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도를 읽고 무녀도 3 3

무녀도
〈무녀도〉가 발표된 것은 김동리의 문단 데뷔 다음 해인 1936년, 김동리의 나이 23세.
김동리는 〈무녀도〉에서 우리의 전래 토속 신앙인 무속과 서양에서 들어온 기독교 신앙의 충돌로 인한 모화 일가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무당인 `모화`가 아들을 절로 보내 불도를 닦는 스님이 되기를 바랬으나 정작 아들 `욱이`는 절을 뛰쳐나와 북선 지방에 가서 기독교 신도가 되어 돌아온다. 즉, 기독교로 대표되는 외래 문화와 무속으로 대표되는 토속 신앙 간의 대립을 기본 축으로 하여 결국은 토속 신앙이 패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김동리(1913-1995)는 경북 경주 출생, 본명은 시종(始終)이다. 그의 작품 경향은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인간 구원의 문제를 주제로 순수한 소설을 창작한 것으로 대표된다. 또한 이러한 보편성을 지니면서도 한국적 인간상을 철저히 조명하고 있는 그의 문학 태도는 주목할 만하다.
그…(생략)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에 `내부 이야기`를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 줌으로써, 독자에게 이야기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흥미를 갖게 한다.

그리고 이 작품의 중심 갈등은 무당인 모화로 대변되는 토속적인 신앙과 욱이로 대변되는 기독교 신앙 사이에 있다. 모든 것에 귀신이 들어 있다고 믿으며 귀신만을 섬기는 무당인 `모화`는 그림을 그리는 딸 `낭이`와 함께 경주 잡성촌의 퇴락한 집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어려서 집을 나갔던 아들 `욱이`가 이 집에 돌아오면서부터 모화의 삶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욱이가 신봉하는 기독교와 모화가 받드는 무속 사이에 갈등이 벌어진 것이다. 그들은 모자간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대립하는 신앙과 가치관 때문에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며, 각각 기도와 주문으로 대결하다가 마침내 모화가 성경을 불태우고, 이를 저지하려던 욱이가 칼에 찔림으로써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 뒤 마을에는 예배당이 서고, 힘을 잃게 된 모화는 예기소에서 죽은 여인의 넋을 건지는 마지막 굿판을 벌인다. 모화는 드디어 무열의 상태에서 춤을 추다가 물 속에 잠기고, 낭이는 그를 데리러 온 아버지를 따라 어디론가 떠난다.

나는 모자간의 모화와 욱이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종교적 대립으로 치닫는 것을 보고, 특히 모화가 욱이를 다치게 하여 결국 죽게 했을 때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무당인 모화가 아들의 기독 신앙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들 역시 모화의 종교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각자의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개화기로 보면, 당시 무속 신앙이 점차 사라져 갈 위기에 처했으니, 무당인 모화로서는 신앙을 지켜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초월적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동리는 전통 세계를 소재로 하여 전통정신의 소설적 형상화에 남달리 관심을 기울여 온 작가이다. 이 소설에서의 전통 정신은 `무속(巫俗)`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예수교도인 아들 욱이의 죽음과 `아들을 빼앗아간 예수귀신`에 대한 복수를 결국 이루지 못하고 뒤따라간 모화의 죽음 - 〈무녀도〉의 이러한 구성은 이 소설이 발표됐던 1930년대 이후 주요한 문학적 관심이 되어 왔다. 작품 속에서 모화의 죽음은 오직 파멸뿐이지만 욱이의 죽음은 교회의 설립이란 열매를 남김으로써 모화가 상징하는 샤머니즘(토속 신앙)의 패배와 욱이가 대표하는 기독교 신앙의 승리를 비극적 구성 속에서 예언하고 있다는 견해가 그 관심의 한 가닥이다.

그리고 작품이 발표된 1936년. 당시에는 근대화와 함께 일제시대라는 것이 존재했다. 이전 조선시대 한국인들의 정신세계는 유교와 샤머니즘적 토속신앙으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20세기, 즉 개화기에 들어와 새로운 문화와 가치관이 들어 왔다. 하지만 샤머니즘은 여전히 남아있었고, 개화기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은 더욱더 샤머니즘에 의존했다. 작품 속의 토속적 신앙을 신봉하는 모화와 외래 종교를 숭상하는 욱이의 갈등은 개화기 당시 우리 국민들의 가치관 혼란을 대변해 주고 있고, 그러한 문제점이 그의 문학을 통해 일깨워지길 원했던 것 같다. 또 당시의 가난하고 아직 개발되지 않는 농촌 생활의 일면을 보여 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친근감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

따라서 <무녀도〉는 작가 자신의 소설적 역량을 최대로 발휘한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1978년, 이 작품은 확대 개작되어 〈을화〉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단순히 갈등의 분위기의 제시에 그쳤던 〈무녀도〉와는 달리, 〈을화〉는 을화라는 무당의 내력과 입무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겪는 고통과 꿈이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으며, 〈무녀도〉에서와 같이 기독교 신자가 되어 돌아온 아들 영술이는 죽지만, 을화는 아들을 잃고도 살아 남는다.

김동리는 〈무녀도〉에서 `죽음과 신앙을 통한 부활`이라는 서구적 종교관이 인간을 구제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을 정면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또 생성과 소멸, 또는 이승과 저승의 세계가 아주 단절된 것이 아니고, 순수하고 지극한 염원에 의해서는 그 통로가 열릴 수 있다는 한국적 샤머니즘을 토속적인 색채로 표현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