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대왕을 읽고 오이대왕

오이대왕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친구가 이 책을 읽고나서 한 말이 정말 너무 비현실적이다 라고 말한 것이 그럴만도 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비 현실적이라고 비난부터 하기에는 책이 너무 유쾌하고 즐거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사실 그 내용 자체가 즐겁다고는 할 수 없지만.)
빛이 닿지 않는 축축하고 눅눅한 지하실에서 산다는 구미-오리들.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한 가정의 일원들. 이들이 그려내는 헤프닝의 한 가운데에는 구미-오리들의 반란에 못이겨 (지하실에서 지상의 부엌으로) 망명을 온 오이대왕이 있다. 오이같이 생긴 것에 팔 다리가 달려있고, 발톱에는 빨간 페티큐어를 칠하고 손에는 하얀 장갑을 낀, 오이도 밀가루도 아닌 그 이상한 것이다.
오이대왕은 그 가정에 얹혀사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예전 지하실에서 그랬던 것처럼 독재군주적인…(생략)

머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기분좋은 웃음을 주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조금 미안하기는 하지만 참으로 웃기는 오이덩어리이다.
신하들의 반란으로 쫓겨난 오이대왕을 매개로, 자기 중심적이며 불신으로 가득 찬 볼프강네 가족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작자의 의도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라는 것인듯 한데, 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기 이전에 오이대왕의 우스꽝스러운 꼴에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환상적인 설정속에서의 이야기가 정말 우습고 우스운 책이었다.