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인생 아홉살인생 3 3

아홉 살 인생
책에 주인공이 세상을 느낄 수 있는 나이라고 주장하는 아홉 살 때에, 나는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느끼고 살았었나 떠올려 보게 된다
당시 어른들에게만 보여지는 이상한 일들,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그들에 생활들이 많이 있었다 나는 부모님이 가끔 싸우실 때 구석에 앉아 그들을 지켜봤었다 무엇 때문에 엄마가 눈물을 흘리시는지 왜 아빠가 담배만 피우시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을 해보니 모두 다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때는 집안 분위기를 한 동안 침울하게 만들곤 했던 부모님에 싸움을 원망했었다 왜냐하면 그들에 싸움은 항상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으므로..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은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께서 매일 일기 검사를 했던 일이다 이 책에 나오는 기계 인간은 아니셨지만 나는 그런 선생님이 너무나도 싫었던 것 같다 사실 날마다 일기를 쓰기란 나에게 여…(생략)

그리운 것은 현재 너무 커버린 내가 다시는 어렸을 때처럼 누구에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아무 욕심도 없이 뭔가에 순수하게 몰두할 수 없다는 것 때문이다 나는 정말이지 지금도 아이처럼 순수하게 무언가에 함몰되고 싶어 견딜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러나 난 교복 입은 사춘기 청소년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내 나이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하고 책임감도 늘었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가끔 슬프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그 유쾌한 시절을 떠올리며 순수해 질 수 있었다 이 책을 아이 뿐 아닌 어른들도 즐겨 찾는 것을 보면서 아마도 이렇게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베스트셀러 1위로 만든 원동력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아홉 살이 아니지만 이 책을 읽었을 때 우리 자신에게도 있었던 유년기에 시절을 떠올리며 작은 미소를 짓게 하는 것은 아홉 살 꼬마 주위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에 동심에 세계가 너무나도 친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철조망과 여기저기 숨어있는 지저분한 똥이 있는 무허가 산동네에 보잘 것 없는 뒷산은 주인공 꼬마에 유일한 아지트가 된다 철조망과 여기저기 숨어있는 지저분한 똥이 있는 무허가 산동네에 보잘 것 없는 뒷산은 주인공 꼬마에 유일한 아지트가 된다 그런 ‘여민’이의 모습을 통해 그 산동네는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나름대로 하나에 사회를 이루며 밀고 땅기는 삶을 살고 있는 동네에 일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 ‘여민’이의 모습을 통해 그 산동네는 어른들이 주도하며 사는 것 같지만 그들뿐 아니라 아이들도 나름대로 하나에 사회를 이루며 밀고 땅기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작가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사람간에 연속된 관계성을 아홉 살 아이에 눈으로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어른인 우리가 별 대수롭지 않게 인식하는 사람들에 사는 모습들은 아홉 살 아이에게 호기심으로 다가온다 그런 아이에 눈을 통해 우리 자신에 모습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볼 수 있다 아이에 눈을 통해 들여다 본 어른들에 세계는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이기적이고 덜 떨어졌으며 분수를 모르는 어른들에 모습은 정말로 한심하다 이렇게 어른들이 아옹다옹 하면서 사는 모습은 아이들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세계가 된다
하지만 이렇게 작가가 아이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여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른들이 순진한 아이 앞에서는 아무 부담 없이 본심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진실한 어른들에 잔상을 쉽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그런 모습은 아이에 눈을 통해서라면 우울하지 않고 우수꽝스럽고 해학적인 모습으로 충분히 묘사할 수 있다 그래서 독자는 아이에 웃기는 생각 속에서 이 책을 유쾌한 마음으로 읽지만 다 읽고 나서는 무언가를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작가가 아이를 통해 보여주는 어른들에 모습은 모두 덜 떨어진 속물들로 묘사되는 부분이 우습다 아이가 숲에서 만난 무서운 아저씨 산동네 아이들 사이에서 산지기로 통하며 아이들을 잡아먹는 다는 무시무시한 괴물로 통한다 그러나 사실 그는 아이에게 돈이나 뺐는 한낱 조무래기에 불과한 놈이었다 나는 끝내 여민이를 겁주기 위해 여민이의 바지까지 벗기는 모습에서 나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루종일 골방에 틀어밖혀 짝사랑 생각하면서 여민이에게 편지 심부름이나 시키는 얼빠진 고시 준비생은 동네 사람들에게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사람으로 통했다 그에 어머니는 자기 자식 자랑을 은근히 하고 다니지만 사람들은 그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사람을 불효자라고 욕한다 여민이에게 그에 행동과 말은 모두가 알 수 없는 이상한 것들이었다 끝내 그는 숲속에서 목 맨채 자살을 하고 만다 이 사람으로 하여금 작가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고백한 번 못해보고 소극적으로 숨어사는 사람에게 밝고 진취적인 삶을 권고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또 인생에 체험이 바탕이 안 되는 탁상공론은 이 세상에 현실적으로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책 내용 중에 토굴 할매로 불리는 할머니가 싸늘한 시체로 죽은 체 발견되는 사건이 있다 혼자 사는 할머니라서 죽은지는 꽤 되었지만 아무도 모르고 있다가 여민이 아버지가 발견하게 된다 그는 우연히 할머니 집 앞을 지나다가 향기로운 냄새와 집 안에서 누군가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려 문을 열어보니 할머니가 죽어 있었던 것이었다 사람들은 할머니가 자기에 죽음을 알리려고 지나가는 여민이의 아버지를 불렀다고 입을 모았다
이렇게 너무나도 불쌍한 할머니에 죽음으로 사람들은 혀를 찼지만 모두 할머니에 장사 치르는 것에 대해서는 냉담하였다 그러나 여민이에 아버지만은 할머니에 염까지 치러 장사를 지내주는 것을 보고 동네 사람들은 여민이의 아버지를 가르켜 착하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아 말을 한다
사람들은 그들에 양심을 가난이라는 그늘에 가려 찾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하루빨리 잊혀진 인간에 도리를 기억해야 한다 가난에 상징인 산동네 판자촌에 모여 사는 사람들이지만 사람들끼리 서로 도와가며 사는 공동체 생활을 잊지 않으며 사는 것이 인간에 도리이고 그 도리를 지키며 사는 길을 여민이 아버지는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었다 또 작가는 여민이 아버지를 통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삶이어도 서로를 도와 가며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길이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었다
이 부분에서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가난하지만 착하게 사는 여민이에 아버지를 보면서 느끼는 게 많이 있었다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과는 다르게 정직하고 바르게 사는 여민이 식구들을 통해 작가는 그 동안 우리가 잊고 살았던 인간답고 바르게 살아가는 것,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일깨워 주고 있다
책에 마지막 부분에 여민이에 말이 인상깊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허무한 존재이지만 그렇게 허무하다고 우울하게 사는 것보다는 때론 절망하고 때론 웃으면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한 세상을 사는 것이 훨씬 더 낫지 않겠는가’ 사람은 사람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생각해 보게끔 하는 말이다
주인공이 세상을 느낄 나이라고 말하는 아홉 살 꼬마에게도 사랑과 이별 절망과 기쁨이 교차하는 것처럼 열살 때에도 그런 삶에 반복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런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인생에 공식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삶에서 가끔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니까 말이다
아홉 살이지만 세상에 대해서 다 안다는 꼬마에 모습에서 그 꼬마가 열 살이 되어서 느끼게 되는 새로운 일들이 궁금해지는 것은 아홉 살에서 끝나지 않은 여민이에 인생에서 배울 수 있는 인생에 따뜻한 이야기가 기대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