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초 편지를 읽고 야생초 편지

야생초 편지 출판사?도솔?
색이 바랜듯한 책표지가 씁씁한 야생초 냄새를 느끼게 한다...
요즘처럼 싱그러운 풀이 귀한 적은 없습니다. 삭막한 아파트의 정원에는 앙상한 나무들뿐이고 하늘 조차 비나 눈이 쏟아질듯 무겁습니다. 어디에 눈을 두어도 삭막한 풍경 뿐이니 오죽하면 헐벗은 벚나무 길을 걸으며 지금 저 나무 속에는 꽃이 들어 있을거야. 올해도 어김없이 벚꽃을 볼 수 있을거야......중얼 거려 봅니다. 그것도 위로가 되지 않으면 한 겨울에 꽃과 풀을 찾아 나서야 겠지요? 이럴때는 야생초 편지를 꺼내 읽어 봅니다.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제 3세대 정치학을 공부하던 중 학원 간첩단 사건으로 연루되어 무기 징역을 선고 받고 서른살 되던 해 부터 마흔 네살이 될때까지 13년 2개월의 황금 같은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사람. 그는 그간의 억울하고 한 맺힌 심정을 세상 사람…(생략)

뜯어 먹다가 야생초에 반하게 되어 세상 사람들에게 풀 한포기의 소중함을 알리려고 편지를 쓴 죄수처럼 내가 살아 오면서 발견한 소중한 것들을 담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할 편지 한통 쯤은 쓸 수 있어야 하는데.... 하나님의 능력에 의지 하여 선천성 고질병인 나태함도 고치고 작고 사소하여 놓쳐 버릴 수 있는 귀한 것을 귀하게 분별해 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갖게 되는 2003년도가 되었으면.... 혹 이 겨울 입맛을 잃어 버렸다면 야생초 샐러드 맛 보시길.... 눈으로 읽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돌고, 눈가에 웃음이 돌고, 풀한 포기 볼 수 없는 겨울에도 마음엔 한 가득 야생초 꽃을 피울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시대에 이름없는 야생초를 장인정신을 가지고 연구하는 작가의 은근한 끈기와 그 연구가 생태학적인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근래에 우리사회에는 녹색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다. 서구제국주의의 식민지화된 제3세계의 삶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의 - 환경오염, 경제문화적 식민지등 - 대안적 모색은 이제 새로운 관심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도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든 현대화의 부작용이 주변에 바짝 다가선 탓인지도 모른다. 우선 작가의 낙관주의적 이상주의와 더불어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에 대해 경탄하게 된다. 작가는 유신시대 학원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억울한 옥살이를 무려 10년을 넘게 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억울함과 분함속에서 지낼텐데 저자는 그 속에서도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야생초를 가꾸며 기록해 나간다. 책의 황토색나는 표지와 조금 거칠은 표지표면을 어루만지다 보면 야생초라는 제목과 참 잘 어울리고 약간 누런 종이재질에서도 작가가 생각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작가는 우리주변에 흔한, 혹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많은 들풀들을 하나하나 그려가면서 기록한다. 그리고 행간에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같이 사는 지혜로운 이야기를 해 준다.
사실 사람에 의해 재배되지 않는 자연상태의 들꽃, 들풀들을 가만히 지켜보면 얼마나 아름답고 경이로운지 모른다 누가 가꾸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연이 주는 햇님과 빗물을 마시며 무럭무럭 자란다. 사람이 캐고 뽑아도 어느샌가 그 자리에 또 발붙이고 어느새 무성해 지는 야생초.... 나는 언젠가 도심 한복판 콘크리트의 조그마한 틈새에서 들꽃이 노랗게 피어나는 광경을 감동스럽게 보았다. 그리고 끈질긴 생명력과 삶의 의지앞에 숙연해졌다. 아마 작가도 감옥안에 있는 자신의 처지속에서 그런 야생초가 위안이 되고 스스로의 모습이라고 생각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야생초 편지와 오래된 미래를 통해,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소로우의 윌든, 헬렌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 법정스님의 무소유, 페스트푸드제품의 해로운 영향, 지나친 육식을 줄인다면 가난한 제3세계 사람들을 먹여살릴 수 있다라는등의 책과 지식을 통해서 새삼 생태학적인 환경의 중요성을 느꼈다. 또 녹색평론이라는 사이트도 들어가보면서 이 모든 것이 단지 지적인 이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녹색의 대지가 훼손되지 않는 길에 내가 조그마한 것이라도 기여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정 책을 읽는 보람은 이런 작은 깨달음과 그것의 실천적 행동을 통해서 나와 내 주변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작은 미덕일 것이다
