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를 읽고 모모 3 3

모모
이 책은 내가 잘 알고 있던 3학년 선배의 추천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노란색의 하드커버와 표지 디자인은 내 흥미를 유발시켰고, 부끄럽지만 학교 도서관을 이용해 본적이 없던 내가 처음으로 대출 신청을 해서 읽었던 책이었다.
나를 비롯한 현대사회의 사람들은 모두 시간이란 틀에 얽매어 바쁘게 살아간다. 나 역시 시계라는 물건을 왼쪽 손목에 항상 차고 다니며 등교시간, 수업시간 등의 시간의 틀 안에서 살고 있다.
작품 <모모>는 이런 현대사회의 각박한 현실을 흥미롭고 조금은환상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미하엘 엔데의 작품이다.
주인공 ??모모??는 크고 낡은 어른 옷을 입고 있는 평범한 소녀다. 그녀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한 가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준다는 것. 마을의 사람들은 고민거리나 걱정거리, 혹은 사람들끼리의 갈등이 있을 때 모모에…(생략)

사는 모모를 설득시키려 했으나 오히려 모모가 얘기를 잘 들어주고 사랑이라는 걸 느끼게 해 주는 바람에 그는 모모에게 조직의 비밀을 발설하고 만다. 회색신사조직은 이 대원을 없애고 모모를 잡으려 한다. 이 사실을 안 베포 할아버지는 모모를 지키기 위해 원형극장터(모모가 살고 있는 곳.)로 가 보았지만 이미 회색신사들이 다녀간 뒤였고 모모도 없었다.
한편, 모모는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북이인 카시오페이아와 함께 시간을 관리하는 ??호라박사에게?? 가 있었다. 호라박사에게 회색신사들에 대한 얘기를 듣고 하루를 보낸 모모는 다시 카시오페이아와 마을로 돌아왔다. 하지만 마을은 이미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있었고 그 동안 회색신사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꼬드겨 점점 더 세력이 커져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여유 따윈 가지고 있지 않았고 심지어는 아이들마저 회색신사들에 의해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모모는 가장 먼저 베포 할아버지와 기기를 찾았다. 그러나 기기와 베포 할아버지역시 회색신사들이 이미 여유를 빼앗은 뒤였다. 베포 할아버지는 모모가 사라진 뒤고 그녀를 찾으러 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했고 회색신사들은 시간을 저축하면 모모를 만나게 해 준다고 거짓말을 했다. 기기는 이야기를 잘 해서 유명인사가 되어버렸고 그로인해 그 역시 수 많은 스케줄에 매여 있었다.
한편, 회색신사들은 모모가 호라박사를 만나고 온 사실을 알고 모모를 찾았다. 시간을 관리하는 호라박사만 있으면 힘들게 시간을 모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모모는 다시 호라박사에게 가서 회색신사들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고, 호라박사가 잠이 들어 시간이 잠깐 멈추는 동안에 모모는 회색신사들이 살고 있는 건물에 숨어들어 시간을 저장해 두는 창고를 열어 사람들에게 다시 시간을 돌려준다.
처음에는 그냥 흥미로 읽던 이 책은 읽어갈수록 무엇인가를 느끼게 한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시간에 얽매어 사는 요즘 사회를 독특한 발상으로 표현해낸 작품인 것 같다.
사실 나도 회색신사의 꼬임에 넘어갔는지도 모른다. 항상 거의 같은 시간에 알람에 의해 일어나고 아침식사를 하고, 학교에서도 정해진 시간표대로 생활하는 나의 삶은 너무나 삭막하고 규칙적이다.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이런 생활을 한다.
누군가가 규칙적인 삶이 좋다고 말했다. 처음엔 나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난 뒤 내 생각은 조금 바뀌었다. 회색신사의 꼬임에 넘어가 시간을 아끼고 있는 이 책 속의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너무나 기계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낀다. 얼굴에 미소 같은 건 찾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책 속의 인물들은 필사적으로 삶을 살아간다. 오직 모모 한 사람만 빼놓고...
초등학교 때의 내 모습이 생각난다. 그때는 아직 입시제도의 빠듯한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학교가 파하면 집에 가방을 던져놓기가 무섭게 다시 나가 놀곤 했었다. 책 속의 아이들도 처음엔 모모와 함께 같이 어울려 곧잘 놀곤 했다. 그러나 회색신사들은 아이들의 시간마저 빼앗아 가버린 것이다. 아이들은 회색신사들이 만든 학원에 다니느라 모모와 같이 할 시간이 없었다. 요즘 아이들도 그렇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에 치여 지쳐있는 아이들을 보면 사회제도나 교육제도, 그로인한 잘못된 사회인식들이 회색신사가 되어 아이들마저 여유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모모의 작가인 미하일 엔데는 창의력이 상당히 뛰어난 작가인 것 같다. 대개 이런 이야기는 지루해질 수가 있는데 회색신사나, 시간을 관리하는 호라박사 등 다소 비현실적인 등장인물과 사건 등으로 동화같이 표현했다는 점에서 또, 그로인해 독자가 사회의 문제에 접근하는데 한결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한 점에서 나는 작가의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이 작품에서 내가 가장 안타까웠던 장면은 베포 할아버지가 모모를 되찾기 위해 회색신사의 말을 듣고 쉼 없이 청소만 하는 장면이었다. 이것은 비단 소설속의 한 장면만 안타까웠던 게 아니라 조금 전 언급했듯 나를 비롯한 많은 현대사회의 사람들, 심지어는 어린 아이들마저 여유를 갖지 못하고 정해진 시간의 틀에 갇혀 살고 있다는 것이 매우 안타까운 것이었다.
어릴 때 한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다. ??인간이 나중에 기계나 컴퓨터에 지배당하진 않을까???라는 생각. 모모의 이야기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아닌가 싶다. 다만 기계나 컴퓨터 등이 아니라 시간에게 지배를 받는 인간의 모습이 다를 뿐이고, 상상 속 인간이 편의를 위해 만든 기계에게 지배당하듯 인간의 편의를 위해 정한 단지 시간이라는 단위에 지배당하는 것이다. 그래도 어릴 때의 생각에선 끝내 부정하곤 했는데 지금의 이런 경우에는 절대적으로 부정만은 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책 속의 사람들은 모모와 함께일 때 행복해보였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내 주위에도 모모같은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하지만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굳이 모모와같은 사람을 찾을 필요가 있는가?, 그냥 내가 모모와같은 사람이 되면 되지 않는가???라고. 그렇다. 다른 사람에게 내 행복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존재가 되면 된다. 작품 속 모모가 결국엔 시간을 다시 사람들에게 도려주고 예전처럼 소중한 친구들을 얻었듯이 나도 모모처럼 사람들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 주면 나 또한 행복해질 거라 생각한다.
가끔은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한 박자 쉬는 게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두 걸음 전진을 위한 한걸음의 퇴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잠깐의 여유는 더 나은 나로 발전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나 자신에게 더없이 좋은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시간에 지배받지 않고 가장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