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오만과 편견〉
유명한 고전소설이지만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이 책은....읽는 동안 나의 이러한 단순한 편견을 지우게 만든 아주 만족스러운 책이다. 장편소설의 첫인상은 제목 뿐 안니 그 두께만큼이나 부담스러웠고 요즘 소설과 다른 익숙치 않은 문제들로 처음에는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책을 다 덮을 때는 어느 책에서도 흉내낼 수 없는 독창적이고 짜릿한 기분에 빠져 들 수 있었다.
책을 선택할 때 나는 내 기준에 따라 고른다. 그래서 손에 잡게 되면 읽게되는데 요즘은 대부분 읽다가 중간에 나와 궁합이 맞지 않는 책은 읽기를 포기한다. 그 궁합이 맞지 않는다라는 것은 다시 말하면 지금 당장 내가 읽어야할 필요가 없는 책들과 또 읽는다해도 내가 이해하지 못할 책들은 손에서 내려놓는 것이다. 사실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그 책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게 작용하고 또 나에게 필요한 정보와 지…(생략)

런 인상을 받는가보다. 뭔가 어려운 이야기들로 채워진 난해한 소설이라는. 하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오만과 편견`은 한편의 연애소설이다. 베넷가의 딸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연애 담. 그 연애 담에 내가 이토록 애착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여느 연애 담과는 다른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현대에서는 사랑이라던가 영원과 같은 말들의 의미가 퇴락해간다. 여기를 둘러봐도 저기를 둘러봐도 모두 사랑얘기고 사랑을 빼면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 얼마 전 지나간 화이트 데이라는 것도 결국 사랑을 담보로한 돈벌이에 불과하고 또 찾아올 블랙데이, 옐로데이, 로즈데이 등등의 `데이`들 역시도 그 럴테다. 또 그 수많은 노래들, 유행을 선도하는 노래들도 사랑을 빼면 거의 시체다. 힙합과 댄스, 트로트 등 장르불문 요즘 나오는 노래들은 전부 사랑 놀음의 유혹과 밀고 당김, 이별의 아픔 등을 노래한다. 안 보던 TV를 보게 되었는데 보고있으니 드라마는 전부 사랑타령이다. 아침드라마는 비꼬인 사랑을, 저녁엔 운명 같은 사랑을, 밤중엔 이색적인 사랑을. 그렇게 사랑에 지쳐 가는 마당에 또 `사랑`의 줄다리기를 봐야할 힘이 있을까. 거기에 엄청나게 두꺼운 그림 하나 없는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책이 아니더라도 감각적이고 뭉클한 사랑이 도처에 널려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답은 아니올시다. `오만과 편견`의 베넷을 만난다는 것은, 또 다아시를 만난다는 것은 즐겁고 유쾌한 일이다. 이들 두 사람이 빚어낸 오만과 편견이 불러일으키는 사랑 놀음은 드라마나 노래가사가 전해줄 수 없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베넷과 다아시의 사랑놀음이 사랑의 유행과 좀 다른게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라는 것이 갖고 있는 순수성과 절대성을 이 둘은 믿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세상의 모든 사람들,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도 그것을 믿고 있다는 점에서는 똑같을 것이나 베넷과 다아시에게서는 그 `사랑`의 `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랑의 격이라고 내가 말하는 것은 베넷이라는 인물의 특징이다. 다아시라는 `백마탄 왕자`의 등장에도 그 사람의 됨됨이에서 싸늘한 냉소를 읽은 베넷은 다아시를 거부한다. 다아시 역시 베넷양에게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은 그녀의 용모 뿐만이 아니라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건강한 이성과 당당한 용기였다. 그 점은 그녀의 환경을 비롯한 기타 단점을 배제할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같은 두사람의 케릭터는 결국 `사랑의 능력`의 문제다. 사랑의 능력이라고 하면 사랑하는데 필요한 재력과 시간 등을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것과는 차원을 조금 달리해서 생각해보면 사랑의 능력에도 `사랑할 수 있는 능력`과 `사랑받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에만 집중할 뿐 `사랑받을 수 있는 능력`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게 보통인데 베넷과 다아시의 모습을 통해서 `사랑받을 수 있는 능력`을 되새겨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되새김을 통해 이둘의 사랑은 `사랑의 격`을 승격시킨다. 사물이나 사람들을 접할 때 스스로의 편견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고전소설이면서도 이것은 오늘날에도 공감가는 이야기이다. 배려와 진실함으로 행동할때 사랑도 얻고 그 만큼의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 생각해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