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읽고나서 아버지 3 3

아버지라는 고귀하고 숭고한 자리에 있는 한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정수라는 이름을 가진 이 남자는 췌장암이라는 진단을 받고는 4개월 남았다는 인생을 잘 살아보려 한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로서나 남편으로서나 직장인으로서나 모든 면에서 무능했다. 집안에서 자식과 아내에게 제대로 대해주지 못해 항상 그들에게 모면당했고 외톨이인 그는 그들과는 가족이 아닌 듯 별개로 지내게 되었다.
그렇지만 정수의 유일한 벗은 자신에게 췌장암이라는 진단을 내려준 의사이자 친한 친구인 남박사였다. 술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정수는 거의 술에 몹시 취하여 집에 들어가곤 하여 아내와 자식들에게 차디찬 냉대의 눈빛을 받아야만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친구 남박사와 이야기를 하며 서로 마음을 공유하고 위로하며 지냈다.
죽음 앞에서는 모든 인간이 무력해 진다고 하던가!
그 역시 눈 앞에 다가오고 있는 검은 죽음의 그림자를 두려워했…(생략)

미워했던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가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어서 자식들은 아버지 답지 못한 행동에 그가 미웠고 아내는 무능력한 그런 그가 싫었떤 것이다. 나중에 자신들이 얼마나 그를 사랑했나를 깨달은 뒤, 아내는 하나뿐인 남편에게, 자식들은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에게, 잘못을 회개하고 기쁘게 해드리려 노력한다.
나중에 병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하게 된 그는 친구이자 의사인 남박사에게 죽여 달라고 사정한다. 자신이 살아 있으면 아내와 자식들에게 짐을 부담한다고 느껴 빨리 세상을 떠나 그들도 자신의 길을 걸어갔으면 하는 바램에서였다. 남박사는 안락사 같은 것도 살인의 일종이라며 절대 안된다고 하였지만 그가 간절하게 원하고 매달리자 약물을 복용시켜 준다. 생명의 실을 끊을 수 있는 그런 약물을......
죽기 전, 그는 자신이 정말 사랑하였던 아내에게 줄 선물과 편지를 한 손에 꼬옥 쥐고는 서로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것을 속절하며 세상을 마감한다.
아버지! 한 가정에서 가정을 지켜나가기 위해 누구보다 힘들게 일을 하시는데도 어머니보다는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때로는 엄격하고 무뚝뚝하신 모습에서 거리감을 잃게 된다. 하지만 집에서 모든 걸 도와주시며 챙겨주시는 어머니도 그렇지만 아버지 역시 우리에게 주는 사랑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 글에 나오는 정수라는 한 남자가 자식에 대한 사랑은 정말 눈물겹다. 정말 많이 사랑하는데도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는 데 부족했던 그는 항상 많이 힘들어했다. 통 드러내질 않는 그의 모습에서 아내는 그의 무능력만을 탓하게 되었고 자식들은 아버지에 대해 실망한다. 나중에 아버지의 참사랑을 깨닫고 뒤늦게 알게 된 것에 절규하지만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조금만 더 빨리 서로의 사랑에 눈을 뜨고 내면을 바라보았으면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사람냄새를 그리워하던 그의 모습과 아내와 자식에 대한 그의 숨겨있는 사랑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두 뺨 위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가시고기`라는 책 이후로 느낀 진한 감동이었다.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 볼 여유를 갖게 해 준 이 책에 감사한다.
내면에 숨겨져 있는 아버지의 참다운 숭결한 사랑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