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큐정전을 읽고 아큐정전

<< 아큐정전 >>
우리가 선 이 땅 위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이들의 대립과 상호작용으로 한 사회가 이루어진다. 잠시 어느 창이든 문을 열고 고개를 들어 보라. 즐비하게 늘어선 건물과 연신 사람들을 나르는 도로 위의 차들. 이 모두가 인간의 능력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러한 인간의 하나됨을 무시하고 사회는 그들을 부(富)로써 분리시키며 권력(權力)으로써 일직선상에 세운다. 그 일직선상에서, 돈으로 값어치가 매겨지는 인간의 모습으로 어느 곳에서 숨구멍을 틔우고 당당하게 살 수 있을까? 과연 맨 뒤에서 보이지 않는 줄의 앞을 보며 밥그릇을 기다리는 일이 어리석지 않은 일일까? 어쩌면 우린 이 해답을 ??아큐 정전?? 의 인물 ??아큐??에게서 찾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나라는 지금 다른 나라의 지배 아래 짓눌리고 고통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의 국민들은 어떠해야 할까? 넘어져 가는 자신의 나라에 가슴 아파하며…(생략)

그럼 과연 ??아큐??와 ??갈밭새?? 영감의 모습 중 어느 것이 더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모두 ??갈밭새?? 영감의 저항이 더 옳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사회 안의 모습을 보자. 그리고 고개 숙여 자신의 모습을 보자. 자신은 이 社會안의 투쟁 안에서 ??갈밭새?? 영감의 모습을 하고 있는가, ??아큐의?? 모습을 하고 있는가……. 자신의 목숨을 이어가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利己的인 모습을 버리지 못했던 그에게 난 동정의 표라도 건네고 싶다. 그것은 일렬로 나열된 사회의 줄 안에서 밥그릇을 쥐어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난 이 책 속의 마지막을 지울 수가 없다. 아무런 죄도 없는 ??아큐?? 가 다른 농민들과 함께 심문소에 끌려가면서, 그리고 그곳에서 다른 이들의 안 된다는 외침에도 불구하고 쉽게 무릎을 꿇던 모습을 말이다. 모두들 그의 모습에 손가락질하고 욕설을 퍼부을지 몰라도 난 그렇지 않다. 내 앞에 그가 있다면 주변인에게 버림당하고만 그를 보듬어 주고 손이라도 잡아주고 싶다. 그는 남을 버리고 자신만을 생각한 이기주의자였을지라도 그것은 사회의 권력 속에서 상처 입은 영혼을 가진 인물에 불과하니까... 마지막에 그는 그가 추대하고 치켜세웠던 그들의 손에 죽고 만다. 그의 끝은 비참했다. 그의 비굴함이 나름대로 더러운 세상을 사는 지혜였을지도 모른다. 아첨과 무릎 꿇음... 주인공 ??아큐??는 현실의 우리였고 그의 행동은 사회에 적응하려는, 맨 끝에 서 있는 자신을 앞줄의 권력자 뒤에 숨기려는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소설 속 ??아큐??를 비난하기 전에 이 사회 안에서 숨쉬는 또 다른 ??아큐??들의 손가락질을 논하고 싶다. 자신의 거울인지도 모르고 손가락질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말이다. 어쩌면 소설의 끝을 지금의 우리가 더욱 흐려놓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아큐??의 모습을 부정하고 손가락질하기 전에 그럴 수밖에 없게 한 사회를 생각해야한다. 그리고 그 권력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던 한 인물을 기억하자. 사회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큐??가 정답이 되어버린 지금, 언제쯤 문제의 바른 해답이 ??갈발새 영감??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