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란 무엇인가
각 시대의 사람들은 그 시대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과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들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에 호감을 갖는다. 이러한 두 경향이 맞물려 나타난 것이 `역사연구`로 이어지고 일반인들의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난다. 이런 보편적인 이유 때문에 역사는 항상 주목받는 것이고 현재의 분쟁 또는 협력까지 좌우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가 매우 관심을 끌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어떻게 연구해야하는지, 왜 역사를 연구해야하는지, 심지어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조차도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일본과의 독도 영유권 분쟁, 중국과의 고구려사 문제 등을 가지고 있는 우리 나라로서는 이러한 의문점들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리고 이 문제들을 어떠한 방향으로 귀결시킬 것인지를 결정해야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소비에트 러시아사의 권위자인 E. H 카 교수가 `역…(생략)

은 역사를 다루는 방법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 이와 반대되는 견해가 크로체와 콜링우드에 의해 주장되었다. 그들은 "모든 역사는 사상의 역사"이고 "역사는 역사가가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역사의 사상이 그의 마음속에 재현된 것"이라는 글들을 통해 역사란 본질적으로 현재의 눈을 통하여 현재의 문제의 관점에서 과거를 본다는 데에서 성립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역사가의 비중이 크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그들의 주장은 `역사의 사실은 순수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고 기록자의 마음을 통하여 굴절된다`, `역사가는 자기가 연구하는 대상들의 마음과 그들의 행위에 깔린 사상을 이해해야한다`, `오직 현재의 눈을 통해서만 비로소 과거를 이해할 수 있다` 등 19세기에 생각하지 못했던 세 가지 진리를 일깨워준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역사의 본 목적을 상실하고 지나친 실용주의로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견해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
E. H 카 교수는 두 의견 모두를 반박하고, 이 두 의견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에 따르면 역사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역사적 사실과 그것에 대한 해석은 동등한 지위로 받아들여져야 하며 연구자는 이것을 고려하여 투입(사실)과 산출(해석)을 동시에 이루어 내야한다. 그리고 그는 위의 방법을 따르지 않을 경우 역사와는 전혀 관련 없는 어떠한 상황 -흥미위주의 사극이 대두되거나 고구려사를 편입시키려는 움직임 등-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구절에서 아주 잘 드러난다.
그의 입장에서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문제를 생각해보자. 중국의 역사가들이 고구려사를 중국의 역사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고구려 유민의 대다수가 한족과 동화되었고 당시 고구려 영토의 대부분이 현 중국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 때문인데 이러한 의견이 대두된 이유는 일부 소수민족들의 독립의지를 꺾고 가치있는 고구려 유적의 대다수를 중국의 것으로 편입시키 위해서이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두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영토란 현재에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 아닌가? 영토가 바뀔 때마다 역사를 재정립해야 하는가? 더구나 당시의 고구려 인들은 예맥족으로부터 갈라져 나왔고, 고조선의 영토 일부에서 시작되었다. 전술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그들의 주장은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인 해석으로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오류를 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 H 카 교수의 견해를 읽어내려 가면서 역사란 사실과 해석이 동등하게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 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움직임을 관통해 볼 수 있었다. 몇 가지 단점으로 지적할 만한 것이 있다면 역사에서 현대사회와 과거사화의 상호작용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점이나 과학을 서술함에 있어서 현대적인 관점을 기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전자의 경우 글 전체에서 역사 속 개인의 역할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가 수많은 개인에게 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하지만 실제로 그 사건을 일으키는 인물은 몇 명에 한정되어있지 않은가? 그러한 차이도 서술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남았다.
역사는 세월이 흘러간다 할지라도 현재와 미래를 설명하는 강력한 도구로서 중요하게 취급될 것이다. 그리고 분명 한 세기 정도는 E. H 카 교수의 방법이 사용될 것이다. 하지만 먼 미래의 사학자들이 그의 관점을 이용할지는 미지수이다.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아직 완전한 답변이 내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