나`와 `안`은 불길을 보며 화재는 누구의 것도 아닌 화재 자신의 것이라고 말한다. 60년대 도시인의 개인주의적인 모습이 집약된 부분이다. 일행은 화재현장을 떠나 여관으로 들어간다. 여기서도 여지없이 도시화에 의한 극단적인 개인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 소설의 파국으로 보이는 사내의 죽음과 그 죽음을 보는 `나`와 `안`의 반응을 통해서 그것을 알 수 있다. 여관의 한 방에 투숙하느냐 각기 다른 방을 쓰느냐 할 때 `나`와 `안`은 물론 각자의 방을 선택한다. 혼자 있기 싫어하는 사내에게 오히려 혼자 주무시는 것이 편하실 거라고 말한다. 알라레스는 `자살시도란 도와달라는 외침` 이라고 말했건만 `나`와 `안`은 사내의 외치는 소리를 무시해 버린 것이다. 결국 사내는 자살을 하고 아침이 되자 둘은 여관을 빠져 나온다. 여기서 `여관에 비한다면 거리가 더 좁았다`는 `나`의 말을 통해 나는 여관이 의미 하는 바를 추측해 볼 수 있었다. 여관이 의미하는 것은 더욱 개인화된 공간으로 산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도시민들이 극복해야 할 관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여관에서 살아가는 것이 산업화,도시화된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길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혼자 있기를 싫어한 사내의 죽음은 이런 사회적응의 실패로 인한 파멸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여관을 나온뒤에 `안` 이 말한 `하룻밤에 경험으로 단지 늙어버린 것 같다`는 마지막 말은 아마도 늙음이라는 것이 당시 도시화된 사회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감을 나타낸 말인듯 싶다. 그리고 그 늙음이란 무력감은 1964년 당시 서울 도시민의 소외된 삶을 가장 함축적으로 드러낸 말인것 같다. 이 소설은 마치 한손으로는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세모를 그리고 있는 것 처럼 이해하기 정말 어려웠지만 반복해서 읽어 나가면서 더해져 가는 충격과 감동이야 말로 문학의 참된 즐거움인 것 같다. 당시 도시화에 의한 개인주의적 태도와 사회의 삭막한 분위기에 충격을 받았고 이런 도시적 분위기와 인물으 섬세하게 표현한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다. 그 충격과 감동은 김승옥이 왜 감수성의 혁명, 60년대 문학의 선구자라 불리는지 스스로 깨닫게도 해 주었다. 또한 파편화 되고 기계화 된 삶을 의식하지도 못한채 살아가는 도시의 모습이 옛 농촌 사회의 모습과 얼마나 다른지 여실히 보여 주기도 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