야생초 편지… 음. 정말 제목그대로 야생초를 주제로한 편지이다. 난 워낙에 자연에 관해 관찰력 없다. 싫은 것은 아닌데도 새, 나무, 꽃, 풀 등은 아무리 봐도 잘 분간이 안가고 가르쳐준것을 다음에 보면 또 새롭다. 학교앞에서 파는 병아리를..죽인적이 있어, 난 ``자연``에게 죄를 지어서 항상 미안한 마음에 일부러 모른척을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야생초 편지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세간에서는 ``잡초``라고 부르는 것들을 ``야생초``라고 부르며 그 하나하나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는 그의 관찰력과 자연에 대한 사랑! 또한 그런 자연 관찰과 자연 사랑을 통해 자신의 삶의 의미와 살아야 하는 이유, 그리고 자아에 대한 깨달음을 실현한 그의 의식에 존경을 표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갖고도 감사할 줄 모르고, ``만족``의 기쁨과 행복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득실거리는 이 사회에서 단 한그루의 야생초를 발견하는 것에서도 세상살이의 기쁨과 행복을 매일 체험하며 사는 황대관님의 삶의 자세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리고 자연스레 나의 ``삶`` 그 자체와 나의 ``삶의 방식,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종교를 통해 신께 감사하는 맘을 어려서부터 배워서 습관적으로 아주 짧게나마 감사의 기도를 드리지만 진정으로 가슴깊이 울리는 감사의 마음을 가져본적이 있는가. 그냥 나에게 주어진 것에, 내가 이룰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합니다``라고 한 마디만 올리는 것이 감사의 기도는 아닐 것이다. 그 감사의 마음이 만물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질 때 그것이 진정한 감사의 마음일 것이다. 황대관님이 남달라 보이는 것은 세상에 대한 원망, 신의 야속함을 탓하며 평생 살 수도 있었을 경력을 갖고도 그 마음을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킨 그의 진정한 감사의 마음일 것이다. 『아무리 시끄러운 소리일지라도 그것과 자신을 일체화시켜 즐기다 보면 소음이 아니라 음악으로 들린다는 것이다.』, 『``몸``이라는 글자를 한번 살펴봅시다. ``ㅁ``이 있고 점을 찍고, 일획을 긋고 다시 ``ㅁ``이 있어요. 저는 이것을 이렇게 해석했어요. ``첫째 미음``은 하늘이고, 점은 사람이고, 일확은 대지 즉 자연이다. ``밑의 미음`` 받침이고. 이 관념을 딱 놓고 가만히 앉아서 천지와 나와 대자연을 생각하면서 미음을 한번 발음해 보십시오. "음-"하고. 그럼 진동이 일어납니다. 이 진동 속에서 천지와 내가 하나가 됩니다. 이게 내 몸입니다. 내 몸안에 진동이 일자 천지만물이 하나가 된다, 그런 것을 깨닫는 순간 세상이 그때부터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한 평짜리 방안에서 내가 우주구나, 그것을 깨달으면서 주변의 모든 사물들이 달라 보이게 됩니다.』
위 글은 내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구절이다. 애써 꾸미지 않은 그의 담백한 필체에 난 말 그대로 매료되었다. 하다못해 그가 동생의 이름을 ``선아!``하고 부를때에도 내 가슴은 설레였다. 그의 한 문장 한 문장을 좋은 음식을 먹듯 천천히 씹어 먹고 그가 직접 그린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듯 찬찬히 바라볼 때마다 마치 그 야생화의 냄새가 나에게까지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위의 인용구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야생초 연구가이자 자연 사랑인, 그리고 훌륭한 수도자이다. 틱낫한 스님의 책을 여러권 읽고 그의 명상 철학에 깊이 감명받았었는데 그 스님의 명상철학을 바로 황대관님의 글에서도 찾은 것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신에 대해 깊이 통찰한 사람들의 공통점일까? 역시 진리는 통하나보다. 야생초와 함께 농사를 지어 자연과 공생하면서 조화롭게 사는 것이 삶의 총체성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농업을 상업주의에서 해방시켜야한다고 주장하는 마을 공동체와 생태주의의 이상주의자인 황대관님. 그 스스로도 자신이 이상주의자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또한 그런 이상주의자들이 존재했던 덕분에 이 세상이 타락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고 역사발전을 이뤘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우리 모두가 그와 같은 이상주의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의 책을 통해 보다 자연에 관심을 갖고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을 사랑하게 된다면 우리가 조심스레 걱정하는 지구파괴는 일어나지 않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